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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하다
열심히 공유하고 주변사람들과 대화하자
흐린눈 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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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안타지는 자기들을 위한 본문 복붙
요 며칠 꾸준히 전국방방곡곡 학교와 군대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소식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그래뵜자 이 폭력 앞에 실제로 놓인 여성들의 감정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겠지.
세상이 더 나빠졌다는 말을 안 좋아한다. 그것이 진술문으로 백퍼센트 참일 때조차 수행문으로서는 거의 대부분 염세와 냉소, 회피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뻔히 벌어지는 일을 외면하고 아닌 척 하는 것도 기만일 테고.
약 지난 10년 간 내 입장의 변화를 크게 이렇게 요약한 적이 있다. 메갈리아가 등장했던 시기 즈음엔 '남성이 어떡해야 여성들을 동료 시민으로서 존중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2010년대 후반을 넘어서면서부턴 '남성들이 어떡해야 여성들에게 동료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고. 이번에도 정말 그렇다. 이제 대체 어떻게 여성들에게 모든 남성이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당연히 모든 남성이 그런 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래서 뭐. 여성들 입장에선 어쩌라고일 뿐이다. 당장 우리 반 아무개가, 직장 동료인 아무개가 내 사진으로 뭔가를 하진 않었을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든 남자가 다 그렇지 않다는 말은 그냥 한가한 말이지. 흔히 한국을 저신뢰 사회라 비판할 땐, 신뢰를 잃은 이들의 책임을 강조하는데, 이게 젠더 차원으로만 가면 '왜 우리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냐' 이 지랄로 흐르는 거 안 이상하냐. 드라마에서도 나왔잖아. 우리는 반 썩은 사과를 반만 썩은 사과라고 안 하고 그냥 썩은 사과라고 한다.
그럼 그냥 썩은 사과로 두느냐? 그럴 수는 없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지라도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지금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느끼는 두려움과 절망의 첫 번째가 이토록 많은 남성들이 연령과 직업, 지위를 가리지 않고 주위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 재화로 비하하고 소비한다는 것이라면, 두 번째는 이에 대해 여성들의 절망에 공감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남성들이 너무 적다는 것이겠지. 당장 그렇게 말하는 남자가 있다 한들 가령 나를 보면서도 저 새낀 과연 저 단톡방에 없었을까 의심해도 할 말이 없는데. 그런데 난 진짜 안 들어갔음. 텔레그램 쓰지도 않아. 하지만 의심 받으면 어쩔 수 없어. 다시 말하지만 '합리적 의심'이라고. 이 의심을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까? 난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작은 가능성은 결국 아직 안 썩은 부위가 '날 썩은 부위와 같은 취급하지 말라' 따위 소리를 할 시간에 '썩은 건 잘못된 거고, 그게 썩은 건 나를 포함한 사과 전체의 문제이며 나도 언제든 썩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썩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말과 행동으로 꾸준히 정말 오래 걸리더라도 신뢰를 얻을 때까지 길고 길게 삶으로 증명하는 것에 있다.
그럼 사회적 신뢰 회복이 가능할까? 몰라. 이게 갑자기 어린 애들이 스마트폰 때문에 헤까닥 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그동안 젠더갈등 따위의 기만적인 개념이나 손가락 논란 같은 거 그냥 그대로 뒀다가 이 모양 이꼴까지 온 건데. 그래도, 그러니까, 해야 하는 거다. 어쩌면 다시는 한국의 여성들이 한국 남성에 대해 어떠한 믿음도 회복하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썩은 부위 도려내고 안 썩기 위해 노력하면 여성들 삶은 조금은 나아지겠지.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낄 때 진짜 우리는 썩은 사과가 아닐 수 있는 거다.
(출처: 위근우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