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스텔스 전투기는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고 적에게 다가가 은밀하게 공격을 펼치는 무기다. 예상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공포는 사람을 심리적으로 무너지게 만든다. 스텔스의 이런 전략이 침대 위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 최근 논의되고 있는 성폭력 행위 ‘스텔싱’은 우리에게 새로운 두려움을 안겨준다.
거짓말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스텔싱은 무엇인가
‘스텔싱(Stealthing)’ 이란 ‘무엇인가를 몰래 함`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Stealth’에서 파생된 단어로, 성관계 도중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피임 도구를 제거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뜻한다.
☑️ 대표적인 스텔싱 사례
- 파트너 몰래 성관계 도중 콘돔을 제거하거나 몰래 미리 구멍을 뚫은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
- 정관 수술을 받았다거나 불임 또는 성병이 없는 상태라고 거짓말하고 상대를 안심시킨 뒤 콘돔을 사용하지 않거나 다른 피임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
스텔싱을 당한 사람들은 심각한 육체적, 심리적 피해를 호소한다. 원하지않는 임신이나 성병 전염을 걱정해야 하며, 믿었던 상대에 대한 배신감으로 고통을 겪는다. 본인이 당한 일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처가 늦어져 피해가 커지는 경우도 많다.
☑️ 스텔싱 가해자들의 논리
호주에서는 성 건강 클리닉에 다니는 여성의 32%가 스텔싱을 당한 적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줬다.
연구자들은 가해자들이 자신의 행위를 폭력이 아닌 마땅한 권리로 인식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씨앗을 퍼뜨리는 것이 남자의 본능’이라는 식의 논리를 펼치며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속이는 노하우를 공유하며 폭력을 조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현상을 분석한 변호사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는 가해자들은 제각기 다양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뿌리에서 ‘여성 혐오’와 ‘남성의 성적 우월성 증명’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스텔싱, 성범죄일까?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 즉 성폭력이며 범죄행위다. 상대의 동의 없이 피임을 거부하는 스텔싱 또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스텔싱은 ‘불법행위'는 맞지만 ‘성범죄'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스텔싱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성범죄로 규정되려면 ‘비동의 간음죄(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모두 범죄로 보는 개념)' 법안이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 비동의 간음죄가 도입되지 않은 우리 법에서는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였거나 폭행·협박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다는 것이 명확히 증명되는 경우만 성범죄로 인정한다.
스텔싱,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스텔싱을 ‘불법행위'로 인정했지만, ‘성범죄'로 다뤄지지는 못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까?
스텔싱 예방법
스텔싱은 강압적이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기만적인 행위다. 남을 속이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의 행동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스텔싱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 될 조언 몇 가지를 소개한다.
✔️ 내 콘돔 휴대하기
콘돔에 구멍이 뚫리거나 너무 오래돼서 콘돔이 손상되지는 않았을지 걱정된다면 파트너가 사용할 콘돔을 휴대하자. 적어도 ‘콘돔이 훼손되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은 덜 수 있다.
✔️ 성관계 도중, 직후 콘돔 확인하기
삽입 섹스 도중 파트너의 성기와 콘돔의 상태를 점검해보자. 사정을 마친 뒤 질에서 성기를 빼는 모습도 놓치지 말자. 관계 직후 콘돔이 제대로 착용된 상태인지 직접 확인하면 안심할 수 있다.
✔️ 경구 피임약 함께 복용하기
콘돔과 경구 피임약을 함께 복용하는 더블 더치(이중 피임)를 시도해보자. 더블 더치는 가해자가 스텔싱을 시도했을 때 원치 않는 임신을 막아줄 수 있다.
요약
- 스텔싱이란 성관계 도중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피임 도구를 제거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뜻한다
- 피해자를 육체적, 정신적 위험에 빠뜨리는 스텔싱은 단순한 속임수가 아닌 폭력이다
- 우리나라에서는 스텔싱 가해자를 형사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있지 않지만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