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짝사랑을 그만 하는 방법이 있어?
일로 한 일주일 얕게 엮였던 사람이거든. 첫날부터 지금 이게 관심이 가는 건가 싶어서 헛웃음 나긴 했어ㅎㅎ 어이가 없어서 스스로 아니라고 했지만 심상치가 않더라고... 호감이란 걸 느낀 지도 5년이 넘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갑자기 마음이 울렁... 아직도 정확히 뭔지 헷갈리긴 해.
당연히 부정하긴 했어도 첫눈에 딱 꽂혔던 체형
길 안내해줄 때 아주 가까이 있어본 거
내가 일부러 인사하려고 눈 빤히 마주 봤던 일
그 사람의 성격이 보이던 지나가는 말들
다른 사람 덕분에 알아낸 이름과 MBTI
뭐 옮기다가 닿아서 꽤 뜨겁다고 생각했던 손이나
바쁘게 움직이는 뒷모습
반팔 반바지 때문에 드러난 팔과 다리
웃을 때 안 예쁘게 구겨지는 얼굴
그걸 자꾸만 좇게 되던 내 눈길
티 안 났을 거라 생각하던 나의 착각
마지막 날 술 마시고 집 가다가 아주 심란하던 마음
지금은 하는 것도 없어서 그런가~ 이것들을 계속 떠올리게 돼. 반복하고 반복해서... 혼자 청승맞게 기억을 붙잡으려는 듯이?
이제 목소리도 기억 안 나고
얼굴도 그분만 가물가물해서 단체 사진을 자꾸 들춰봐
나는 왜 항상 호감 가는 사람의 얼굴만 잘 생각이 안 날까?ㅠ
좀 더 만나고 싶어 더 알고 싶어
다른 모든 조건이 맞는다 해도 어차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예의상 연락처도 SNS도 받지 않았고, 이 넓은 곳에서 다시 만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나이 차이도 크게 나고, 얄팍하게 어필하기에도 난 무게가 많이 나가는데다 외모도 별로고 꾸미지도 않고, 딱히 존재가 매력적인 사람도 아닌 걸~
마침 가임기라 성욕이 넘쳐서 무의식이 꽂은 건지
단순히 태도와 성격을 닮고 싶은 건지
힘들었던 추억이 벌써 그리운 건지
어린 마음에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던 건지
그분의 과거와 개인정보가 궁금한 건지
사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다들 다시 모여 잡담을 하고 싶은 건지
주위에 없는 낮은 목소리를 듣고 싶은 건지
섹스를 하고 싶은 건지 연애를 하고 싶은 건지
사랑한다 말하고 비슷한 대답을 듣길 바라는 건지
결혼할 동반자가 뚝 떨어지길 바라는 건지
이게 진심인지
혼자서 쌓아가며 취하는 망상인지
죄다 진짜 바라는 건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어
원래 다 이러는 거야? 모든 게 헷갈리고 그래??
추할 거 알면서도 기꺼이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거야? 나 평생 솔로인데다 짝사랑조차도 많이 안 해봤어...
어때? 홀로 너무 곱씹어서 오버하는 게 맞아 보여?
틈만 나면 생각이 나...
집에선 뭐하고 쉴지 무슨 음식 좋아하고 못 먹을지 머리카락은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되는 건지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일 하고 있는지 취향이 어떻게 되는지 다른 감정 상태에서는 어떨지 등등이...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서 비롯돼서 말이야ㅠㅠ
대체 이걸 어떻게 관둬야 하는 건지 도움 부탁해...
그만 생각을 끊어내는 게 맞는 거지?
아니면 시들해질 때까지 이렇게 마음이 울렁울렁 이리 뛰고 저리 뛰게 두며 한숨 푹푹 내쉬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