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우리나라는 자칭・타칭 마약 청정국이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비교적 깨끗한 건 맞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약물과 관련된 범죄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약물 성범죄 관련 국과수 감정 건수가 근 5년 동안 무려 3배가 증가했으니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 없다. 누군가 남의 술잔에 몰래 약을 타는 일이 이제는 영화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내 잔을 사수하라
대부분의 데이트 강간 약물 범죄는 알코올이 있는 곳에서 발생한다. 취한 상태에서는 인지 능력과 주의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몰래 약물을 술잔에 타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로 약에 취하더라도 나중에 정신이 들었을 때 자신이 약이 아닌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범죄를 들킬 가능성이 적다.
데이트 강간 약물은 그 목적이 성범죄라는 점에서 이미 중죄에 해당하지만, 약물 그 자체의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약물들은 합법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범죄를 목적으로 하므로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거래된다. 즉, 파는 사람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약물에 불순물을 섞을 수도 있고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은 약사나 의사가 아니므로 정량을 지킬 이유도 없다. 게다가 알코올과 같이 섭취한다면? 기존의 목적을 벗어난 독극물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데이트 강간 약물 복용 후 영구적인 장기 손상 및 사망 사례가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그렇다고 평생 금주할 수는 없는 노릇! 대신 자주 쓰이는 강간 약물의 종류와 복용했을 때의 증상을 알아두고 숙지하자. 나의 경계 레벨을 높여주는 좋은 밑거름이 될 테니까.
데이트 강간 약물의 종류와 증상
주로 쓰이는 데이트 강간 약물에는 GHB(물뽕), 로히프놀, 케타민 등이 있다.
✔︎ GHB(물뽕)
- GHB는 마약의 일종으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줘 황홀감을 유발한다.
- GHB는 복용하면 2~3주 내로 중독 증상을 경험할 정도로 중독성이 높다.
- 과다복용하거나 알코올과 함께 복용하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 섭취 후 15~30분 만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3~6시간 동안 지속한다.
- 무색, 무취로 액체, 흰색 분말, 알약의 형태로 유통된다.
✔︎ 로히프놀
- 과거 무색, 무미, 무취였던 로히프놀은 범죄에 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에는 염료를 넣어 파란색 알약으로 제작하거나 하얀 알약이 물에 녹으면 파란색 빛을 띠도록 만들었다.
- 그러나 여전히 무색을 띠는 알약이 있을 수 있고, 색이 있는 음료에 넣으면 파란색으로 변하는 것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 섭취 후 30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약 2시간 후 최고조에 달한다.
- 1mg만 섭취해도 8~12시간 동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주로 알약의 형태로 유통된다.
✔︎ 케타민
- 본래 고위험 우울증 치료제로 쓰이는 케타민은 환각을 일으키거나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 섭취 후 30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1~2시간 동안 지속한다. 그러나 하루 이상 환각이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 하얀색 분말 형태로 유통된다.
데이트 강간 약물 피해 예방법
미국 연방 여성보건 협회는 데이트 강간 약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제시했다.
- 음료는 자신이 개봉한다. 이미 열려있거나 타인이 개봉한 음료는 피한다.
- 잘 모르는 타인이 주는 음료는 받지 않는다.
- 항상 자신의 잔이나 음료를 들고 다닐 것. 화장실에 가져가야 하더라도 직접 휴대해라.
- 이상한 맛이나 냄새가 나거나, 음료의 색이 전과 다르거나, 잔 밑에 잔여물이 남아있다면 마시지 마라.
- 친구들과 함께해라. 자신의 몸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해라.
자신이 약물을 먹거나 성폭행당했는지 헷갈린다면
데이트 강간 약물은 상대방 몰래 음료나 술에 타서 심신미약 상태로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므로 대부분이 무색, 무미, 무취다. 게다가 술까지 마시고 있다면 자신의 흐릿한 기억과 판단력 때문에 자신이 약물을 먹거나 강간을 당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헷갈릴 수 있다.
그럴 땐 다음 사항들을 확인해 보자.
- 평소보다 숙취 증상이 심하고 전날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을 수 있다.
- 옷이 찢어지거나 기억나지 않는 얼룩이 있을 수 있다.
- 스스로 옷을 벗은 기억이 없지만 일어났을 때 옷을 벗고 있을 수도 있다.
- 몸이 섹스를 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 예기치 않은 타박상, 출혈, 통증, 긁힌 상처가 있을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데이트 강간 약물을 복용하거나 성폭행을 당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바로 아래 대처법을 자세히 읽어보자.
데이트 강간 약물 복용 시 대응 가이드
데이트 강간 약물에 대한 확신이 들어도, 들지 않아도 상관없다. 피해가 의심된다면 일단 다음 지침을 따르자.
-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 응급실에 간다.
- 소변, 대변을 보지 않고 양치질이나 세수, 샤워, 환복을 하지 않는다. 또한, 음식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시는 것도 되도록 삼가자. 성폭행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
- 경찰에 신고한다. 기억이 나는 대로 모든 일을 진술하고 기록하자.
- 최대한 빨리 소변 검사를 하자. 로히프놀은 섭취 후 72시간 이내에 검출되기도 하지만 GHB는 12시간 만에 배출되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
- 성폭행이 이루어진 장소를 잘 보존한다.
성폭행 후 두려움, 수치심, 죄책감 또는 충격을 느낄 수 있다. 전부 당연한 감정이며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 당시 당신이 술에 취해있더라도 그게 누군가 당신에게 몰래 데이트 강간 약물을 먹인 걸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당신은 엄연히 피해자며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데이트 강간 약물’, 그 애매한 표현
많은 사람이 이를 ‘데이트 강간 약물’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가해자는 피해자와 실제로 데이트 중인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당신이 잘 아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저 삼십 분 전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사람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데이트 강간 약물’이 더 친숙하지만, 전문가들은 ‘마약을 이용한 성폭행’(Drug-Facilitated Sexual Assault)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데이트’라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아니라 ‘마약’을 통한 ‘강제적인 성폭행’이라는 점에 더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약
- 데이트 강간 약물은 대부분이 무색, 무미, 무취이므로 섭취하지 않도록 예방법을 숙지하자
- 혹시나 데이트 강간 약물을 먹거나 성폭행을 당했다면 대응 가이드를 따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