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들 나 어제 너무 심란해졌는데 내가 이상한 걸까, 싶어서 이렇게 질문 올려.
나는 대학생이고 동갑 남자친구가 있어. 사귄 지는 7개월 넘었고. 둘 다 자취해서 사귀고 어느 시점 이후로는 남자친구 자취방에서 거의 살고 있어. 걔 집에 반투명한 3층 수납장? 같은 게 있는데 거기에 철 지난 옷이랑 잡동사니 넣어 놔.
근데 며칠 전에 거기 안에 있는 폰케이스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 거야. ‘전여친이랑 한 건가?’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고. 사실 걔가 나랑 전여자친구랑 텀이 1-2달밖에 안되거든. 사귀는 7개월간 그에 대한 흔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보이니까 혹시나 하면서 “저게 뭐야? 귀여운 거 했었네. 망가져서 뺐던 거야?” 물어보니까 그건 아니고 그냥 하다가 뺀 거래. 그래서 “이제 안 쓰는 거면 버리는 건 어때? 아니면 귀여우니까 당근에 올려서 싼값에라도 파는 방법도 있어. ㅋㅋㅋ” 했는데 버려야지~ 하고 넘어갔어.
근데 사건은 어제... 나 알바 끝나고 걔네 집에서 피맥하다가 일어났어. 서로 앉은 자리가, 걔 뒤에 그 수납장이 있고 난 앞만 보면 걔가 있지만 시선을 조금만 옆으로 돌리면 수납장이 보이는 구조였거든. 어제도 막 먹고 마시고 하는데 폰케이스가 눈에 자꾸 들어오는 거야, 거슬리게. 그래서 장난 섞어서 “저 폰케이스 안 버렸네~ 혹시 전여친이랑 맞춘 거라든가 그런 건 아니지? ㅋㅋㅋㅋ” 했는데 이게 웬걸, 입에 피자 오물거리던 게 급속도로 느려지고 눈만 껌뻑거리더라. (남자친구가 거짓말을 못하긴 해....) 괜히 물어봤다, 싶음서도 에반데 싶더라고. 내 표정 굳는 게 보이니까 걔도 바로 꺼내서 버리긴 했어. 근데 기분이 안 풀렸어, 계속.
남자친구의 해명? 변명?에 의하면, 헤어지자마자 바로 뺐던 거래. 자기도 왜 바로 안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잊고 살다가 내가 처음 언급했을 때 아차 싶었다더라고. 그때도 밥 먹다가 얘기한 거였는데, 버려야지 생각했지만 다른 거 하다가 잊었다더라고.
내가 좀 회피형 기질이 있는데 요즘 계속 고치려고 하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어제 내 집 가서 자겠다고 얘기하려다가 그냥 평소처럼 같이 잤는데 심란해서 잠이 안 오더라. 남자친구는 옆에서 내가 조금만 뒤척여도 눈치 보고.... 자기 전까지 계속 미안하다고 하고 난 괜찮아 해도 “괜찮을리가 없잖아 미안해....” 하면서 사과하고. 이정도면 용서해야지, 싶은데 머리로는 오케이면서 마음에선 못 받아들이나 봐.... 아직도 걔가 너무 밉고 쓰레기통에 있을 그 폰케이스가 계속 신경쓰이고....
헤어지자마자 안 버린 거? 솔직히 이해는 안 가는데 납득은 가능해. 나도 얼마전에 본가 내려갔다가 전남친이랑 찍은 인생네컷들 보고 기겁했거든, 내가 이걸 본가에 갖다 놨었네 싶어서. 근데 난 바로 버렸단 말이야. 내가 처음에 버리거나 당근하자고 했을 때 바로바로 실행했음 좋았을 텐데 싶고.... 걔가 지금 너무 미워. 아침에도 출근하는 거 웃으면서 배웅했는데 마음이 풀리지가 않아. 내가 너무 속이 좁은 걸까...? 속상해....
(참고로, 내가 전학기에 전남친이랑 우연히 교양 하나 같이 들었거든. 남친은 나한테 거짓말 안 하는 게 좋대서 고해성사 했어. 근데 남자친구가 자기가 만약에 전여자친구랑 수업을 같이 듣는다든가, 엮이는 상황이 오면 어떡할지 물어보길래 나는 차라리 말하지 말고 평생 들키지도 말라고 했어. 들킬 것 같으면 차라리 말하는 게 낫지만 자신 있으면 말하지 말라고.... 이렇게 보니 내가 굴린 스노우볼이다 싶기도 하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