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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파티

월경파티

박막례 할머니 헌정 콘텐츠

5min
월경파티

목적

많은 여성들은 월경을 생각할 때 반사적으로 고통을 떠올린다. 지긋지긋한 것. 귀찮은 것. 번민을 주는 것. 아픈 것. 불안하게 하는 것. 그러나 아직 첫 월경을 하지 않은 소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초경을 떠올릴 때 ‘오매불망’, ‘파티’, ‘기대’와 같은 귀엽고 즐거운 연결 짓는다. 최근 십년간 유행하기 시작한 초경파티가 월경의 두렵고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유쾌하게 바꿔놓았다. 우리도 초심으로 돌아가 나의 월경과 약간의 거리를 두어보자. 월경의 나쁜 기억은 툭툭 털고 좋은 것들만 보아 안고 가자. 내 몸의 자연스러운 기능을 삶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을 치러보는 것도 좋다. 초경만 파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국가가 허락한 합법적인 오락행위, 월경파티를 열어보자.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월경파티를 준비하자!!

월경이 싫어도 파티는 좋을거야

부끄러운 월경?

‘거의 모든 여자들이 하는 일인데 왜 나는 이렇게 월경이 어색하고 싫을까?’ 하고 고민하며 자책하는 사람이 있다. 21세기를 사는 현대 여성임을 자부하면서도 사람들 앞에서 월경을 월경이라 말하지 못하는 자신에 씁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고민과 껄끄러움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 사회가 월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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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생 박막례 할머니의 처음 열 여덟 살 먹은 해에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과 함께 멘스가 왔대. 그때는 다들 생리를 멘스(menstruation)라 하더라구. 내 팬티에 피가 막 묻었는데, 올케가 그게 멘스라고 크면 하는 거라고 알려줬지. 이제부터 달마다 하는 거니까 엄마한테 말해서 장에서 천 떼 오라고. 근데 엄마한테 말 못했어. 내가 적삼 하나 착 뜯어서 내가 했어양. 지금까지 엄마한테 말 안했어. 하늘에서도 모르실걸? 옛날 사람들은 다 그렇게 했어. 몰라가지고. 말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아가지고 그랬지. 근데 지금은 파티 안 해주면 촌스러운 부모야. 요새 드라마에서는 꼭~ 생리파티 하더라.

47년생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는 초경이 시작되고 완경이 올 때까지 어머니와 ‘월경’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묵언의 전통’을 자신의 딸에게 물려준다. 20년 12월 3일 공개된 영상에서 할머니는 마흔이 넘은 딸이 월경을 시작했는지를 아직도 모른다고 이야기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박막례 할머니의 수제 월경대는 조선 시대의 월경용품, 개짐과 닮았다. 무명이나 삼베천을 접거나 꿰매 만드는 것으로 세간에는 흔히 ‘세답’이라고 불렸던 것이다. 세답은 ‘빨랫감’을 뜻하는 말로 월경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는 시대적 분위기를 알려주는 상징적 민속품이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몸의 활동을 숨겨야 했던 조선시대 여성들은 남의 눈을 피해  이  ‘빨랫감’을 처리하는 게 큰 일이었다. 아침 일찍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말릴 때에도 몰래 숨길 곳을 찾아야했다. 막례 할머니도 월경대를 말릴 때 방 안에 종이를 깔고 말렸다고 한다. 박물관 속 조선시대 여성이 아닌, 유튜버 할머니도 그런 시절을 보냈고, 우리는 그와 같은 세상을 산다. 왕조가 무너지고 강산이 바뀌어도 월경에 덧씌워진 비밀과 수치의 그림자는 더디게 치워졌다.

축하하는 월경!

