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
교육과정은 교과서에, 교과서는 수업에, 수업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는 구조이며 각 교과서에서 어떤 언어로 내용을 전개하느냐에 따라서 수업의 방향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내용요소와 성취기준은 모두 몸과 마음이 성장하며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청소년기에 배워야 할 내용들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정 교과서는 성교육 관련 요소를 어떻게 펼쳐내고 있을까요? 출판사에 따라 페이지 디자인이나 문장 스타일, 삽화의 그림체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관점과 내용은 거의 비슷한 편입니다. 대표적으로 많은 학교들이 채택해서 사용하는 일부 교과서의 ‘청소년의 성적 발달’ 단원을 살펴보았습니다.
정연쌤의 교과서 코멘터리 3차시 - 여성의 성적 호기심
CASE #7 호기심은 자제할 것?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
✔ 건강한 성 가치관 형성에 대해 다룰 때, 청소년의 성 충동을 자제하고, 청소년 유해물을 통해 왜곡된 성지식을 얻지 않을 것을 강조합니다.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들
✖ 호기심이 생기거나 필요할 때 제대로 된 성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다루지 않습니다.
✖ 청소년이 자신의 성 욕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다룰 수 있는 방법(자위!)을 다루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숙제
중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예전부터 고민하던 지점들을 녹여낸 꼭 필요한 성교육을 만들겠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교과서를 편 순간, 저의 학창시절 교과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교과서에 실망하고 분노하던 시간이 생생합니다. ‘아직도! 자라나는 10대 청소년이 이런 교육을 받고 있다니!’ 하고 말이죠.
물론 모든 교사가 교과서 내용만을 가지고 성교육을 하지는 않습니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충분히 추가해서 수업을 만드는 교사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에 필요하고 성적 주체성을 존중받는 성교육을 만날 수도, 삶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며 성적 주체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성교육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의 교과서는 전반적으로 임신과 출산에 굉장히 치중되어 있으며, 성건강과 여성의 성적 주체성은 많이 배제되어 있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이렇게 구성된 교육은 여성의 성적 주체성은 배제하고 임신과 출산의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남성 중심적 성 인식’을 강화시키게 됩니다. 삶의 특정 시기에 선택적으로 경험하는 임신과 출산이 아닌, 삶 전반에 걸쳐 실제적으로 작용하는 실용적인 정보들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의무교육과정인 초등학교, 중학교의 교육은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관점과 지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합니다. 학교 교육에서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지운다면, 사회에서도 여성의 성적 주체성이 지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의 성교육이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제대로 다루는 방식으로 변화한다면, 사회도 함께 변화할 것입니다.

요약
- 의무교육과정에서 수업의 근본이 되는 교과서가 성평등적 성교육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교실의 성교육에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지우는 우리 시대 학교 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