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지 않아도 괜찮아 무성애자란 타인에게 거의, 아니면 전혀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무로맨틱은 타인에게 거의/전혀 로맨틱하게 끌리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무성애자이면서 무로맨틱일 수도 있고, 유로맨틱 무성애자, 무로맨틱 유성애자도 있다. 이 글에서는 무성애자/무로맨틱 우산 속 다양성과 무성애자/무로맨틱 사이에 흔히 쓰이는 상징, 무성애자 유명인에 대해 알아본다.
무성애자/무로맨틱 우산
무성애자/무로맨틱이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경험을 하지는 않는다. 유성애자와는 다르지만 단순히 ‘무성애자’, ‘무로맨틱’이라는 말만으로는 자신의 성적 지향성, 로맨틱 지향성을 표현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이들을 무성애자/무로맨틱 ‘우산’ 아래에 있다고 한다.
☂️ 끌림과 끌리지 않음 사이
사람의 감정이 항상 0 아니면 1로 딱 나뉘지는 않는다. 유성애자, 유로맨틱이라도 타인에게 성적이거나 로맨틱한 끌림을 아주 강렬하게 경험하는 사람, 안정적으로 오래 경험하는 사람, 짧고 간헐적으로 끌리는 사람 등 다양한 끌림의 강도와 양상이 있을 것이다.
무성애자/무로맨틱도 마찬가지다. 성적이거나 로맨틱한 끌림이 아예 없는 게 아니라 거의 없거나 아주 가끔 느끼는 회색 영역에 있는 사람, 상대에게 정서적 유대감이 쌓여야만 끌리는 반(半, 데미)의 경험을 하는 사람, 타인에게 성적으로나 로맨틱하게 끌리지는 않지만 성적, 로맨틱 판타지는 있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 스펙트럼과 우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일컫기 위해 ‘스펙트럼’ 비유를 사용하기도 한다. 검은색과 흰색 사이 온갖 빛깔의 스펙트럼이 있듯이, 무성애/무로맨틱과 유성애/유로맨틱 사이에도 스펙트럼이 있어 그 사이의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펙트럼은 일직선상의 점만을 표현할 수 있기에 끌림의 정도뿐 아니라 다양한 끌림과 관련 경험의 양상까지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었다.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무성애/무로맨틱을 스펙트럼 대신 ‘우산’에 비유한다. 어떤 범위 안에서 다양한 경험의 정도, 양상 등을 가진 사람들이 무성애/무로맨틱 개념이라는 우산을 함께 쓰고 있다는 뜻이다.
톡톡 튀는 상징
무성애자, 무로맨틱은 비교적 최근에 알려지고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그만큼 당사자 간 논의가 활발하고 새로운 해석도 자유롭게 나타나며, 무성애자, 무로맨틱인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상징도 대부분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의 논의를 통해 정한 것이다. 무성애자/무로맨틱 깃발과 더불어 무성애자의 상징인 케이크, 검은 반지, 플레잉 카드에 대해 알아본다.
💜 무성애자와 무로맨틱 깃발
무성애자 깃발에는 무성애를 상징하는 검은색, 회색무성애와 반성애를 상징하는 회색, 비무성애자인 파트너 및 앨라이를 상징하는 흰색,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보라색이 차례로 층을 이루고 있다.
무로맨틱 깃발에는 무로맨틱을 상징하는 녹색, 무로맨틱 스펙트럼을 상징하는 연두색, 플라토닉하거나 미적인 끌림 및 대안적 관계를 상징하는 흰색, 회색무로맨틱과 반로맨틱을 상징하는 회색, 성적 지향성 스펙트럼을 상징하는 검은색이 층지어 있다.
💜 케이크
무성애자 사이에 유명한 문구가 있다. “케이크가 섹스보다 좋다(Cake is better than sex)!” 그래서 무성애의 상징으로 케이크 그림이 자주 쓰인다. 물론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거나, 성적인 끌림 외의 이유로 섹스를 (케이크보다) 즐기는 무성애자들은 이 문구나 상징을 좋아하지 않는다.
💜 검은 반지
자신이 무성애자라는 뜻으로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에 검은색 반지를 끼기도 한다. 위치나 색상이 큰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고, 무성애자끼리 서로 알아보기 위한 표식 같은 것이다.
💜 카드와 ‘에이스’
무성애자(에이섹슈얼)을 흔히 ‘에이스’로 줄여 부른다. 그 발음이 플레잉 카드(트럼프 카드)의 A(에이스) 카드 이름과 같다는 점에 착안해, 카드의 네 가지 문양을 무성애자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스페이드는 무로맨틱 무성애자, 하트는 유로맨틱 무성애자, 다이아몬드는 반성애자, 클럽(클로버)은 회색무성애자라는 식으로 각 문양에 다양한 정체성을 배정하기도 하는데,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사실은 이 사람도!
아이돌 그룹 탑독의 전 멤버 한솔(현재는 나빈치라는 이름으로 댄서 활동 중)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인이 에이섹슈얼이라고 밝혔다. 당시 아직 탑독 탈퇴 발표 전이었기에 케이팝 아이돌로서는 최초로 무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사례이다. 『뼈 사람들( The Bone People) 』 로 부커 상을 받은 케리 흄, 『닌자의 왕』을 그린 만화가 카마타니 유우키, 《프로젝트 런웨이》의 멘토로 유명한 팀 건 등도 무성애자로 커밍아웃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