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자기들 혹시 부모님이 엄격한 집안의 남친 만나본 적 있어? (긴글 주의)
남친은 20대 후반 취준생이고 기차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살아.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고, 연락은 매일 5시간 정도 하면서 취미도 같이 하고 있어.
그런데 부모님께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야. 부모님이 취업하고 자리 잡은 뒤에 연애하길 원하셔서, 나를 만날 때도 친구를 만난다고 거짓말하고 나오고 다음 날에는 부모님 퇴근 전까지 집에 들어가야 해. 부모님이 집에 계시면 전화도 제대로 못 하고.
자주 못 만나는 것도, 내가 보내는 배달이나 선물을 부모님께 친구가 줬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하려고 했어.
그런데 얼마 전 내가 악성 종양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술을 받으면서 마음이 많이 달라졌어.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그때만큼은 솔직히 남친이 와줬으면 좋겠더라.
그런데 내가 “와줘”라는 말조차 쉽게 못 하겠는 거야. 투정도 부리고 못 오는 게 서운하다고 말했지만, 남친은 엄청 미안해하고 걱정만 할 뿐 결국 오지는 않았어.
내가 서운했던 건 단순히 못 와서가 아니라, 내가 힘들 때 부모님에게 들킬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와주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
요즘 내가 지쳐서 그런지, 그냥 퇴근하고 만나서 맥주 한잔하고 산책하고,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남친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남친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닌데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이 관계를 계속 지속하는 게 맞는지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