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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자기2024.04.05

최소 3년 짝사랑한 여자애한테 고백한 썰


내가 학창시절에 좋은 기억이 별로 없어. 취미가 잘 맞는줄알고 사겼던 친구가 가스라이팅을 심하게해서 8년을 가까이 따돌림을 당했거든.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서 고등학교 졸업만 꼬박 기다리고있었지.

걔는 나보다 한 살 어린 후배였는데 정말 멋있는 애였어. 그냥 내 취향이었던 것 같기도하고, 걔가 내 취향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내 상황을 다 알면서 날 곤란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나를 많이 신경써줬었어. 자주 찾아와서 놀았고 놀러가자고 해주고…
처음엔 그냥 정말 좋은 친구라고만 생각했거든. 내가 바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했으니까…
근데 그냥 어느날 하교길에 스쿨버스에서 장난을 치다가 내가 의자에 눕듯이 쓰러졌는데 그 애가 앞에서 날 내려다보고있는거야.
그 땐 솔직히 세상이 멈춘 줄 알았어. 다른 애들이 버스 타는 소리를 듣고 놀라서 걔를 밀치고 일어나서야 내 감정이 뭔지 알겠더라고.

깨달은 순간부턴 정말 속절없이 빠졌어. 그런데 답도없었지. 나는 졸업을 코 앞에 두고 그 동네에서 도망갈 생각밖에 없었고, 그 앤 곧 고3이 될거였고, 의대지망이었거든.
공부도 잘하고, 미인이고, 남녀불문하고 인기도 많은 그 애가 나랑 뭐가 될거라는 생각도 안들었어.
다 체념하려고 하는데 걔가 보고싶다고 집에와서 놀고가라고 하더라. 어떻게 거절을 하겠어. 놀러가서 딱히 뭘 하는 것도 아니었어. 그냥 침대에 같이 누워서 노트북으로 영상이나 보다가 잠들고 그랬지.
걔는 내가 입에 물고 있던 빵을 입으로 뺏어가기도 하고, 집에 가야된다는 말에는 허리를 끌어안고 자고가라고 졸랐어. 자기가 그렇게 말하는 상대는 나밖에 없대. 그래서 걔 방에서 걔 침대에서 걔 품에서 자고 일어났어. 그랬더니 이제 아침엔 잠이 덜 깬 날 안아서 일으켜세워주고 자기가 밥을 차렸대. 굳이 날 끌어안고 팔을 뻗어서 방 불을 끄더라. 일부러 그러나 싶었어.

이런걸 겪고나니까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어… 도망가기 전에 붙잡고싶어서. 걔네 집 앞 찾아가서 나올 수 있냐고 물어봤어. 기꺼이 나와준 애 앞에서 어영부영 바보같이 서있다가, 평생의 용기를 다 끌어모아서 정말 꼴사나운 고백을 했어.

네가 내 여자친구라는 욕심은 안 낼테니까, 그냥 내가 네 여자친구가 되고싶어.

그렇게 말하고서는 대답이 돌아오질 않아서 정말 딱 죽고싶었다? 근데 그 때 딱 뒤에서 다른 커플이 여자가 남자 뺨을 때린거야. 분위기도 이상해지고 그 애는 헛웃음을 터트렸어. 그래서 울음을 꾹 참고 거절할거면 빨리 해달라고 했던가. 그랬더니 걔가 뭐랬는지 알아?
내 여자친구가 너무 예뻐서 말이 안나와.
그렇게 말하고는 날 안아주는거야. 그 때 나는 무슨 기분이었을까? 오래되기도 했지만 아마 제정신이 아니었을거야. 그 때의 눅눅한 여름공기만 기억나는거 보면…
그 애는 내 버팀목이었으니까… 그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숨이 막히는 것 같아.
그 뒤에 이어서 그런 말도 했었지. 연애할 생각은 없지만 만약 연애를 한다고 하면 나밖에 없다고.

아쉽게도 연애는 오래 못갔어!
구질구질한 고백에 비해 내가 너무 욕심쟁이라 바란게 많았거든.
헤어져도 친구로 있어달라고 빈 것도 난데, 그것도 내가 못버텨서 도망갔어.

헤어져서도 날 품에 안고 잠들고싶어하고, 맞담배를 피고, 그 애 권유에 뚫은 피어싱을 예쁘다고 한 걸 보면 어쩌면 그 앤 나를 사랑까진 한 적 없었다고 생각도 들어.
그래도 나한텐 정말 큰 고백이었거든… 그렇게 벌벌 떨었던 적이 없어.

지금은 남자친구랑 사귀고있어! 내가 바이라는 것도 알아☺️ 현애인이랑도 고백 썰은 있는데 이건 구질구질하고 얘기가 너무 길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풀어볼게!
이벤트에 탑승해서 이런얘기하는거 너무 떨린다. 거의 10년 좀 안 됐거든… 그 땐 걔 없으면 죽을 것 같고, 다 곪은 피어싱자국도 사라지는게 너무너무 싫었는데…

어쨌든 사람은 내일을 사니까.

정말 웃긴 얘기는… 내가 게임을 정말 좋아하거든. 요즘은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로운 게임이 많잖아? 그래서 있는 힘껏 예쁘게 꾸미고나면…
첫 여자친구의 얼굴이 나오더라고…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뭔가 얼굴에 기시감이 느껴져서 쳐다보다가 그걸 깨닫고나선 정말 충격에 빠져있었어 ㅋㅋㅋ
사실 나는 그런 얼굴이라면 성별 상관없이 좋아하는 모양이야😅
지금 남자친구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긴하지만.

음… 멈가 길고 노잼썰 푼거같아서 머쓱하네 읽어줘서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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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자기 글 대박 잘 쓴다 .. 휘리릭 너무 잘 읽히고 짝사랑이자 첫사랑 썰도 대박이야 읽으면서 설레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2024.04.05좋아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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