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OO X a양
ADHD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②
독일미대

작업을 설명하려고 페이지를 넘겼는데, 유독 한 작업이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아... 이 작업은.... 흛... 자..잠만 나... 왜 울 것 같지? 흐으윽
하... 나 왜 우냐!!

그 작업의 내용은 ‘Reset’ 이었다. 마치 게임 아이디처럼 내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을 때 했던 작업이었다.
RESET
아이디 새로 파야지
레벨 20도 못채우고 매번 새로 게임 아이디 파던 사람임.

작년 이맘때, ADHD 진단 받기 전에 나는 밤마다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진짜 이제는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좋은 사람이 될테니까 딱 한 번만 제발 제 삶 좀 리셋해주세요.
기도 내용
- 아무 신이든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 제발
- 제바알
- 제발요
-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
- 흑흑

당시에 나는 내가 너무 미웠어. 실수와 잘못을 계속 반복하는 게 너무 괴로웠어. 그래서 삶을 리셋하고 싶었어. 근데 너무 멀리 와버린거야.
그 밤마다 했던 기도가 떠올랐고, 그 때의 내가 안쓰러워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우는 날 보고 교수님은 나를 안아주었고, 반 친구는 본인의 손수건을 가져와서 건네주었다.
자! 여기!
손수건
머쓱

그리고 눈물이 멈췄다. 콧물만 계속 났을 뿐...
근데... 지금은 ADHD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
코쓱-
내 작업으로 인해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좋겠어.

독일도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열려있는 듯 보이지만 생각보다 닫혀있어
네가 앞으로 정신질환에 관해서 더 이야기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있을거야.
너의 진심이 담겨있는 작업이라서 인상깊어.
앞으로의 작업이 기대가 돼!
내가 울어서 긍정적인 피드백만 받은 건 아닌지 약간 의심이 들긴했지만 그래도 의심하기 보다는 진심으로 여기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쟤 뭐라는 건지 이해했어?
글쎄... 그냥 ADHD인거 알려주면 되는 거 아냐?
그러게 ADHD인 것만 알면 더 나아질텐데... 안타깝군...
당시 내가 그토록 바랐던 '리셋'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의미했던 것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즉 'ADHD를 인지하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요즘 든 생각은 'ADHD'약을 먹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ADHD'를 인지하고,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독일이라고 정신질환에 관대하고, 엄청 열려있다고 생각했지만 속사정은 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놀랐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제가 앞으로 할 작업이 더 의미있어질 것 같기도 하고요!
교수님과 친구들의 따뜻한 눈빛, 말투, 긍정적인 피드백 (솔직히 콧물 닦느라 집중 못해서 뭐라했는지 잘 기억 안나는데...) 진짜 좋은 이야기 많이 해줬어요.
여러분도 삶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댓글에 여러분의 의견도 남겨주세요~ 궁금합니다 >-<

a양
성인 ADHD 환자 겸 작가
이십 대 후반에 ADHD 판정받고 난 이후 소리쳤다.
“유레카!”
@eureka.ad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