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헛해서 간만에 들어왔다가 생각 정리 겸 썰풀기

내가 원하는 관계란 무엇일까.
너무 바빴는데 친구가 어플로 열심히 섹스하고 다니길래, 아 나도 큰 사람이랑 하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어플을 다시 깔았었어.
여러 명을 만나 대화만 해봤지만 딱히 두번째 만남으로 이어지진 않았고, 한 명을 만나 섹스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지. 그러다가 만난 한 남자.

너무 로맨틱한 사람이었어. 다섯 번 밖에 보지 않았고, 내가 생리 중이라 섹스도 없이 키스만 했지. 외국인이라 본국에 급히 돌아가야 했는데,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았어. 항상 여행 다니는 사람이라 언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나를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는지- 정확한 마음은 모르겠지만.
나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추억이 뜸해지는 연락으로 퇴색될 수 있으니 강렬하게 마무리하는 게 더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것에는 동의했지.

하지만 지금 문제는, 짧은 만남임에도 너무 강력했다는 거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빠졌구나 확신하게 되는 진심이 담긴 눈빛과 말들, 위트, 웃기지만 진지한. 내가 이런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두려워서 그가 떠날 때 아쉬웠던 거 같아. 사실 남자들 별로 안좋아해도, 마음 아주 깊숙한 곳엔 로망이란 게 있었지. 서로에게 완벽히 빠져드는 사랑 말이야. 한 번 뿐이었던 연애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강렬함을 준 사람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제 모든 기준은 이 사람이 될텐데. 이제 믿을건 시간과 괜찮은 사람이 나타나길 바라는 희망 뿐.

가벼운 마음으로 앱을 시작했지만, 섹슈얼만을 생각하고 있던 내게 갑자기 로맨스 어택이 들어와서ㅋㅋ 싱숭생숭한 요즘이야. 하필 어제 한국 남성과 소개팅했는데 너무 슴슴하더라.(물론 얼굴도 취향이 아닌..ㅎ)
가벼워진 만남을 하고 싶었던 게 자율의지-궁극적 바람-보단 상황적으로 그랬을 수 있겠다 스스로에 대한 고찰도 해보고.

쓰다보니 길어졌네! 다들 어떤 관계를, 사랑을, 삶을 꿈꿔? 나와 비슷한 강렬한 경험이 있는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