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 내 남친은 나랑 동갑이야. 20대 초반인데 남친은 고등학교 자퇴하고 현재는 본인이 하고싶은 일을 하고있어. 내가 남친한테 느끼는 가장 부러운 점이기도 해.
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을 못하고 큰 좌절감에 빠져 몇년간 별거 안하고 집안일 하며 살다가 최근에야 겨우겨우 자격증 몇개 땄었어.
요 며칠은 알바가 잘 안잡혀서 쿠팡 알바하고 있어. 아까 남친이랑 통화하는데 남친이 나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고 그러더라고. 계속 알바만 하는건 현상유지 밖에 되지 않냐면서.. 근데 난 스스로 느끼기에 이미 주변에서 충분히 많이 간섭하거든 내 진로에 대해서. 다들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거 잘 알지만 내가 느끼기엔 날 더 답답하게 하는 요소일뿐이거든.
그래서 더더욱 남친에겐 듣고싶지 않은 말이기도 하고. 그저 행복하게만 지내고 싶고 난 싸움을 싫어해서 언쟁도 하기 싫어해. 근데 계속 얘기하더라고. 자기는 자기 일에 열정이 없는 사람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사귀기 전에도 얘기한 적 있어서 알고는 있어. 그래서 이럴까봐 사귀기를 고민했었는데 너무 좋아서 사귀자고 했었어.
난 언쟁이 싫어. 싫다고 얘기도 했고. 한번 사는 인생 꼭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언쟁을 해야할까. 난 잘 모르겠더라고.
남친이 나한테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둥 계속 알바만 할거냐는둥 물어도 당장의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야. 당장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알바니까 알바해서 돈 벌고 모아서 공부를 할거라고. 근데 남친이 그러더라 자기가 보기에도 내가 썩 하고싶어하지 않는 거 같은데 그걸 꼭 해야겠냐고...
내가 바라는 건 응원이지 충고가 아니야. 왜냐면 굳이 남친이 나한테 진로나 미래에 관해서 말을 얹지 않아도 주변에서 충분히 간섭하고 있어.
난 이미 그런거에 지쳐있고. 그래서 더 얘기하고 싶지 않은 주젠데 너한텐 듣고싶지 않다고도 말했는데도... 내가 솔직히 기분 나쁘고 듣기싫었는데도 남친이 내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최대한 기분 안 나쁘게 하려고 돌려돌려 말하는데 못 알아듣는건지 알아 듣고도 모른척하는건지 몰라도 계속 얘기를 이어가더라고...
난 내가 뭘 좋아한다고 말해본 적 보단 타인에게 넌 뭐 좋아해? 라고 물어본 적이 더 많아. 자라온 환경이 그럴 수 밖에 없었기도 했고. 그래서 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 내가 좋아하는 걸 말하고 상대를 이해시키기보다 남이 좋아하는 걸 따라가는게 더 마음이 편했거든.
누구는 멍청하다고 호구냐고 할지 몰라도 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어. 내가 좋아하는 걸 바라고 얘기하기보다 남이 좋아하는 걸 들어주고 이해하는게 더 쉬웠던 그럴 수 밖에 없던 환경이었어.
남친이랑 진로에 관해 더 얘기를 하다가 이 이상하기엔 본인이 내게 강요하는 거 같다며 그만 얘기하자더라고.
열정이 없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식의 말이 나한텐 어떻게 들렸을지 알까.. 난 조언이나 충고를 들으려고 연애를 하는게 아닌데.
내가 이상한건지 별게 다 서운하고 서럽더라고.. 난 남친이 일을 하고있고 자기 일에 열정이 넘쳐서 좋아하는게 아닌데.. 쓴소리가 듣고싶어 하는 연애가 아닌데.. 그냥 좋게만 지낼 순 없는걸까..
막말로 난 남친의 모든 모습이 좋아서 만나는게 아닌데 그냥 그 사람이 좋으니까 만나고 있는 거고 매력이 있든 없든 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좋으니까 좋은건데 얘는 꼭 말을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