지금은 파티 안 해주면 촌스러운 부모야. 할머니의 말처럼 월경에 대한 인식은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처음 월경을 할 때 “어떡하니” 라는 말을 듣는 아이 보다 “축하해!”라는 말을 듣는 아이가 많아졌다. 딸의 초경에 케이크와 꽃다발을 준비하는 아버지가 일일드라마에 등장한다. 마지막 회에는 반드시 세트 속 식탁에 대가족이 모여 거한 저녁 식사를 즐기는 장면이 나오도록 설계된 답답한 세계관 속에서도, 초경은 축하해주는 것이 ‘멋진’ 것이 되었다. 개인의 주제가 아닌, 여성의 주제가 아닌, 가족의 주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해야 할 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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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해주믄 안돼? 마흔이 넘은 딸과 월경 이야기를 한번도 해 본적 없음을 깨달은 박막례 할머니는 뒤늦게 파티를 준비한다. 형편이 좋지 못했던 시절, 삶이 버거웠던 엄마에게 선뜻 월경을 이야기 하지못했던 어린 딸의 모습이 아직도 ‘짠해 죽겄으니까’. 케이크를 받아 든 다 큰 딸은 민망해서 괜히 목소리가 커진다. 아니 20년도 넘어서 무슨...! 하지만 이미 눈물은 그렁그렁하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월경을 축하받지 않았으며, 스스로도 무심하게 넘겼을 할머니는 자신이 받아보지 못한 선물을 딸에게 준다. 그리고 완경파티는 정말 제때 잘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스무 해도 지난 과거의 일을 축하하는 데도 월경파티는 유효하다. 월경파티에서 중요한 것은 월경이 아닌, 파티이기 때문이다. 월경이 좋은 것이라서, 월경 그 자체에 가치가 있어서 축하하는 것이 아니다. 월경파티를 하는 사람들은 월경의 주체인 사람에 온 관심을 쏟는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들에 주목하고 신경을 쓰고, 보호해주고 싶다는 표현으로서 파티를 한다. 월경을 하지 않는 상태인 완경을 축하하는 파티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도 우리의 소박한 파티가 삶의 일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미국의 카운슬러 질 휘트니는 “여성이 지지받고,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변화와 전환의 시기에 매우 중요한 자존감과 자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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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월경파티를 준비할 때 체크 해볼 것 주객이 전도된 파티는 나쁜 추억을 남긴다. 악몽을 피하고 싶다면 이런 질문에 먼저 답해보자. 1. 이 파티는 그 사람을 위한 것이 맞나요? 당신이 ‘멋진’ 사람임을 보여주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닌가요?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누구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건가요? 2. 그 사람은 어떤 방식의 축하를 좋아하나요? 그 사람의 성격에 맞게 파티를 준비했나요? 3. 그 사람이 영향을 받는 집단에서는 어떤 축하방식이 유행하나요? 충분히 이해하고서 진행하고 있나요?

어른의 월경파티

초경이 아니어도, 완경이 아니어도, 특정 시기가 아니어도. 축하하고 싶으면 파티를 하면 된다. 자기 자신에게 파티를 열어줄 수도 있다. 우리는 어른이니까. 내 취향의 케이크 한 판을 혼자서 해치울 수도 있고, 맛있는 술과 함께 즐길 수도 있다. 월경을 하느라 애쓰고 있거나, 애쓴, 또는 애쓸, 아니 일단 나와 함께하는 내 몸을 귀하게 여기겠다고, 관심을 주겠다고 다독이는 시간을 갖자.

요약

  • 월경파티에서 중요한 것은 월경이 아니라 파티다
  • 초경이나 완경과 같은 특정 시기가 아니더라도 여성의 몸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자
  • 월경파티는 사랑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다
참고문헌
나는 월경파티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엄마 완경파티 해드리고 싶어요. 고생했어 울엄마. 생리하고 나 낳고 키우느라!!

