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체품
마음속으로는 계속 네 연락을 기다리면서도
괜히 다른 남자와 시간을 보내본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좋아하는 너를 생각한다.
그는 나를 좋아한다.
내가 무심코 한 말을 기억하고, 내가 가고 싶다고 했던 곳을 찾아보고, 헤어진 뒤에는 집에 잘 들어갔느냐고 묻는다. 그런 다정함 앞에서 나는 가끔 미안해진다.
그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볼 때, 나는 휴대폰을 뒤집어 놓는다. 네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이기적인 마음이 밉다.
그가 내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네 연락을 기다린다.
답장은 조금 늦게 한다.
기다리지 않았던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그러면서 네 답장이 늦어지면 몇 번이고 휴대폰을 확인한다.
기울어진 마음 뒤로 네 연락만 바라보는 바보 같은 내가 싫다.
어쩌면 그도 알지 모른다.
내가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내 옆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도 너에게 그런 사람일까.
네가 심심할 때 생각나는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만나고 싶은 사람.
좋아하지는 않지만 놓아버리기에는 아쉬운 사람.
그 생각을 하면 조금 우습다.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미안하면서도 자꾸만 허공을 향해 헛도는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오늘도 그의 맞은편에 앉아 네 연락을 기다린다.
그리고 어쩌면 너도,
누군가의 맞은편에 앉아
다른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장 속의 어장,
대체품을 곁에 둔 채
대체품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