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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용품 없이 월경하는 사람들

월경용품 없이 월경하는 사람들

프리 블리딩(free bleeding)이란 무엇일까

월경용품 없이 월경하는 사람들

목적

대부분의 여성들이 매달 신비한 도전을 하고 있다. ‘월경은 하되 절대 월경하는 것처럼 보이지 말 것’. 그리고 거의 모두 완벽하게 수행한다. 매 주기마다 30~40ml의 핏물을 감쪽같이 처리해 냄새도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으. 모두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안다. 하지만 평생 동안 500번의 주기를 거치면서 매번 성공하기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기이한 완벽함에 항의하고 싶어졌다. 아, 피가 나오는데. 좀 흘리면 어때! ‘프리블리딩(free bleeding)’의 시작이다. 정말 그냥 흐르게 두면 어떻게 될까?

피 좀 흘리면 뭐 어때용

프리블리딩 (free bleeding)

월경대, 탐폰 등을 사용하지 않고 월경혈이 자연스럽게 흘러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때로는 공공연하게 전시하기도 한다. 왜 그렇게 할까? 월경을 숨겨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 비싼 월경 용품 가격 등에 항의하는 개인의 시위 활동이다.

프리블리딩, 짧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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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사라의 블로그
”나는 신경 안 써!”

2004년 미국의 블로거 사라는 “나는 가끔 싱크대에서 팬티를 빨고, 침대에 피가 묻어있어도 신경 안 써. 자책하지 않아. 나는 게으르지 않고, 무책임한 것도 아냐. 그냥 가끔은 그냥 넘쳐도 괜찮다고 생각해!” 라는 글을 남겨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받았다. 온라인 상에서 ‘프리블리딩’에 대한 최초의 언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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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엠마의 화보
”피를 보게 될걸”

2012년 스웨덴의 엠마 아르비다 바이스트롬은 공공장소에서 월경혈을 흘리고 있는 소녀들의 모습을 화보로 연출해 온라인 매체 ‘vice’에 공개했다. 강렬한 이미지들이 온라인 상에서 격한 논쟁을 불러왔다. 화보의 제목은 “There will be blood”. 직역하면 ‘피를 보게 될걸’, 의역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거야’라는 뜻의 의미심장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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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실패한 조작
#freebleeding

2014년,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4chan’에서 몇몇 누리꾼들이 “여성주의자로서 가부장제에 저항하고자 월경 용품을 거부하겠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다수 언론의 취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들의 진짜 정체는 성차별주의자 집단. 여성주의자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불러오고자 사칭 계정으로 조작 활동을 벌인 것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사건을 통해 대중은 프리블리딩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접하고 긍정적 인식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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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키란의 마라톤 완주
”우린 매일 극복하지”

2015년 미국의 드러머 키란 간디는 일부러 월경용품을 착용하지 않고 런던 마라톤에 도전했다. 결승선을 지날 때, 그의 레깅스는 피로 물들었지만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빛났다. “탐폰을 구매할 수가 없는 사람들, 월경통을 참고 견디면서 괜찮은 척하는 사람들, 우리 자매들을 생각하면서 뛰었어요. 우리가 매일 극복하고 있지만 세상이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싶었거든요”

프리블리딩, 왜 할까?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월경 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 ’월경을 왜 부끄러워해야 해?’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싶은 사람

🎁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월경할래’

월경 때문에 작아지고 싶지 않은 사람

☹️ ’월경 용품 왜 다 비싸고 불편해?’

제품 관행과 월경 빈곤을 비판하는 사람

🗑️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환경에 해를 끼치기 싫은 사람

☂️ ’가격이 너무 부담 돼’

경제적 이유로 구매하지 못한 사람

💰
월경용품을 사지 못 하는 여성들

한편 자의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월경 용품을 사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 은행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최소 5억 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월경 용품과 월경 시설에 접근하지 못 한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74.7%는 코로나 이후 비용이 부담돼 월경용품 구입을 망설였다. 이들 중 74%는 부담을 덜기 위해 월경용품 사용 개수를 줄였다고 답했다.

프리블리딩, 위험할까?

월경혈 그 자체는 특별히 해로운 물질이 아니다. 다만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 있다. 월경혈이 공기에 노출되면 강한 냄새가 날 수 있고, 피를 통한 바이러스 전염에 주의해야 한다. 다른 모든 출혈 상황과 마찬가지다. 피가 묻은 옷가지나 물건 등을 세척해야 한다는 성가신 숙제도 남는다.

프리블리딩, 해볼까?

월경혈을 흘리며 42.195km를 달려야만 월경권을 수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리블리딩의 본질은 피를 얼마나 흘리는가 혹은 어떻게 보여주는가 하는 데 있지 않다. 프리블리딩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월경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수용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그저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침대 시트에 흐른 피를 보고 나서 자책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뭐 어때용” 하고 피 흘리는 몸을 인정해주자. 아주 멋진 ‘프리블리더’라고 칭찬해줘도 좋다. 오늘 나의 월경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내 태도가 시작이 될 것이다. 수천년 이어진 거대하고 멍청한 전인류적 오해를 파괴하는 변화가 그렇게 사소하게 시작될 수 있다.

참고문헌
댓글
월경 2일차, 옷에 피가 묻었다! 나는..

월경혈이 샜을 때, 나를 탓해본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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