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아직도 우리 세상에는 ‘처녀막’으로 불리는 신체 조직에 대해 잘못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여성의 생식기 위에 덮개 같은 막이 있어 이것의 파손 여부에 따라 순결을 판단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미 100년도 전에 해부학적으로 처녀막과 이를 둘러싼 속설들이 모두 거짓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미신은 지금껏 살아남아 여성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과학의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지성인이라면 이 유구한 오해를 우리 세대 내에서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처녀막이라는 '사기'
✔️ 처녀막, 또는 질 주름
질의 입구에서 내부로 1~2cm 들어가면 얇은 주름을 구성하는 점액 조직이 보인다. 얇은 막이라기 보다는 고무줄이나 머리끈과 비슷한 형태를 띤다. 오랫동안 사회에서는 이 부위를 ‘처녀막’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왔지만 이 질 주름은 처녀성(성교 경험 없음)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일반적인 막의 봉쇄 개념과도 상충된다.
잘못 붙여진 이름은 이 신체 부위에 대한 오해를 더욱 부추겨왔다. 그래서 최근에는 일부 서구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질 코로나’ 등 새로운 명칭이 제시되고 있다. 이 문서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흔히 처녀막으로 불리는 ‘질 입구의 주름’을 간단히 ‘질 주름’으로 명시하거나 필요에 따라 병기할 것이다.
✔️ 오래된 거짓
많은 문화권에서 질 주름은 수세기 동안 처녀성의 지표로 사용되었다.
질 주름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오해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 처녀막(질 주름)이 파열되면 반드시 출혈이 난다 따라서, 질 삽입 시 출혈이 없었다면 첫 성교가 아니다
- 처녀막(질 주름)은 한번 파열되면 영원히 사라진다 따라서, 처녀막 검사를 통해 누가 처녀이고 아닌지를 알 수 있다
✔️ 진실
과학자들이 밝혀낸 질 주름의 진실은 사회에 퍼진 통념이 모두 틀렸다고 말한다.
해부학적 연구에 의하면 잘못 알려진 정보들은 이렇게 정정되어야 한다.
- 처녀막(질 주름)은 질을 완전히 봉인하고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마치 ‘개봉 후 환불 불가’ 스티커가 붙어있는 랩을 연상하곤 하지만 실제 질 주름 조직은 질을 그렇게 봉쇄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은 중앙에 동그란 구멍이 난 도넛 형태나, 탄력성 있는 헤어슈슈(곱창머리끈)와 비슷한 형태다. 사람마다 눈과 코의 모양이 모두 다른 것처럼 질 주름의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커다란 구멍이 하나만 있는 사람도 있고, 작은 구멍이 여러 개 있는 사람도 있다.
- 처녀막(질 주름)이 파열되어도 출혈이 없을 수 있다
질 주름의 모양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이 명제를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신체 부위는 헤어슈슈처럼 구멍이 뚫려있어 탐폰, 월경컵, 음경 등이 질에 삽입될 때 손상 없이 (또는 적은 손상만 입고) 받아들일 수 있다. 게다가 신축성과 탄력이 있으므로 질 주름의 구멍보다 큰 물체를 삽입할 때에도 출혈이 없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질 삽입 성교는 처녀막을 파열시키지 않을 수 있고, 파열시키는 경우에도 출혈이 없을 수 있다. 즉 첫 성교에서 피가 나오는 것도, 나오지 않는 것도 모두 정상이다.
- 처녀막(질 주름)은 파열된 이후에도 제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
질 주름은 사라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질 주름의 점액 조직에 경미한 파열이 발생하는 경우 보통 24시간 내에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여성들이 첫 성교 이후에도 질주름을 그대로 간직하는 이유다. 또한 손상된 경우에는 이전과 다른 모양으로 변할 수 있지만 완전히 찢어져서 몸 외부로 배출되거나, 영영 없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 사회적 피해
- 수치심
잘못된 이름이 붙은 작은 살점 하나는 전 세계 수많은 여성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소녀들이 운동을 하다가, 자전거를 타다가, 탐폰 때문에, 아니면 성 행위를 통해 질 주름이 손상될 것을 두려워한다. 처녀성에 대한 거짓말은 이렇게 여성들의 기회와 자유를 빼앗아왔다.
- 명예살인
일부 문화권에서는 여성이 결혼 전에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의심되면 살해 위협을 받는다. 이러한 경우 처녀막(질주름) 출혈은 훌륭한 거짓 증거가 될 수 있다. 결혼 첫날 밤에 피를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남편이 아내의 가족에게 항의하고, 가족들은 그 여성에게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죄를 씌워 살해하는 일들이 지금 우리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 인공 처녀막
질 주름에 대한 그릇된 믿음은 여성들에게 두려움과 압박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 결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두려움을 겨냥한 상품도 여럿 등장했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과 SNS 등을 통해 ‘순결을 돌려준다’는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출혈을 재현할 수 있는 피 캡슐부터, 셀룰로오스 필름이 사용되는 인공 처녀막 키트, 질 조임을 강화시켜준다는 젤 등등. 의료계에서도 질 주름을 ‘재건’해준다는 외과적 수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병원들이 ‘처녀막 재생술’을 시술한다.
✔️ 순결?
한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와 사회에서 ‘처녀성’은 곧 ‘순결’의 의미를 띤다.
대부분 상황에서 순결의 판단 지표는 아주 단순하다. 질 삽입 성관계 여부다. 한편, 순결의 반대말은 곧 불결이고, 종교적으로는 음욕의 죄로 특정된다. 이러한 부정적 언어는 성행위를 갖는 모든 이들에게 죄의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지금은 21세기이고, 이제 많은 사람들은 순결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할 필요성을 느낀다. 한 사람이 처녀인지 아닌지, 성경험이 있는지 없는지, 순결한지 아닌지는 신체적 상태가 아닌 개인적 경험과 사고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자신의 몸에 대해서 순결의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그 몸의 주인이다.
요약
- 처녀막(질 주름)은 여성의 성 경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
- 처녀막(질 주름)을 둘러싼 미신을 타파해야 할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