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강아지 나이 들어서 무지개다리 건넜는데
미안한 게 너무 많다
18년을 살고 갔어. 나 어릴 때 부터 키웠는데 중간에 아버지 암 걸리셔서 나름 중상층이었던 집안 형편이 치료가 길어지면서 빚 내고 아파트팔고 차 팔고 그 돈도 치료비로 다 쓰고 6년에 걸쳐 완치했지만 그동안 강아지는 동물병원을 못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고 비싸고 좋은 거 먹이던 사료와 간식은 싼 걸로 먹이기 바빴고 차 타고 여행 데리고 다니기 바빴는데 동네 산책하기 바빴고
아버지 완치되고 나서는 엄마랑 나랑 동생이랑 다 성인되고 뼈 빠지게 일만 하고 아버지도 어느정도 살 붙고 건강 회복 되고 나서는 일 시작하셨지만 그 뒤로도 경제력이 회복 될 때 까진 4년이란 시간이 더 걸렸어
먹고싶은 건 다 사먹고 학원 가고싶은 곳 있으면 툴툴대면서도 다 해주시던 그런 집에서 한 순간에 취약계층이 되어 여러 복지 지원을 받기 시작하니 정말 허탈하더라 사람 인생 한 순간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어.
나는 이런 일을 겪기 전에는 취약계층이 반려동물을 키우면 돈도 없는데 무슨 반려동물을 키우는가 하면서 이해하지 못 했는데 이런 일을 겪은 뒤로는 취약계층이 반려동물을 키우며 케어가 재대로 되지 않아도 욕하거나 까내리지 않게 됐어
사정을 모르고,
잘 살던 사람도 확 망할 수 있다는 거 내가 깨달았으니까
2-3년 전쯤부터 이제는 가족여행도 1년에 한 번은 다니고 다시 강아지에게 행복한 추억을 쌓아주고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 이렇게 가버렸네
우리 강아지 우리 솜이야 미안했고 사랑했어
솜이야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