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운명은 행성의 역사와 같아, 그 자체로 특별하지 않은 행성은 없으며, 어떤 두 행성도 같지 않으므로. 우리는 당신이 궁금해하는 타인의 행성을 소개합니다. 누군가의 경험과 생각, 삶에 뿌리를 둔 진짜 이야기에서 지혜를 찾아보세요. 이번에는 '나명원' 님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트랜스젠더란 성별정체성이 지정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성별정체성은 자신이 자각하는 본인의 성별 ( 젠더) , 지정성별은 태어났을 때 타인이 외부 성기 모양 등을 확인하고 선언한 성별이다.
반대로 성별정체성이 지정성별과 일치하는 사람은 시스젠더라 부른다. 예를 들어 태어났을 때 의사가 “ 건강한 공주님입니다! ” 했는데 성별정체성도 여성이면 시스젠더 여성이고, 지정성별과 달리 남성이면 트랜스젠더 남성이다.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를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성별정체성과 성적 지향성은 서로 다른 범주다. 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도 다양한 성적 지향성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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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성
어떤 (성별의) 사람에게 성적으로 끌리는지 여부
(예:
무성애자, 범성애자, 다성애자, 양성애자, 동성애자, 이성애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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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정체성
자신이 자각하는 자신의 성별
(예:
여성, 남성 등).
이 시리즈의 지난 글에서 소개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다성애자, 범성애자 등은 성적 지향성에 대한 말이며, 오늘 소개할 트랜스젠더는
성별정체성과 관련 있는 말이다.
성별은 딱 두 가지? NO!
우리는 평생 동안 사람이 여자 아니면 남자, 둘 중 하나로 태어나서 그 성별대로 살아간다고 배웠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태어나서 남에게 지정받은 성별대로 살아가지 않는, 혹은 그럴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여성이나 남성이란 틀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 여성과 남성
가장 널리 알려진 두 성별이다. 모든 사람이 이 두 성별로만 나뉘며 그 경계는 사라질 수 없다는 믿음을 ‘성별이분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만약 성별이 두 가지만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타인이 지정한 성별과는 다른 성별로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한다. 태어날 때 여성으로 지정받았지만 성별정체성은 남성인 사람을 ‘트랜스젠더 남성’, ‘트랜스 남성’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 남성으로 지정받았지만 성별정체성은 여성인 경우 ‘트랜스젠더 여성’, ‘트랜스 여성’이라고 한다.
💙 ‘비이분법적’ 트랜스젠더
앞서 말한 ‘여성’이나 ‘남성’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들을 성별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뜻의 ‘논바이너리(비이분법적) 트랜스젠더’, 또는 성별 규범에서 벗어난 정체성이라는 뜻의 ‘젠더퀴어’라고 부른다.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를 합친 ‘트랜스젠더퀴어’라는 단어도 많이 쓰인다.
💙 시공간적 다양성
특정 민족에만 해당하는 정체성도 있다. ‘투스피릿’이란 북미 원주민 사이에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정체성에 대한 포괄적 단어이다. 투스피릿은 민족과 성별정체성, 성적 지향성이 모두 연결된 복합적 정체성이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른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성별이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널리 퍼져 있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도 예외는 아니다.
험난한 '트랜지션'의 길
트랜지션은 ‘이행, 전환’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트랜스젠더의 트랜지션이란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맞는 성별 표현으로의 이행을 위한 여정이다. 남성이나 여성뿐 아니라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도 트랜지션을 할 수 있다. 단,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모두 트랜지션을 하지는 않는다. 개개인이 자신의 상황과 필요를 고려해 트랜지션을 선택한다.
