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결국 돈 때문에 싸우는 거겠지?
2년간 사귀면서 주로 다툰 이유.
1. 남자친구 열등감
2. 내 배려 부족
남자친구는 본인 경제력에 늘 전전긍긍하는 타입이고 항상 쪼들려하며 살아.
근데 내가 보기엔 공감 안 되는..? 나보다 훨씬 잘 벌고 안정적인 직장이야. 월급에 7할은 적금이랑 주식으로 돌리던데 결국 자기 자산 늘리는 거잖아? 근데 맨날 돈 없다고 자긴 벌레보다 못하다는 둥… 꼴에 연애한다고 주제도 모르고 설쳤다는 둥… 이런 소리를 해.
그럼 나는 우쭈쭈도 한 두번이지.. 이제 화가 나서 화를 내고 싸우게 됨. 우리가 뭐 대단한 데이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명품 하나 들어본 적 없는 저임금 노동자ㅎ.
남친이 이상하게 엄청 사소한데에서 과하게 절약하거나, 아예 소비의 타이밍(?)을 차단해버리는데 이때 내가 좀 짜증을 부리게 돼.
(좀 가격이 있는 옷이 있는데 벗을 때 보니까 택이 달려있는 거야. 계속 그렇게 입고 다니길래 물어봤더니 부끄러워하면서 나중에 중고로 팔 거라고 …. 난 생각도 못 해본 이런 궁상 떠는 모습들이 있어.)
어젠 데이트 하려고 만났지.
점심에 만나서 식당부터 갔어.
내가 결제함.
내가 사고 싶은 용품이 있어서 매장 들렀고
내가 결제하려는데 본인이 사주고 싶었다면서 남친이 결제함. 예전에도 계속 사주고 싶다고 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어서 안 사다가 이번에 필요해서 산 거거든. 내가 내 물건이니 내가 사겠다 했는데 카드 뺏어들고 자기가 계산함. 14만원쯤.
여기까진 너무 고맙다 이거야. 근데 정말 내가 살 생각이었고 사달라고 바란 적도 없었어.
그리고 카페 감. 내가 결제함.
그리고 걷다가 저녁 먹으러 갔는데
계산할 타이밍에 자릴 비우는 거야.
그래서 내가 계산함.
매운 걸 먹어서 시원한 거 마시고파서 헤어지기 전에 카페 한 번 더 가는데 남친 가만히 있길래 내가 계산함.
밤에 아쉽다고 영화 보자더니
내가 예매 안 하니까 본인도 안 하고 흐지부지 넘어감.
하루를 이렇게 보내는데 좀 기분이 별로였어.
데이트 비용 자체를 내가 다 부담한 건데
내가 사려던 물건 사줬으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
근데 커피 한 잔이라도 사주려는 어떤 제스쳐도 안 보인 게 나는 좀 의아하고 이상한 거야.
이걸 그냥 넘어갔어야하는데 ㅋㅋㅋ
나도 못참고 걍 말했어.
오늘 커피 한 잔 정도는 사줄 수 있잖아
이렇게.
여기서 남친 무슨 버튼 눌리듯이 발작하는데…..
1. 커피 한 잔도 못 사주는 남자친구 된 기분이다.
2. 내가 다 내주길 바라냐
3. 나 무리해서 연애하는 거다. 나 돈 없다.
4. 월급 받고 남는 거는 3, 40만원이 전부다.
5. 내가 너한테 뭐 바란 적 있냐
6. 우리 부모님 집 1억밖에 안 한다.
7. 나는 이렇게 버러지처럼 살다 죽을 거다.
8. 내 주제에 무슨 연애를 하겠다고 욕심을 냈는지 모르겠다.
9. 나보다 더 잘해줄 남자 많겠지.
10. 내 신세는 이미 망했다.
….? 저런 말을 우수수 듣늗데
어안이 벙벙. 예전부터 저런 식으로 갑자기 자기비하 하고 열등감 폭발하면서 나한테 화살이 날아오곤 했는데.
뭔 커피 한 잔 얘기 꺼냈다가
된장녀 취급 당하는 기분.
부모님 집이 얼마인지 내가 알게 뭐야..
궁금한 적도 없어.
사람 대 사람으로 우리가 부부도 아닌데 하루 종일 얻어먹는 건 좀 아니잖아. 나도 그런 적 없고.
그냥 말이라도 내가 이건 할게 할 수 있잖아.
커피 사천원 그거.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로.
아님 내가 나만 생각한 게 맞는건지
저런 말들 듣고 대체 더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