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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자기2024.05.02

K-장녀하면 내가 빠질 수 없지!! 산전수전 다 겪어봤다 ✌🏻

우리 집 구성원이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나 여동생이 되기까지 아주 많은 일이 있었지..

5살 터울 여동생이 생기면서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 (특히 아빠는 거의 내가 잘 때 와서 잘 때 나가거나 주말에만 집에 오는 현장직이었어) 으로 인해서 어릴 때부터 조부모님이랑 다같이 지내는 대가족이었어 우린

주말이면 꼭 외식이라도 하면서 추억을 만들어 주려던 아빠 덕분에 가족 생활도 좋았어 부모님 사이도 좋았구

그러다 내가 12살이 되던 해에 영문도 모른 채 학교 다녀오자마자 그대로 엄마 손에 이끌려서 이모네 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했어 학교까지 버스 타고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무슨 일이 있구나.. 하고 지낸 것 같아

이모네도 어린 아들이 둘이나 있었어서 오랜 시간 머무르기에는 좋은 환경은 아니었어 통학 시간도 그렇고 그렇게 우리는 근처 지역으로 이사를 갔어

그때부터 가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지 ㅎㅎ 대기업을 다니던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고 (11년이 지난 지금도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라) 투룸 빌라로 이사를 해 사이가 좋던 부모님은 그 작은 집에서 우리가 잘 때 몰래 싸우시느라 나도 어렸지만 무서워하는 동생 옆에서 티를 낼 수가 없어서 항상 괜찮다고 다독여 줬어

그렇게 관리비가 연체돼서 전기도 안 들어오고 가스도 안 들어오는 집에서도 살아봤구 내 통장에 들어있는 코딱지만한 전재산 오만원으로 관리비도 내봤어 ㅋㅋ

집에 아무도 없으니 주식은 라면, 편의점 음식이 되기 시작했고 살도 엄청 많이 쪘었지..

동생은 그런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서인지 매일 같은 악몽을 꿨고 잠결에 일어나 엉엉 울기도 하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다가 다시 잠드는 날이 대부분이었어 자기는 전혀 기억이 안 난대

그때부터 엄마를 유독 더 무서워하게 된 것 같아 엄마가 항상 혼나는 것 같아 보였고 항상 내 책상 밑에서 울었거든.. 너무 위축돼 보여서 그 흔한 가정통신문 하나 보여주는 것도 무서워할 정도였어

그러다 내가 16살이 된 해에 갑작스럽게 다시 조부모님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리고 엄마는 안 간다고 했었지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내 의견을 말해 본 것 같아 가기 싫다고 안 가면 안 되냐고 엄마 품에 안겨서 펑펑 울었어

그리고 그때부터 집안에서 나의 위치는 동생의 엄마이자 조부모님을 케어해야 하는 사람이 된 거야

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잃었지 그때는 내가 직장인이 되면 다시 다같이 살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그래서 나는 꿈을 꿔본 적도 없어 내 꿈은 어디든 빨리 취직해서 다시 다같이 사는 거였으니까

조부모님 집으로 돌아오고는 엄마랑 전화하는 것도 눈치 보며 해야 했어 할머니가 엄마 바람 나서 우리 버리고 갔다는 둥 엄마 욕을 엄청 했거든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고부갈등으로 인해서 법적인 이혼은 안 하고 집안에서는 이혼했다고 하고 다니는 중이야)

내 꿈을 꾸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나는 동생을 챙겨야 했어 내가 동생 나이에는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무도 생각 안 해 주더라 누구에게 연락이 와도 동생 얘기만 묻고 내가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만 듣고 자랐어

그러다 18살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엄마랑 싸워 본 것 같아 또 동생 안부 묻는 연락에 내가 참다 못해 나한테는 궁금한 게 없냐고 왜 동생만 챙기냐고 나는 누가 챙겨주냐고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말이 나갔어

바로 미안하다고 하는 엄마한테 또 펑펑 울면서 나도 미안하다고 했지

이때부터는 또 할머니가 부모님의 재결합을 원한다며 나한테 니가 어떻게 좀 해봐라 하며 힘들게 했지만

아빠 형제자매가 유일하게 여동생인 고모 한 명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워낙 가깝게 지냈어서 고모네에서도 우리를 엄청 챙겨주기는 했어

만날 때마다 잘 커줘서 고맙다고도 해 주고 고등학교 가서 입시 상담도 부모님이 아닌 고모랑 고모부가 해 줬으니까 ㅎㅎ

성인이 되어서야 이 모든 걸 알아차렸어 그것도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우리 집에서 나라는 사람의 위치가 뭔지도 내가 회피불안형의 기질이 있다는 것도..

나라는 사람을 어쩌면 내가 지우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모든 걸 알고 있지는 않지만 한부모가정에서 내가 엄마 역할을 하면서 자랐다는 것 정도만 아는 남자친구가 큰 힘이 되어줘서 용기 내서 정신과 진료도 받아보고 지금은 나라는 사람을 내가 지키려고 하고 있어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내 삶이 정말 지옥이었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부모님과의 좋은 기억들이 많이 떠올라서 행복해 ㅎㅎ

고등학생인 동생이 알바를 하고 조부모님도 일을 나갈 정도로 못 사는 형편이지만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딱 하나 장담하는 게 있다면 나는 내가 한부모가정인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아

한부모가정이라 사랑받지 못한 것도 아닐 뿐더러 그 안에서 오히려 돈독함이 더 커졌다 생각하고 있구 그럼에도 주말마다 집에 와서 추억 만들어 준 아빠의 노력이 많이 컸다고 생각해

지금은 한 달에 한 번도 올까말까라 아빠가 가출을 한 건 아닌지 의심이 가긴 하지만 ㅋㅋㅋㅋ 우리는 아직도 아빠랑 손 잡고 다니고 뽀뽀도 해!!

끝은 딸부자 아빠의 행복으로 마무리 지을겜 ㅎㅎㅎ 진짜 우리 같은 딸 없다구 생각한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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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아빠 정말 멋있는 어른이시다..🩷

    2024.05.02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잘자 자기야!

      2024.05.02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2

    고생 진짜 많앗다…

    2024.05.02좋아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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