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내 남친 회피형 같아...?
남친이... 나랑 있는 갈등이 쓸모없는 일이고 쓸데없는 짓이래. 남친은 기분이 나빠지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있거나 무슨 말을 해줘야 되냐고 할 말 없다며 그러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래서 그런 태도가 맞냐고 아무런 대답도 안해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평화로운 방법도 있다고 말했거든... 그런데
"일하느라 피로 쌓여서 힘든데 이런 쓸모없는 일에 에너지 소모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생각도 없어"
"얘기한다고 평화로워졌던 적이 있었나 오히려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 말하면 서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계속 충돌하면서 갈등만 깊어진 기억밖에 없으니까 '어차피 또 서로 납득 안하고 다른 말만 할텐데 굳이 그래야하나 귀찮은데' 생각 들어서 나도 점점 말하는 게 줄어드는거지"
라는 거야... 나와의 갈등을 '쓸모없는 일', '귀찮아서 에너지 소모 하기 싫다' 고 말해버리는 게 상처였어. 그래서 나는... 기분 나빠졌을 때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게 잘한 일은 아니지 않냐, 일하느라 피곤한 거 알겠는데 갈등을 쓸모없는 일이라고 에너지 쓰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회피다, 오빠가 아무런 대답도 안하고 말도 안해서 평화로워진 적은 얼마나 있었냐, 입 꾹 다물고 있어서 좋아진 적 없다, 그렇게 조용히 있다가 또 3일 5일 넘게 잠수 타려는 거냐, 갈등 깊어지고 충돌했다가도 이런저런 대화 나누면서 서로 사과하고 화해했었고,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하고 맞춰가기 위해서 오빠랑 이야기도 나누는건데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얘기하다보면 서로 납득하고 해결되지 않냐고 말했어. 정말 이해가 안 가더라... 해결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귀찮다고 생각하고서 입 다물어버리면 그만인가? 나라고 대화하는 거 안 힘들고 안 아프고 안 괴로운 거 아닌데 당장 해결될 것 같지 않고 왈가왈부 하기 귀찮으면 입 다물고 있어도 되는거야...? 당장의 감정이 부담스럽고 피곤하니까 불안과 고민, 힘든 걸 다 나한테 떠넘기고 도망가는 것처럼 느껴졌어... 속상해서 남친한테 그렇게 말했더니
"쓸데없는데 에너지 쓰기 싫고 머리 아프고 힘드니까 그러는 게 회피하는거야? 그럼 그냥 맨땅에 하루종일 삽질만 해야 돼? 뭘 위해서? 땅 밑에 뭐가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손 다 찢어지고 상처나면서 삽질을 해야되는 이유가 뭔데"
이러더라... 뭔가 허무했어. 사귀는 건... 서로가 좋아서 사귀는 거지 의미가 있어서 사귀는 게 아니잖아 그렇듯이 갈등도 잘 사귀어 나가려면 풀어야 되는거고 그게 관계에 대한 책임, 연인 간의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건가 싶더라. 그럼 난 뭘 위해서 남친에게 열심히 말을 걸고 해결해보려고 하는건데? 무슨 의미가 있어서 나한테 상처를 주는 이 상황을 견디고 있는건데? 복잡했어... 그렇게 느껴졌으면 미안하다고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근데 내가 속상했던 건 이런이런 부분이었다고 말을 해도 남친은 "그게 속상했구나 이해했어 하지만 @@이도 이런 건 좀 더 조심해줘" 라고 말해주지 않아... 사과하면서 내 마음이 어땠다고 설명을 해줘도 "그래서 뭐가 문제라는 거야? 난 이만큼 해줬는데 뭐가 부족했다는 거냐고." 하면서 내 말을 이해도 납득도 해주지 않은 채 "이해 시켜봐 납득 시켜봐 그래야 진심으로 사과를 하지" 이러는듯한 반응이야... 내가 사과를 하든 안하든... 차분하게 얘기를 하든 안하든...
남친부터가 저러면서 "대화를 나누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 어차피 이야기 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하고 싸우기만 하지 않냐 계속 충돌하고 갈등이 깊어지는 게 귀찮다" 고 하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어... 납득을 안해주는 거나 충돌을 만드는 거, 갈등이 깊어져서 에너지 소모, 감정낭비를 하게 되는 거 전부... 남친의 잘못도 없지 않으니까... 물론 내 탓도 있지만 내가 감정적으로 얘기하다가 잘 풀어나가고 싶어서 진정하며 사과를 해도 남친은 배려, 이해, 공감, 긍정 같은 걸 해주지 않는데 대화가 잘 풀릴 리가 없잖아... 그렇게 귀찮고 에너지 소모 하기가 싫다면 "그래 알았어 앞으로는 좀 조심하자!" 하고 대답하면 금방 끝나는 일인걸... 갈등이 깊어지고 감정소비를 하게 만드는 게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데도 남친은 아직 그걸 모르는 것 같아...
난 애정이 있고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잘 해결해보고 싶어서 의미를 모르겠어도...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도 대화를 시도해보고 남친을 붙잡고 있는건데 남친이 하는 행동은 뭘까? 남친을 이해하고... 서로 맞춰나가고 싶어서 노력하는 과정이 대화인건데, 날 사랑하고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는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어... 이야기 하다가 머리 아프고 열 나는 것 같으니까 나중에 대화하자며 자러가던데 굿나잇 인사도 안해주는 게 정말... 슬프더라. 전이랑 다르게 힘들다면서 바로 가지 않고 나중에 마저 대화하자고 얘기하고 가줘서 고맙고 좋았는데... 혼자 남은 시간이 너무나 외롭고 괴로웠어. 분명 도망간 게 아니고... 말도 해주고 갔는데 이 모든 문제를 나 혼자 떠안고 있는 느낌이고 고민, 불안, 아픔 같은 걸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하는 것만 같았거든... 마음이 짓눌리는 것 같고 답답했어. 같이 대화해주고 같이 해결하려해주는 게... 나와의 갈등을 '무의미한 일, 에너지 소모, 감정 낭비, 귀찮은 일' 로 생각하지 않길 바라는 게 너무 큰 욕심인걸까? 남친이 항상 이러는 것도 아니고 그럴 때도 있고 안 그럴 때도 있지만... 이럴 때마다 괴로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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