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OO X a양
ADHD 하기 싫은 일 해야만 할 때
인 내가

호주에서 과제를 해야할 때, 나는 매번 제출일이 다가와야 그제서야 하는 타입이었다. (변명같을 수 있음. 변명일지도?) 사실 내겐 과제를 할 완벽한 타이밍이 있다. 갑자기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몰입해서 후다닥 끝내게 되는 파워가 생기는 날이 가끔 있다. 다만 그 파워가 언제 나오는지는 아무도 모름.
대화 내용
- 쟤 뭘 믿고 아직도 과제안함?
- 슈퍼파워인가 뭐시기 믿고 안한대

끝내 파워는 생기지 않았다. 나는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과제를 할 때 미리미리 해놨음에도 줄어들지 않는 과제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실제로 머리도 뜯고, 울기도 했다.
으 진짜 하기시러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나면, 조금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과제를 시작하는데...
하기 싫어도 해야지...
차분...
휴 이제야 좀 낫네... 시작해볼까?

째깍 째깍 —
째깍 째깍 —
온갖 다양한 자세로 시도하는 중
흐음
흐음...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째깍 째깍
끄응
째깍 째깍 —

거의 반 포기한 상태로 스트레스만 받아하며 가만히 있는데 남자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혹시나 언어의 문제일까 싶어 남자친구에게 문제를 알려줬다.
그냥 포기할까봐
몰라
문제가 뭔데? 알려줘봐. 내 전공은 아니지만 한 번 봐줄게
문제가 이해가 안돼

문제의 의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포인트를 잘못 잡았고 그래서 계속해서 헤맸던 것이었다. 사실 문제의 의도는 아주 기본적이고, 심지어 이미 책에 나와있던 내용이었다. '아니.. 문제 왜이리 복잡하게 내는 건데...'
아니. 누구는 밀떡 먹고 누구는 쌀떡 먹잖아. 그리고 나는 버섯도 넣는걸?
분명 책에서 배운 내용으로 나왔을거야. 즉 이 문제를 쉽게 풀자면 '떡볶이에 기본적으로 어떤 재료를 넣냐는 거지'
아...떡,고추장,물엿?
- Q.
- 떡볶이 조리시 필수적으로 들어가야할 요소는 무엇인가?
※ 예시임

그제서야 내가 어떤 포인트에서 매번 이해를 못하는지 깨달았다. 문제가 조금이라도 내 예상을 벗어나게 되면 온갖 이상한 답변을 늘어놓으며 요점을 놓치게 되었던 것.
이게 답이라고? ...
생각
- ‘아... 문제가 어렵지 않네?’
- ‘이렇게 쉽게 풀어서 해석하니까 이해가 된다..’
- ‘단순한 문제를 나는 몇시간동안 붙잡고 있었다니....’
나란녀석ㅋ
현타....

그리고 내가 문제를 쉽게 바라보니 3시간동안 하지 못한 과제를 한 시간 안에 다 해결했다.
어라? 다했네?
결국 해냈다. ^^;
참…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전 특히 시험 때 아는 문제도 이상하게 해석하는 바람에 틀렸던 경험 / 문제의 의도 파악이 어려웠던 경험이 많아요. 더 웃긴건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고 공부도 안하고 찍은 답이 적중률이 높았던 것…
이렇게 하기 싫을 땐 하기 싫은 마음이 너무 커서인지 문제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다르게 의미를 받아들여서 쉬운 문제도 어렵게 만드는 재주가 있답니다…
혹쉬 저만 그런건가요….?

a양
성인 ADHD 환자 겸 작가
이십 대 후반에 ADHD 판정받고 난 이후 소리쳤다.
“유레카!”
@eureka.adh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