    2021.10.20좋아요26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2

      완경파티 완젼 좋은 생각이에요! 사실 초경파티보다 이모든걸 겪고(?) 나서의 완경파티가 더 갬동일듯…

      2021.10.20좋아요6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4

      완경파티 너무나 멋진걸욥

      2023.02.06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8

      완경파티 생각지도 못했는데 저도 엄마를 위해 준비해야겠어요

      2024.03.22좋아요0
  • user thumbnale
    즐거운 밤

    마지막에 월경파티 준비할때 체크해볼 질문들..너무 사려 깊어서 좋아요 컨텐츠 읽어 내려가다가 이런 월경파티 문화가 진정 그사람을 위한것보다 '이런것까지 챙겨주는 나는 멋진사람' 에서 그치면 어떡하나 생각했는데 역시 자기방...최고

    2021.11.05좋아요9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3

    저희 언니가 처음 월경할때 축하해줬는데, 제가 할때는 축하안해줘서 아쉬웠던 어렸을때 맘이 있었어요! 그런데 관점을 달리 생각해보니, 내스스로이게도 축하할수도 있는거고, 저 뿐만아니라 부모님의 완경파티 해드린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2022.10.24좋아요1
  • user thumbnale
    둥그런 새털구름

    셋중 막내이기도 하고 언니가 신경써준다고 엄마아빠랑 새하얀크림에 새빨간 딸기가 올려진 생크림케이크를 사서 생리축하를 해줬어! 엄마는 남사스럽다고 했지만 난 기분이 좋더라! 그뒤로 애들한테도 꼭 말해! 생리는 재채기같은것과 같다고!

    2023.05.04좋아요0
  • user thumbnale
    투명한 소라

    저는 저에게 월경파티를!! 해주고 싶네요:) 초경은 많이 지났지만 지금 파티한다고 생각해도 넘 기분 좋은걸요

    2023.05.20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5

    저는 가족이 크진 않지만 작게나마 월경 파티를 했어요! 막둥이 동생이 초경을 시작하면 월경파티 해주고 싶네요

    2023.05.27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6

    중학교때 처음 월경 하고 가족들이 월경파티 해줬었는데 나는 싫었음… 사타구니에서 피 좀 난거 가지고 유난이고 임신가능한 여성의 몸이 되어서 축하한단 말도 기괴하고 싫었음… 나는 결혼도 안할거고 애도 절대 안낳겠다고 유치원때 부터 생각하던 사람이라 진짜 걍 역겹기까지 했었는데… 그때 생각 하니까 또 기분 잡치네

    2023.08.01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7

    친구가 발레리나가 꿈이어서 체중 조절하느라 중 3이 될 때까지 초경을 안 하는 상태였어요. 발레나 체조 같은 분야에서는 사춘기로 인한 체형 변화를 체변이라고 부르면서 오지 않기를 바라요. 가슴과 엉덩이가 커지니까 회전력이 떨어져서 기술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소화하기도 어렵고 몸선도 발레나 체조에서 추구하는 미에서 멀어져서요. 그래서 친구가 자기는 여태까지 생리 안 해서 다행이라고 말하다가 고 2 때 초경을 했어요. 걔는 예고 전 일반고에 재학 중이이었어서 카톡으로 알게 되었는데 우연인지 체변이 변인으로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부터 애 성적이 떨어져 결국 입시 결과도 꿈꿨던 곳보다 한 단계 낮아졌어요. 애가 슬퍼하고 좀 늦게 했으면 나았을 걸... 라고 말해요. 제가 발레리나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일 수도 있는데, 친구의 전공과 직업이 발레인 거지 인생 그 자체가 발레가 아니잖아요. 발레리나이지만 그 이전에 여자잖아요. 그런데 초경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듯해서 그 인식을 바꿔주고 싶어요

    2024.02.05좋아요3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9

    현재는 없지만 나중에 딸아이를 갖게 된다면 꼭 월경파티를 해 주고 싶어요. 월경이 스트레스를 많이 주고 짜증 나는 놈(...)이긴 하지만, 성숙해지는 길이고 어른이 되는 과정 중 하나인 걸 아이가 자랑스러워하면 좋겠어요.

    2024.06.27좋아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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