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정말 좋게 헤어진 썰
1년 만났던 전남친이랑 헤어졌던 이야기야
나는 남친의 마음이 식은 걸 알았고,
나도 남친의 행동에 마음을 놓았던 상황이었어
원래 우리는 일주일에 두 번은 봤고 주말에는 꼭 보던 사이였는데, 헤어지기 직전에는 처음으로 2주동안 만나지 않았어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이틀 전인 목요일에 오랜만에 통화를 했었어
긴 통화의 결론은 "내일 만나서 시간을 갖자고 말하겠다"였지
나는 밤을 꼴딱 샜고, 오후 반차를 냈어
샵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받은 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위드 셋업을 입었어
마지막 모습이 정말 예뻤으면 했거든
남친은 퇴근 후 우리집 앞으로 차를 끌고 왔어
머리를 새로 했냐면서, 정말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옷도 정말 예쁘다고 하는데 마음 한 켠이 아팠어
나는 남친의 손을 잡았는데, 남친은 좀 잡다가 손을 빼고는 뜬금없이 스트레칭을 하더라고
손 잡는 것도 불편하구나 싶어서 슬펐어
그렇게 국밥을 먹고 나오면서 일부러 환하게 웃으며 "오빠 가자"라고 했더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쁘냐고 하더라
옷이 정말 잘 어울린대
그 말 하나 들으려고 내가 반차까지 내면서 샵에 다녀온 건 죽을 때까지 모르겠지
그렇게 소화시킬 겸 산책을 하는데....
그거 알아?
서로 손을 잡고 있는데 나만 잡고 있고 상대는 손에 힘을 풀고 있는 거..
난 그래도 꿋꿋이 잡았어
걸으면서 나랑 사귈 때 내가 혹시 어떤 실수를 했었는지,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등을 물어봤는데 남친이 건성으로 얘기하는 거야
그래서 "오빠, 나는 지금 오빠를 붙잡으려는 게 아니야. 나는 스스로 바뀌고자 하면 바뀐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이 틀렸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라고 말했어
그랬더니 오빠가 내 손을 꽉 잡고는, 엄지로 내 손등을 쓰다듬어 주더라
위로하는 거 같았어
나는 우리가 하기로 했는데 하지 못해서 아쉬운 것들을 다 말했고, 그동안 재미있었던 것들도 다 말했지
한참을 말하는데 문득 남친의 눈을 보니까 눈물이 맺혀있는 거야
못 본 척을 하고 남친 차로 돌아왔는데
남친이 운전석에 앉자마자 펑펑 울었어
못해준 게 너무 많아서 미안하다고
예쁘고 착한데 왜 자기 마음이 식었는지 모르겠다며 미안하다고 울었어
그렇게 30분을 얘기하다가 나를 집으로 데려다줬는데
우리 집에 수백 번은 왔었으면서 길을 계속 잘못 드는 거야
아 남친도 더 있고 싶구나 했어
그래서 "오빠 안 피곤하면 산책 좀만 더 할까?" 라고 물었더니 바로 한강공원으로 차를 돌리는 거야
씁쓸했어
원래 그 즈음에는 밤 정도 되면 피곤하다고 집에 들어가려 했었거든
우리는 또 1시간을 걸으면서 계속 대화를 했어
그렇게 긴 대화를 한 적이 있었을까
연애하고 처음인 것 같았어
이제 진짜 마지막으로 남친이 나를 집으로 데려다줬어
집에 가는 길 내내, 남친이 내 손을 꼭 붙잡는 거야
마치 한 순간도 놓치기 싫은 것처럼
집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엔 남친이 울면서 말했어
밥 굶지 말고 잘 챙겨 먹고 일찍 자고 일찍 다니라고
집 앞에 정차한 남친은 나를 빤히 보더니 꼭 껴안았어
꼭 껴안고 울었어
울면서 말했어
그동안 정말, 정말 사랑했다고
잘 지내라고
난 남친의 볼에 마지막으로 입을 여러 번 맞추고 내렸어
내리고 나서 남친 차가 가는 뒷모습을 오래 오래 지켜봤어
이게 작년 7월의 일이야
이렇게 잘 끝낸 이별이 처음이라 아직도 문득 생각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