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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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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향 에메랄드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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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오고 있었다

안국역에서 너를 처음 만나던 날이 떠오른다. 어
쩐지 어색한 미소를 짓던 네 모습이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뒤로하고 걷던 너는 배시시 웃으며, 애써 담담한 척 내게 손을 잡자고 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마지못해 네 손을 잡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우리의 시작은.

네가 나직이 무슨 말을 읊조렸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그 순간 온 신경이 네 손끝에 닿아 있었다. 맞잡은 손 사이로 조금씩 온기가 차올랐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도 놓고 싶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걷고 있었지만 마음은 자꾸만 손끝으로 쏠렸다.

우리에게 여름이 오고 있었다.

초여름의 열기만큼 마음도 빠르게 데워지고 있었다. 너를 처음 본 순간이었는지, 카페에 마주 앉아 눈을 맞췄을 때였는지, 나란히 걸으며 서로의 박자에 발걸음을 맞추던 순간이었는지.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우리 둘 다 알 수 없을 것 같다.

무언가 시작되고 있었고, 마음은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햇빛을 피해 시원한 그늘을 찾기보다 너와 조금 더 걷고 싶었다.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맞잡은 손의 감촉이 좋았고, 가까이 걸을 때마다 팔과 어깨가 스치는 것이 좋았다. 바람이 불면 네 쪽으로 머리카락이 날렸고, 나는 그것마저 괜히 좋았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볕은 조금씩 따가워지고, 나무는 짙어지고, 걷다 보면 이마에 금세 땀이 맺혔다. 차가운 음료를 손에 들고도 우리는 한참을 걸었다. 덥다는 말을 하면서도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너와 함께 있을 때는 더운 것이 싫지 않았다.

손바닥에 땀이 차면 잠깐 손을 놓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손을 잡았다. 차가운 것을 찾아 마시면서도 서로에게는 더 가까이 붙었다. 햇빛에 달아오른 얼굴로 마주 보고 웃었고, 웃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또 조금 뜨거워졌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좋아한다는 마음은 어쩌면 여름을 닮았다는 것을.

가만히 있어도 온몸에 열이 오르고, 피하려 해도 어느새 그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되는 것. 조금 덥고, 조금 숨이 차고, 때로는 정신없을 만큼 뜨거운데도 그 열기에서 도망치고 싶지는 않은 것.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것.

너와 나는 그렇게 여름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손을 잡고,
땀을 흘리고,
자꾸 웃으면서.

우리에게 여름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여름이 몹시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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