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기들은 성별로 정해지는 성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글이 꽤 길어..!)

처음에는 남자다운 것, 여자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해왔어. 우리가 정의한 여성성과 남성성은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정해졌을 뿐이라고. 하지만 경험을 해보니 어쩌면 성별 유전자에 기본적으로 새겨진 성향은 어느정도 있지 않을까 해. 정도는 다 다르고, 혹자는 미미할 수도 있지만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사회와 유전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기에, 어쩌면 초기 인류가 멧돼지를 사냥하며 생계를 이어나간 시절부터 고착화된 포지션이 지금 우리에게 성향적으로 남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물론 현재 사회적으로도 정해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이런 부분은 충분히 바꿀 수 있을 듯해)
이 의견이 세게 짙어진 게 어떤 쇼츠를 보고 난 후였어. 트랜스젠더 커플이어서 여자에서 남자로,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한 남녀가 만났더라고. 쇼츠에 내용은 여자분이 남자분을 놀리는, 그냥 연인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시시콜콜하고 귀여운 상황이었어. 근데 재밌게도 말하는 분위기에서 남성분은 여성분 같은 면모가 있고, 여성 분은 남성 분같은 면모가 남아있더라고. 물론 이건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라 각자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여간 이런 명제(각 성별에는 정해진 성향이 있다)가 옳다고 가정하다면, 운명적으로 정해지는 우리의 성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우리는 스스로의 성별을 정할 수 없잖아. 하지만 태어나고 겪어보면 자신이 더 선호하는 성격이나 성향이 있을텐데, 그 취향이 나의 성별적 성향과 같지 않다면?
왜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냐면 내가 그랬거든ㅋㅎㅎ 초딩부터 고등학교 초반까지, 점심시간에는 여자친구들과 밥먹으며 수다 떨고, 체육시간에는 남자친구들이랑 농구하면서 땀 흘리고, 주말에는 남녀할 것 없이 다같이 모여서 뛰놀았던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나 스스로는 두가지 성향을 모두 가진 사람이로구나. 생각했었어. 그런데 점점 성인에 가까워질 수록 좀 더 여성적인 성향이 짙어진 것 같아.
지금 돌이켜보면 남자애들이 노는 방식이 재밌어보여서(실없이 장난치고, 뛰노는?) 나도 그렇게 되려고 흉내냈던 것도 있는 것 같아.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여성으로서의 특징을 완전히 배제하고 하나의 동성 친구로서 놀고 싶었었거든. 난 이미 여성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반대로 남성적 성향까지 갖고싶어했나봐ㅋㅋㅋ 그런데 나 자체로 굴지 않다보니 그 괴리감 때문에 내적으로 고민한 날도 있었어. ‘내가 남자였으면’하고 한탄하는 일도 있었고. 하지만 결국에는 나대로 행동하기로 했고, 그러다보니 굳이 이분법적으로 나눠보자면 여성성에 가까운 듯 해.
내가 내적으로 고민했듯이 현재 사회 또한 자신의 성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상대의 성향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혹은 그러한 성향을 자신의 이득을 위해 갈취하기 때문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어. 혹은 다거나.
상대와 나의 성향을 그대로 인정하고, 결점이라 불릴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서로 농담을 던지며 웃음으로 승화하고,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하기 위해 누군가의 성격을 빌미로 삼지 않는다면 어떠한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을까 생각해보고는 해. 물론 현실가능성은 거의 없지만ㅋㅋㅋ 번외로 이러한 성별로 나뉘는 성향이 성역할로까지 이어지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야 흠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사실 그냥 기록용으로 끼적끼적 쓴 건데, 이 글을 계기로 이런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올려보아ㅎㅎ 너무 두서없이 써서 맥락이 이상할 수도 있어..ㅋㅋㅋ 시간이 된다면 스스로의 의견을 댓글로 남겨줘! 동의한다면 어떤 부분을 동의하는지, 비동의한다면 어떤 부분을 비동의하는지 자기들의 생각을 듣고 또다시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