💖 의료적 조치
트랜스젠더 중에는 자신의 성별에 보다 가깝다고 생각하는 몸을 가지기 위해 호르몬 치료, 수술 등 의료적 조치를 진행하는 이들이 있다. 세간에서 ‘성전환 수술’이라고 부르는 ‘성별 적합 수술/성별 재지정 수술(SRS; Sex Reassignment Surgery)’도 여기에 포함된다. 의료적 조치를 하는지 여부나 어느 정도까지 진행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의료적 조치를 선택하는 데에는 신체적 성별 위화감(바디 디스포리아)을 줄이기 위해서, 법적 성별 정정에 필요해서, 외관 상으로도 성별정체성대로 인식되기 위해서 등 여러 이유가 있다.흔히 하는 오해와 달리 수술실에 한 번 들어가 ‘성전환’을 하면 뿅 하고 외관부터 성기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트랜스젠더는 트랜지션 과정에서 호르몬 치료, 가슴 축소나 확대, 포궁이나 고환 적출, 성기 재건 등 다양한 의료적 조치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 기준으로 이 모든 의료적 조치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수술까지 하면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 주변 정리
자신의 성별대로 살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성별정체성을 알리고, 지칭어 변경을 요청하고, 이름을 바꾸거나 남들이 자신의 성별을 성별정체성대로 인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외모를 꾸미기도 한다. 한국어에서는 주로 ‘딸, 아들’, ‘언니, 오빠, 누나, 형’ 등의 지칭어가 수정 대상이다. 영어에서는 3인칭 대명사가 she/her(여성)와 he/him(남성)으로 나뉘기 때문에 자신을 지칭할 3인칭 대명사를 미리 알리는 경우가 많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를 위한 xe/xir라는 대명사도 있다. 원래 복수 대명사인 they/them을 성별중립적 대명사로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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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위화감/성별 불쾌감
(젠더 디스포리아)
지정성별과 성별정체성의 불일치로 인한 고통. 자신의 것이 아닌 성별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몸으로 인한 신체적 성별 위화감,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성별로 취급당할 때의 사회적 성별 위화감 등이 있다. 젠더와 젠더 사이의 ‘경합’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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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타인에게 어떤 성별로 인식되는 것. 트랜스젠더가 다른 설명 없이 ‘패싱이 된다’고 하면 보통 성별정체성대로 인식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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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젠더링
어떤 이의 성별을 성별정체성과 다르게 추측하거나 그렇게 대하는 것. 예를 들어 부모가 커밍아웃한 트랜스 남성인 자식을 ‘딸’이라고 부른다면 미스젠더링이다. 몇 년 전 한국 트위터 등지에서 커밍아웃한 트랜스 여성 연예인을 표적으로 “#000는_비여성이다”라는 해시태그가 돈 적이 있었다. 미스젠더링이 트랜스젠더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실행한, 끔찍한 사이버 괴롭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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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네임
트랜스젠더의 개명 전 이름. 트랜스젠더는 트랜지션 과정에서 지정성별로 추측될 수 있는 이름을 성별정체성에 맞추어 바꾸기도 한다. 개명한 트랜스젠더를 바꾸기 전의 이름으로 부르는 ‘데드네이밍’은 미스젠더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트랜스젠더임을 밝혔는데, 각종 언론 매체에서 그가 개명하기 전의 흔히 여성 이름으로 쓰이는 이름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인 데드네이밍의 사례다.
💖 법적 성별 정정
한국의 경우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정정과 관련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법원 예규의 사무처리지침에 따라 각 판사가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배정 판사에 따라 성별 정정 신청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실정이다. 보통 정신과에서 성전환증 진단, 소위 F64.0을 받고 성별 재지정 수술을 해야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 외부성기 성형 없이 정정을 승인한 판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식능력이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법적 성별로는 여성 또는 남성만 존재하며, 그 외의 성별로 정정할 수는 없다.
성별 정정 기준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다. 최근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법적 성별 정정 시 생식능력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을 없앴다.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대만 등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가 성별을 정정할 수 있도록 법적 성별로 여성과 남성 외에 ‘X’라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국가도 존재한다.
성별정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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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정정 요건은 매우 까다롭고, 보통 의료적 조치를 요구한다. 그런데 트랜스젠더는 고용 상 차별도 많이 받고, 가족의 지원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서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고가의 의료적 조치를 받기가 쉽지 않다.
이 글에서는 트랜스젠더의 정의는 무엇인지, 트랜스젠더는 시스젠더와 어떻게 다른 경험을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하편에서는 트랜스젠더 깃발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소개하고 트랜스젠더에 대해 널리 퍼진 오해를 바로잡으며 트랜스젠더 유명인들을 알아본다.
트랜스젠더가 왜 ‘여자보다 예쁜 여자’가 아닌지 궁금하다면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