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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위키 - Ⓘ 여자 아니면 남자, 아니면 인터섹스

퀴어위키 - Ⓘ 여자 아니면 남자, 아니면 인터섹스

이야기꾼 : 나명원

6min
퀴어위키 - Ⓘ 여자 아니면 남자, 아니면 인터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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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른 행성에서는 사람의 운명은 행성의 역사와 같아, 그 자체로 특별하지 않은 행성은 없으며, 어떤 두 행성도 같지 않으므로. 우리는 당신이 궁금해하는 타인의 행성을 소개합니다. 누군가의 경험과 생각, 삶에 뿌리를 둔 진짜 이야기에서 지혜를 찾아보세요. 이번에는 '나명원' 님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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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섹슈얼리티와 젠더의 세계를 탐험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시리즈물. 자기방의 무지갯빛 모험은 계속됩니다!

여자, 아니면 남자 ? 성별 스펙트럼의 양 극단 사이에도 사람이 있다.

인터섹스란 염색체 배열, 생식샘, 성기 등 신체의 성별 관련 특성이 전형적인 ‘여성/남성’의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이 글에서는 인터섹스의 특성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고, 인터섹스에 대한 영유아기 비자의적 성별 지정 문제를 다루며, 스포츠계 인터섹스 유명인사를 소개하면서 이들이 운동 선수로서 겪은 차별을 돌아본다.

‘생물학적 성별’을 둘로 나눌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 생물학적 성별 ’ 은 두 가지뿐이라고 생각한다. 23 번째 염색체 쌍, 즉 ‘ 성염색체 ’ 조합이 XX 이고 포궁과 질을 갖췄으며 소위 ‘ 여성호르몬 ’ 이 많이 분비되는 여성과, X Y 이고 고환과 음경을 가졌으며 소위 ‘ 남성호르몬 ’ 이 많이 분비되는 남성 . 하지만 둘 중 하나로 나눌 수 없는 몸도 있다.

인터섹스의 자긍심을 상징하는 깃발. 2013년 '인터섹스 인터네셔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활동가 모건 카펜터가 제안했다. 깃발의 노란색과 보라색은 파랑과 분홍이 교차하는 색으로서 인터섹스의 색상으로 여겨져왔다. 가운데 원형은 인터섹스로 태어난 이들의 신체적 완전성과 자율성을 의미한다.

💛 염색체와 유전자

성염색체 조합에 XX, XY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염색체가 하나이거나 세 개 이상이거나 세포마다 성염색체가 다른 모자이시즘을 보일 수도 있다. 또한 SRY, Wnt4, Foxl2 등 성 결정 유전자의 작용으로 XX 염색체를 가졌으면서 표현형이 남성이거나, XY 염색체를 가졌으면서 표현형이 여성일 수도 있다.

💛 생식기

생식기도 정해진 두 분류 중 하나에 맞추어 분화하지만은 않는다. 정관과 자궁이 둘 다 없거나, 난소와 정소가 함께 있거나, 외성기가 ‘여성기’인지 ‘남성기’인지 외관으로 구분하기 어렵거나, 음경과 질이 함께 있거나,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외성기의 모양이 변하기도 한다.

💛 호르몬

인터섹스의 경우 성호르몬이 소위 ‘성염색체와 다르’거나 ‘모호한’ 특징 발현에 관여한다. 그런데 사실 인터섹스가 아닌 경우에도 여성과 남성의 소위 ‘정상적인’ 성호르몬 수치는 어느 정도 겹친다. 즉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등의 수치가 같더라도 ‘생물학적’ 여성과 남성의 ‘정상’ 범위 모두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 여성적 ’ 이거나 ‘ 남성적 ’ 인 생물학적 특성의 양극단 사이에는 ‘ 둘 중 하나 ’ 로 분류할 수 없는 많은 몸이 존재한다. 여러 연구자가 생물학적 성별은 ‘ 둘 중 하나 ’ 이기보다는 쌍봉분포를 이루는 ‘ 스펙트럼 ’ 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러나 분류할 수 없는 몸은 병리화와 낙인의 대상이 되어 숨겨지곤 한다.

“그냥 돌연변이 아냐?”

