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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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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하기 편하라고 글 안에 아이스크림 이모지 넣고 썰 풀었던 적 있었어. 지금은 지웠는데 꽤 오랫동안 북마크 추가되더라. 내 썰들 좋아해줬던 자기들 정말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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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쯤 해서,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헤어졌어. 한동안은 내 연애 이야기도 남의 연애 이야기도 볼 자신이 없어서 여기 안 와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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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이 길어지면서 그 친구가 많이 힘들어하고 우울해하고 예민해지기도 했고, 나는 배려도 과하면 독이 된다는 걸 몰라서 무리하는 줄도 모르고 무리했어. 서운한 것도 바라는 것도 제대로 말할 줄 모르고 일단 참거나 못 참고 울거나 그렇게밖에 못 했어.

그 친구는 '세상이 우릴 억까한 거라고 생각하자'고 말했지만, 나는 여전히 내 잘못이 크다고 생각해. 한 달 반쯤 전까지만 해도 놓으면 안 된다고 안아주던 사람이 먼저 지쳐서 그만두자고 할 정도면 분명 내가 그 사람을 지치게 만든 거겠지.
마지막 갈등에서 내 잘못이 컸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몰라. 하지만 마지막 갈등 그 한 번만이 아니라 그동안 나눈 대화 패턴에서도 내가 잘못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서 많이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해.

그 친구는 '언동 고치기 어려운 거 아니까 그 부분을 문제 삼지는 않았고, 실망한 적 있었던 것도 맞지만 그게 헤어짐의 원인은 아니다' 라고 말해 줬었어. 또 내가 그렇게 불안해하기까지 그 친구가 잘못했던 것도 없지는 않겠지.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조금 더 성숙하게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 아무래도, 연상이었는데 나잇값 못 한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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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연애를 안 해봤던 건 아니지만 사람으로서 주변에서도 평이 괜찮았던 사람은 처음이어서일까,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많았어. 첫사랑은 아니지만 첫사랑 같은 감정이었고, 첫경험은 아니지만 첫경험 같은 감각이었고.

그래서인지 그전에는 헤어지고 나면 '밉다' '화난다' '후련하다' '시원하다' 이렇게 단순한 감정선으로 그냥 지나갔었는데, 이번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오래 남아서 괴로워. 첫 이별은 아닌데 첫 이별 같은 기분이야.

주변에선 다들 뭘 너만 그렇게 잘못했냐, 걔도 잘못한 거 많다, 네가 아깝다, 이제 잊어버리라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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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아직 재회를 상상하는 순간도 가끔 있어. 이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으니까 다시 기회가 닿는다면 조금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고. 아마 아직은 그 친구보다 더 내 마음이 강하게 끌리는 사람이 안 나타나서겠지.
하지만 그 친구가 돌아오지 않을 거란 것도, 설령 돌아온다 한들 재회의 결말이 좋은 경우는 드물다는 것도 아니까, 자책만 불러오는 상상은 열심히 줄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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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나를 더 단단하게 다지기로 했어.

책을 여러 권 샀어. 대화법, 의사소통, 인지치료 관련 책들. 이거 다 읽고 나면 애착유형이나 연애 소통 관련 책들도 구해보려고 해. '연애'가 뭔지, 내가 어떤 관계성을 원하는지부터 다시 짚어가야 할 것 같아.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짠 하고 바뀌진 못해도 배워 두고 평생에 걸쳐 익혀 가야지.

취미도 여러 개 새로 만들어 보고, 사귀던 때부터 같이 연습하려다 못 했던 악기도 선생님 구해서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 출퇴근길에는 핸드폰을 보는 대신 책을 읽고, 띄엄띄엄 쓰던 일기를 매일 쓰고, 잡생각이 들 시간을 다른 걸로 채워 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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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이별하고 온 친구가 그러더라. 자기 그릇을 알게 됐다고. 그런 과정으로 우리가 성장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헤어짐일 테니, 힘들지만 '잘됐다', '다행이다',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다' 싶기도 하다고.

나도 비슷한 말을 했어. 내가 얼마나 서툰 사람인지만 다시 확인했는데 한편으론 '이렇게 되려고 그랬나보다' 싶다고. '연애'에 대한 인식 중 잘못된 부분을 깨달으라고 온 사람이고 바로잡으라고 맞은 이별 같다고.

친구는 '스파이더맨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어.
스파이더맨은 엿먹으면서 성장한다고.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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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제 다시 여기 와서 내 이야기를 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괜찮으면 간간이 와서 숨어있는 채로 글 쓰고 댓글 나눌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자기들. 행복한 밤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