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OO X a양
ADHD 진단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괴롭다 2
무기력함 그리고 변화

나는 최근 무기력함을 자주 느꼈다. 그렇게 몇 시간동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보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다.
부정적인 생각들
- 진짜 난 왜이렇게 게으르지?
- 무기력이라고 핑계대지마
- 왜 못일어나?
- 진짜 한심해 그냥 게으른거야

나도 일어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응 그래 그게 네가 게으르다는 뜻이야
...근데 핑계가 아니라...
핑계야
나 자신을 계속해서 다그쳤다.

나는 초기에 문제를 바로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심리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도와줘!

하지만 독일에서 한국인 상담사를 찾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유학생 신분으로 '심리상담'이라는 것 자체가 내게 금전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심리치료 해줄 분!
한국어로 심리 상담 할 수 있는 곳 아니?
여긴 독일이잖아...
글쎄...?

다행히도 온라인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심리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을 발견했고, 걱정반 기대반으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근데... 온라인으로 상담이 어떻게 가능한거지?
그리고 내가 했던 우려와는 달리 이점이 많았다.

코치 선생님은 내게 계속해서 질문을 날마다 던져주셨고, 이를 통해 나는 나의 부정적인 생각이 어디서로부터 오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와... 마치 내가 솔직하게 적은 일기장에 내면의 나로부터 답장을 받는 기분이 들어...
실제 면담하는 것처럼 나의 복잡하고 엉켜있는 감정/생각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나 무기력해 난 게으르고 한심해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해! 지금 힘들어서 그래
응 게으르고 한심해
내가 했던 부정적인 생각을 나의 소중한 사람이 한다면 뭐라고 말해줄 수 있을것 같나요?
이 질문을 보자 나는 머리가 띵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다독일 준비가 되어있으면서 정작 내게는 모질고, 냉정했다.
이걸 깨닫고 나니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과연 그럴까?
넌 게으르고 한심해!
그리고 이 과정이 생각과 거리두기 (distancing)임을 알게되었다.
사소하게 보일 문제일지라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깊게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니 제 부정적인 생각의 순환고리를 발견했고, 문제의 패턴을 발견하니까 해결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더라고요.

a양
성인 ADHD 환자 겸 작가
이십 대 후반에 ADHD 판정받고 난 이후 소리쳤다.
“유레카!”
@eureka.adh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