성인이 된 이후까지도 자신이 인터섹스인지 몰랐다는 사람이 많다. 알더라도 스스로 숨기기도 한다. 이들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흔한 오해에 대해 알아보자.

💜 극히 드문 예외적 존재

많은 이들이 생물학적 성별은 여자 아니면 남자로 정해져 있으며, 인터섹스는 극히 드문 예외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UN 팩트 시트에 따르면 인터섹스의 특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인구의 최대 1.7%에 달한다. 고등학교로 치면 한 학년에 한두 명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왜 그간 우리 눈에는 여자의 몸 아니면 남자의 몸, 둘 중 하나만 보였을까? 인터섹스인 사람들의 몸이 둘 중 하나로 ‘개조’당하기 때문이다.

💜 치료와 교정의 대상

자신이 인터섹스임을 뒤늦게 알았다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경험담이 있다. 병원 검진이나 치료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수술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인터섹스로서의 특징이 생식기에서 나타난 경우 태어나자마자, 아니면 영유아기에 본인의 동의 없이 여성이나 남성 중 어느 한쪽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몸에 맞추어 교정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본인의 동의를 거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터섹스라면 당연히 치료하고 교정해서 한쪽 성별에 맞는 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신체적 성별은 둘 중 하나여야 한다’는 관념을 빼고 보면 전혀 교정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인터섹스인 사람 본인이 판단하고 선택하기에 충분한 자아 의식을 갖추기도 전에 강제적 교정이 이루어지곤 한다. 오히려 이런 강제적 의료 조치로 인해 성적 기능 및 감각 문제나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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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포드의 이야기 2017년, 미국의 열두 살 소년 M.C. 크로포드가 의료진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해 배상을 받게 됐다. 인터섹스로 태어난 그는 생후 16 개월에 ‘ 여성적 ’ 인 몸에 맞추어 교정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자라면서 남성으로서의 본인의 성별정체성을 깨달았다. 소년의 가장 큰 지지자가 된 양부모는 크로포드가 위탁시설에 있을 때 그의 몸을 수술한 책임자들을 고발했다. 의학적으로 불필요했던 과거의 수술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되었을 고통과 기능 문제, 비용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호소했다. 법원이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해당 수술에 연루된 사람들이 향후 16 년 간 크로포드에게 44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사실은 이 사람도!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 800m 종목 금메달을 획득한 캐스터 세메냐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세계육상연맹이 세메냐를 겨냥하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보다 높은 선수는 여자 400m~1 마일 종목에 출전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 세계육상연맹은 세메냐가 “ 생물학적 남성 ” 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평생 여성으로 살아왔지만 인터섹스임이 밝혀져 운동 선수로서의 커리어에 막대한 지장을 받은 사람은 세메냐만이 아니다. 1938년 유럽육상선수권 높이뛰기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도라 라첸은 대회 직후 기차를 탔다가 '수상한 여장 남자가 있다'는 승무원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돼 조사 중 인터섹스임이 확인되어 메달을 박탈당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400m 계주 금메달리스트인 에바 크워부코스카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시행한 염색체 검사에서 세포에 따라 XX/XXY 염색체가 섞여 있는 모자이시즘을 보이는 인터섹스임이 밝혀져 은퇴했고, 이듬해 아들을 출산했다.

스페인의 허들 선수 마리아 파티뇨는 성 염색체 조합이 XY이지만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으로 사실상 인터섹스가 아닌 여성 평균보다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적게 받고 있었다. 스페인 육상 관계자는 파티뇨에게 조용히 은퇴할 것을 종용했지만, 파티뇨는 이를 거절하고 스페인국제선수권 60m 허들 경기에서 우승한 뒤 언론에 인터섹스임이 알려져 국가대표팀과 육상 선수 거주 시설에서 쫓겨나고 장학금도 박탈당했을 뿐 아니라 과거 경기에서 세운 기록도 모두 지워지는 등의 시련을 겪었다. 파티뇨는 이에 불복하여 약 3년 후 복권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이미 전성기가 지나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지는 못했다.

타밀족 여성 최초로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인도 육상 선수 산띠 순다라얀은 ‘성별 검사’로 메달을 박탈당한 뒤 음독 자살을 시도했다. 순다라얀 역시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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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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