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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자기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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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랑하는데 헤어졌다

첫눈부터 펑펑 눈이 오던 어제
만나서 눈사람이나 만들까 했는데
표정이 안좋길래 무슨일 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는 하는데
상태가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다

사귄지는 200일이 다되가고, 알게된지는 500일이 다되가는 사람이기에
표정만 보고도 뭔가 일이 있구나 눈치챌 수 있었다

열흘전쯤 서로 감정상할 일이 있었다
만나서 대화하는데 둘다 어린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그때 한 얘기는
며칠 시간을 가지던 사이에 각자 헤어질 생각을 해서 힘들었다고 너때문에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잤다는 신세한탄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는 구나
상대방이 떠날까봐 두려워 하는거지 서로를 아직 좋아하는구나 생각해서 마음이 편했고 그사람을 의심하지 않은 채 사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제 표정이 안좋은 네가 저녁에 얘기하자길래
가정에 어떤 문제가 생겼나, 지금 하고있는 일이 너무 힘든가 생각하면서, 나 잘못한거 없는데, 우리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텐데 라고 생각하며 널 만나러 갔다

만나서 산책하자고는 하는데
할말이 많아보이는 네 얼굴을 보고
어디 걸을 힘도 없고
밖에 앉을데도 없어서
건물 안 조용한 곳으로 데려갔다

한참 말을 삼키더니
우리 이제 그만 만날까.

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내가 헤어지자고 하지 않으면 우린 헤어지지 않을거라고 그렇게 얘기하던 네 입에서 그 말이 먼저 나오기까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
이 사람을 정말 잘 안다고 생각해서 말이 안나왔고
이제는 안다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얘기는 나한테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 어느때보다 널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이 시기가
너한테는 정이 남아서라고 표현되는게
나한텐 내일 뭐먹지라고 고민하던 오늘이
너한텐 내일 어떻게 헤어지자고 말하지 고민하던 날인게
군대 이후 졸업 이후 취업 이후에 너와 나를 상상하던 나를 두고
너의 미래에 내가 없어야 행복할거 같다는게
정말 한없이 비참했다

그동안의 우리의 행복은 어디갔냐고 물었다
그건 다 과거라며
이제 남은건 정 뿐이라며
너에게서 행복을 느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얘기하는데 너는 왜 우는건데

너의 행복을 방해한 사람과 헤어지는 상황에 너는 왜 우는건데
나한테서 흐르는 눈물이
너와 다른 이유에서의 눈물이라는게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울면서 화를 냈던거 같다
나랑 같은 생각으로 울어줬으면 해서
그렇지 않다면 내 앞에서 울면서 나한테 괜한 희망을 심어주지 않았으면 해서

내가 여기서 이 사람을 붙잡는다고 해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다

눈물이 그치지는 않지만
내가 우는 사이에도
다 울었냐고
더 할말 있냐고 묻는 너에게
휴지좀 가져다달라고 했다

그때부턴 진짜 이 사람을 보내줘야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고맙고 미안해…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

난 차마 고맙다고는 못했다
너랑 연애하면서 나에 대해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이제 그걸 할 수 없으니 슬프다는 말을 하고도
몇번을 더 울었다

그리고 이제 더 늦기 전에 이 사람을 보내줘야 겠다 생각해서
하고 있던 목도리를 푸르고
네가 줬던 목걸이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랬더니 네가 울기에
자, 네가 선택한 길이야
라고 마지막 말을 전한 채 밖으로 나왔다

밤부터 아침까지 계속 울고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눈물이 난다

차라리 바람을 피우지
널 미워할 수 없어서 마음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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