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쩔 수 없는 마음
공허한 말들이 쏟아지고
지킬 수 없는 약속이 흩어진다.
그 와중에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하며
스스로를 지키려고 한다.
그래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너와 잘 되지 않는 것도
네가 바빠서 연락이 되지 않는 것도
네가 실은 내게 어쩔 수 없는 정도의
마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마음조차 어쩔 수 없기에
모든 마음을 어쩔 수 없다는 한마디에
욱여넣고 말아버린다.
꽁꽁 마음을 숨기고
애써 어쩔 수 없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잘 지내냐고 묻는다.
잘 지낸다는 너의 말에
다행이라고 말하고
정말 다행인지 생각한다.
한때는 네가 잘 지내지 못했으면 했다.
나를 잃은 일이
너에게도 조금은 아팠으면 했다.
늦은 밤 문득 생각나는 이름이
나였으면 했고
별것 아닌 노래 한 소절에도
나처럼 잠시 멈춰 섰으면 했다.
그러다 또
그런 마음까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끝나는 데에는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고
한 사람의 마음이 먼저 떠나는 일에도
그럴듯한 이유 같은 건 없다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너는 바빴고
나는 기다렸고
너는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괜찮다고 했다.
괜찮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참 편리해서
네가 하지 않은 말도 대신해주고
내가 묻지 못한 질문에도 답해주었다.
왜 연락하지 않았어.
왜 조금 더 붙잡지 않았어.
왜 나를 사랑한다고 해놓고
그 정도밖에 사랑하지 않았어.
그럴 때마다 나는
어쩔 수 없었겠지,
하고 너를 이해했다.
어쩌면 너보다
내가 더 열심히 너를 이해했는지도 모른다.
이해하면 덜 미워할 수 있었고
덜 미워하면 아직 사랑해도 될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너를 놓지 못한 것이 아니라
너를 이해하는 일을 놓지 못했다.
이제야 생각한다.
어쩔 수 없었던 것은
우리가 헤어진 일이 아니라
마음이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이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이제
네 마음은 네게 돌려주고
내 마음은 내가 데려가려고 한다.
네가 나를 그만큼 사랑했던 것도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했던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너 없이 잘 지내게 되는 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