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들 중에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던 사람있어? 나는 연애는 하지만 관계는 맺지 않고 버티는 중인데 그 이유에 대해 익명의 힘을 빌려서 처음 이야기를 해보려 해.
지금껏 타인에게 쉽게 말하지 못한 이유는 내가 문제처럼 보일까봐. 내가 보고 겪은 환경 속에선 용기있게 대처할 정도로 안전과 인권이 보장된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혼자 숨기게 됐어.
우선 거부감이 든 큼지막한 이유들에 대해 하나씩 나열해볼게. 읽어보는 자기들이 있다면 보구 조언이나 내가 고칠 부분들 알려주면 최대한 수용해볼게!
1. 집안 분위기가 보수적
우리집은 되게 보수적인 집이야. 그래서 학창 시절 연애 금지였고, 성인 되고 나서도 쉽게 해방된 게 아니었기에 (통금) 연애 자체가 쉽진 않았어. 게다가 우리 엄마는 아빠가 처음이었고 아빠는 엄마랑 처음 할 때 본인이 평생 책임져야겠단 생각으로 결혼까지 하신… 결혼을 할 정도의 사람과 하는 행위라는 식으로 내게 느껴졌었어.
2. 쓰레기 전남친
내가 23살 때 내 친구한테 나를 소개시켜달라고 해서 만나게 된 전남친이 있어. 근데 나를 만나는 이유 중 하나가 알고보니 내가 처음이라 경험이 없으니까 자기가 따먹을라고… ㅋㅋ (내가 동네 친구들 사이에선 연애에 관심도 없고 하니 은연중에 그런 농담이 오갔나본데 그걸 듣고 의도적으로 접근한거였어;;) 그땐 가스라이팅 정말 심하게 당해서 당장 헤어져야겠단 생각도 못했던 거 같아.
당시 코로나 때문에 데이트 할 곳이 없어서 모텔에서 같이 배달 시켜먹거나 놀았었는데 한 번은 갑자기 스킨쉽 하면서 걔가 내 가슴까지 만졌었는데 내가 이건 아닌 거 같아서 거부 했었어. 근데 그러고 누워서 하는 말이 내 가슴 보고 초등학생인 줄 알았다면서 갑자기 비웃더라 (85A) 원래도 작다고 생각 들어서 콤플렉스였는데 그런 분위기까지 강제로 갔다가 이렇게 희롱적인 말을 들으니 내 몸에 대한 자신도 없어지고 보여지고 싶지 않아서 더 거부감이 생겼어.
3. 주변 지인의 성추행
여고 나와서 주변에 남자가 없었구, 스킨쉽 관련한 문제도 전혀 생각도 못했었는데 대학교 입학하고 첫 회식 때 술 취한 학회장 선배한테 강제로 키스 당한 적이 있어;; 당시 나는 어리기도 하고 타인의 시선을 되게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는데 첫 대학 생활에 지장 생길까봐 두려워서 그냥 묻었던 거 같아. 다른 선배가 어제 취한 거 기억나냐고 물어봤는데 다음날 아무 기억도 안난다고 전혀 모른다는 식이었다길래 먼저 연락해서 언급 못하겠더라고… 게다가 그 선배랑 우리 집이 같은 방향 근처라 가다가 생긴 일이라 아는 사람이 나 뿐이었어;;
4. 알바하던 곳 사장님의 강제 성추행
난 관계를 맺어본 적도 없는데 알바하던 곳 사장님이 강제로 내가 자고 있는 숙소 방 문 따고 들어와서 관계 맺으려고 키스하고 애무하고 그런 적이 있어. 발버둥치고 소리지르고 빌기까지 했었어. 결국 삽입은 안했지만 타지에서 일하는데 너무 무서웠고, 그 이후 트라우마가 돼서 새벽에 혼자 잘때마다 작은 소리에도 심장 떨어가며 깨고 불면증에 시달렸었어. 운동 선수였어서 힘으로는 내가 어찌할수도 없었고, 이 때 충격이 진짜 컸던 것 같아.
5. 질 나쁜 친구들
학창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있었는데 무리가 좋지 않았던 것 같아. 학생 때는 안 그랬는데 성인되고 나니 다들 섹스를 경험했고, 무리 애들 중 거기에 및친 애들도 있었어. (남친이 있는데 원나잇을 하거나 남녀 짝 맞춰서 여행가서 섹스) 난 그 무리에서 유일하게 경험이 없었는데 이에 관해서 자격지심 같은 게 있는 친구가 있었어. 내가 아다라면서 소문내고 다니거나 다른 내 주변 남자 선배랑 같이 있는데 전화로 얘 아다니까 조심히 해주세요~ 이런 농담 굳이 꺼내거나…
2번에 나온 전남친도 사실 이 친구가 소개시켜준거야. 난 그 때 이 정돈 줄 몰랐었는데 뒤에서 둘이 짜고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했던 거더라구… (참고로 이 친구는 원나잇 하고 다니다 자궁경부암에 걸린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유독 내 첫경험에 대해 집착했어. 난 연애를 한 적도 없는데 애들 앞에서 너 아다 아니잖아;; 왜 거짓말치고 사람 속이냐면서 갑자기 몰아가거나 다른 남자 애들한테 나 아다라고 소문내면서 잘 해보라고 부추기는…?)
이 친구가 진짜 심했고, 그 무리 친구들은 그에 반해 나았지만 그래도 내게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들은 아니었어. 신중히 고민하다 남자친구를 사귀게 됐고 밝혔는데 섹스하게 되면 라이브 방송으로 켜서 보여달라 네 연애는 궁금하지 않다. 대신 첫 섹스는 꼭 말해라 이런식으로 말하는게 기분이 영 좋진 않더라고… (어린시절부터 다 같이 놀았다는 세월의 정 때문에 쉽게 끊어내진 못했었는데 지금은 멀어진 상태야!!)
이 외에도
6. 자기도 섹스 안해봤다며 그래서 나랑 꼭 하고 싶다던 전남친 (거짓말이었고 딴 여자 집에서 술 마시고 잤다가 헤어짐)
7. 언니 친구가 잠든 사이 성추행 (언니랑 나랑 둘 다 술 취해서 잠들었는데 몰래 내 바지안에 손 넣고 가슴 만지고 그랬음)
기타 등등…
이런 상황들과 환경에 둘러싸이다보니 섹스를 하면 내가 타락해버리고 불결해지는 것 같고 죄책감이 들 것 같아졌어.
물론 주변에 오히려 날 지켜주고 소중하게 대해주는 좋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데인 게 많다보니 애인이 생기더라도 쉽게 마음을 못 열겠어. 나이는 점점 먹고 있는데 마음은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