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피티로쓴 야설
수진은 어릴 적부터 늘 말없이 앉아 있는 아이였다. 친구들은 해변에서 조개를 캐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다녔지만, 수진은 해변 가까운 바위에 혼자 앉아 있었다. 바닷물은 그녀의 발끝을 적셨고,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도 늘 물이 차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축축한 감각. 그것은 부끄럽고, 어딘가 지저분한 것으로 배웠다. 그녀가 가진 조개는 늘 물이 많았고, 조금만 건드려도 꿈틀거렸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남들과는 다르다는 걸 일찍부터 직감했다.
지연은 달랐다. 같은 마을에 살았지만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처럼 당당하고 자유로웠다. 그녀는 조개를 좋아한다고, 특히 물이 많은 조개를 빨아먹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빨 때마다 입안에서 꿈틀대는 감촉, 그 짠내, 그게 진짜 살아 있다는 증거 같거든요." 그 말은 바닷바람처럼 수진의 목을 타고 들어왔다. 숨이 막힐 만큼.
그날 이후, 수진은 지연을 자주 바라보게 되었다. 그녀는 조개를 다루는 손길이 부드러웠고, 껍데기를 조심스레 열어 안쪽을 들여다보는 눈빛이 사려 깊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연은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것이 수진을 두렵게 하면서도 매혹시켰다. 수진은 점점 자신이 가진 조개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물이 많은 자신의 조개, 꿈틀거리는 감촉, 입술 사이에서 퍼져 나가는 그 짠내를 지연이 알아봐 주길 바랐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조개는 너무 적셔 있었고, 너무 민감했으며, 너무 수진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숨기고, 눌렀고, 그럴수록 조개는 더 진동했다. 밤이면 혼자 자신의 조개를 만져 보았다. 거기에는 바다보다 더 깊은 물이 있었고,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은 지연을 떠올리게 했다. 입술, 혀끝, 그리고 그녀의 웃음소리까지.
그리고 마침내, 결심한 날. 수진은 바닷가로 향했다. 손에는 아직 닫힌 조개 하나를 들고 있었고, 마음은 이미 열려 있었다. 해는 기울고 있었고, 지연은 그날도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진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녀 옆에 앉았다. 말없이 조개를 내밀었다. 이미 속은 젖어 있었고, 껍데기 사이로 물기가 배어나왔다. 수진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숨은 점점 거칠어졌다. 손끝이 떨렸다.
지연은 조개를 받아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수진을 보며 말했다. "많이 적셨네요." 그 말은 책망이 아니라, 놀라움도 아니었다. 오히려 따뜻한 공감이 담겨 있었다. 지연은 조심스럽게 조개의 껍데기를 벌렸다. 그리고 입술을 대었다. 조개 안의 물기를 혀끝으로 느끼며, 그녀는 미소지었다. "내가 좋아하는 조개네요. 빨 때마다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게 느껴져요."
수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부끄러움과 욕망, 해방과 안도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녀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고, 그것이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연을 통해 배웠다. 지연은 조개를 다정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대했다. 수진은 자신의 조개가 누군가의 입술에서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새로운 탄생이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함께 해변을 거닐었다. 조개를 줍고, 서로의 조개를 바라보며 웃었다. 어떤 날은 파도가 거세게 몰아쳤고, 어떤 날은 잔잔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점점 깊어졌고, 물결처럼 서로를 감쌌다. 수진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조개를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알게 되었다.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바다의 일부라는 것을.
그 무렵부터 수진은 지연이 가까이만 와도 조용히 젖어가기 시작했다. 지연의 목소리, 손짓, 심지어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만으로도 수진은 자신의 조개에 습기가 고이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마치 조건 반사처럼, 지연이 나타나면 조개는 스스로 열릴 준비를 마쳤고, 수진은 어느새 손끝으로 축축해진 껍데기를 만지며 기다렸다.
지연은 그런 수진이 귀여웠다. 언제든 자신의 조개를 빨아주길 바라는 수진의 애틋한 시선, 안달하는 표정, 붉어진 볼. 하지만 지연은 일부러 쉽게 다가가지 않았다. 수진의 갈망은 조심스러웠고, 그 조심스러움이 지연에게는 아름다웠다. 지연은 안달하는 수진을 바라보는 걸 즐겼다. 그 기다림 속에서 깊어지는 마음을, 스스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그러던 어느 날, 수진은 더는 참지 못하고 지연 앞에 다리를 살짝 벌리고 조개를 열어 보였다. 그 눈빛엔 간절함이 있었다. 한번만, 단 한번만. 조용히 속삭이는 듯한 눈빛이었다. 껍데기 사이로 고인 물이 흘러내렸고, 조개의 결은 떨리듯 미세하게 흔들렸다.
지연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이내 조개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조용히,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수진의 조개를 감쌌고, 수진은 그 감촉에 전율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수진은 알았다. 자신은 이미 조개의 감촉에, 그 축축함과 떨림에, 지연의 손길에 중독되었음을. 그리고 기꺼이, 다시 조개를 열었다. 이번엔 더 깊숙이, 더 온전히.
지연은 수진의 바다를 들여다보았다. 그 속엔 사랑과 두려움, 감각과 시간, 모든 것이 파도처럼 밀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