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함과 사랑함의 차이가 뭘까?
나는 1년을 만났는데도 정들고 익숙해지고 좋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잘 안 나와.
아직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어서인지,
그냥 표현이 어색한 건지 나도 모르겠다.
남친도 언젠가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내가 자기를 많이 좋아해주는 건 알겠는데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대.
일단 아니라고 사랑한다고 했지만,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이게 좋아함인지 사랑함인지.
그냥 남친이랑 같이 있으면 좋고 편하면서 점점 애기가 되어가고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는 나지만,
별 것도 아닌 화법이나 성향에서 불쑥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남친이 귀찮고 그래…
남친은 옷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쇼핑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나는 관심도 없고 쇼핑 체력이 없어서 하기 싫고
겨울이니까 뭐 옷 입어본다하면 남친 겉옷도 잠깐 들어줘야하는데 막 짜증이 나. 짐꾼된 기분이고… 보는 재미도 없어…물론 티는 안 내고 가끔 같이 쇼핑가줄 때 잘 따라다녀주긴하지만…
문득 이런 내 모습이, 이기적이어 보이면서 내가 남친을 진정 사랑한다면 이럴 수 없지 않나, 맨날 내가 하고싶은 것만 하는 거보다 걔가 즐거워하면 나도 즐거워해야하는 게 사랑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 걔가 나한테 주는 사랑은 그러니까…
평소 짐도 다 들어주고 내 옷 고를때면 나보다 더 진심으로 막 신나서 이것저것 입히고싶어하고, 대학생이라 돈도 없으면서 돈 좀 생기면 나한테 잘 어울리겠다며 옷 사오고
학기 중에도 난 항상 밤에 생각 많아지고 불안해하는 타입이었으니까, 잠 못자고 학교가는 한이 있더라도 나랑 밤새 대화해주던 사람인데
막상 나는 남친 대하는 게 대화 잘통하고 가고싶은 곳 있으면 쉽게 불러내서 같이 놀 메이트정도 취급인걸까 싶네
연애초엔 공황장애에 우울증도 심해서 남친 만나는 시간이 유일하게 내가 숨쉬는 시간이라 느꼈었는데 연애 1년 접어들면서 남친 덕분에 우울증도 고치고 좋은 기회도 얻어 현생 나아지니까 그때만큼의 몰입도가 없어진 것 같아.
그냥 남친은 점점 더 나랑 계속 같이 있고싶어하고 이것저것 데이트 많이 하고싶어하는데 나는 솔직히 귀찮다… 집앞 카페에서 대충 노가리까다가 피시방가는 게 제일 좋아 ㅋㅋ ㅠ
이게 그냥 성향차이인지 마음크기 차이인지, 그냥 고마운 일이 이젠 너무 당연해져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남친이 이젠 내 일상에 너무 당연해져버려서 사실 헤어져서 내 곁에 없어진들 힘들거나 슬플까? 보고싶을까?도 잘 모르겠어. 상상도 잘 안되고 막상 괜찮을 것 같은 기분.
에휴…주절주절 말이 길었네.
그냥 생각 정리가 안돼서 두서없이 드는 생각들 다 글로 쏟아내봤어.
쓰다보니 역시 남친한테 고마운 만큼 내 이런 마음이 미안하고 미안한 만큼 좋아함인지 사랑함인지 더 모르겠다.
여전히 친구 만나는 것보다 남친 만나는 게 훨씬 더 행복하긴 한데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