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여성 성∙연애 고민 필수앱 자기만의방2천 개의 평가
4.8
비밀 정보 열어보기
logo
menu button
profile image
숨어있는 자기2023.07.30

엊그제 그동안 만나던 사람이랑 헤어졌어.

집도 가깝고 둘 다 재택근무가 대부분이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거의 매일 봐왔어. 서로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려고 눈에 보이게 노력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다툼 없이 늘 깔깔 웃으면서 지냈어.

몇 주 전 쯤 대화중에 그 사람이 본인은 새로운 사람도 만나보고 싶고, 여러 사람들 틈에 어울려 이것저것 다양하게 경험하고 싶고, 내가 본인에게 맞는 짝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말들을 한 적이 있어. 매일 비슷한 생활패턴에 똑같은 사람(=나)과 시간을 보내는게 지루하다는 얘기를 하는 거였어. 두 사람이 무탈히 잘 지내서 난 좋은 연애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크게 충격받았어. 난 이 말을 정리하자는 걸로 이해했지만 상대는 헤어지자는 건 아니고 요새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말로 일이 일단락됐어.

이 일 이후 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관계를 대하는지 알아버려서 나도 끝을 생각하고 지냈지만 당장 불화가 없고 같이 지내는 시간이 좋으니 나도 당장은 말은 꺼내지 않았어. 그 후로도 똑같이 잘 지내다가 엊그제 결국은 같은 이유로 그 사람이 얘기를 꺼냈어. 본인이 원하는대로 관계를 끊겠다 통보하면서도 서사를 만들고 좋았던 기억들을 읊고 나의 좋은 점들을 말했어. 현실은 지루해지면 바로 놓을 수 있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으면서 마치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것처럼 안타깝고 아릅답게 자꾸 포장하는게 정말 분노가 올라왔어.

나는 연애에서 상대를 인생의 파트너로서 존중했는데, 이 사람은 늘 연애초반처럼 설레고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 (집에서 편한 그런 모습 말고) 데이트메이트를 원했던거니 나에게 감정이 식을 수 밖에 없었겠지. 30대의 나이에 이런 가벼운 연애를 원하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준 내 자신에게 화도 나고 안쓰럽기도 하고 왜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 무척 속상해. 그치만 밉다고 좋았던 마음이 갑자기 사라지는게 아니니 보고싶은 마음도 드니 답답하고.
속이 문드러져도 일은 해야하는데 집중도 안되고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났다가, 찾아가서 죽여버릴까 싶다가, 역시 모든건 감정 낭비다 싶고 뭐 그래. 나는 이걸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일인걸로 화를 가라앉히고 싶어. 빨리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싶어. 아무 말이나 다 해줘.

0
14

자기만의방 꿀팁

내 크레딧 확인

rightArrow
arooo-tip
도움이 되는 댓글을 달아보세요. 글쓴이가 좋아요를 누르면 셀렉트샵에서 구매 가능한 크레딧을 드려요!
  • user thumbnale
    공감하는 비밥

    많이 힘들겠다 .. 20대 연애가 아닌 30대 연애인데 가벼운 생각으로 연애를 시작했다니 상대방은 너무 이기적이다 .. 나도 오늘 남자친구가 처음으로 헤어지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내가 붙잡았거든 .. 너무 애틋하고 그래서

    2023.07.30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상대는 본인도 진지한 연애를 한다고 생각하는게 더 웃기지… 자기도 많이 힘들겠다. 상대한테 한번 그런 말 나오면 그 뒤로 살얼음 같을텐데..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한거 절대 잊지마

      2023.07.30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그분이 뭘 잘 모르시네 원래 평온하고 비슷비슷한 일상이 제일 어려운 법이야. 새로운 사람 열심히 만나시다가 나중엔 본인이 한 결정을 후회할거라 봐. 자기도 깔깔 웃으며 잘 지냈고 노력했다니까 마음이 아프다. 자기한테 더 잘하고 소중하게 대해줄 사람이 분명 있어 자기야. 우리 꼭 그런 사람 만나서 또 깔깔 웃자 그럴 수 있어.

    2023.07.30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마침 후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얘기해주니 속이 조금은 시원하다. 또 만날 수 있다고 해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났어 ㅠㅠ 정말 고마워

      2023.07.30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2

    배려없다 그런 말 한마디에 얼마나 상처 받을지 모를까

    2023.07.30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저런 말들을 진짜 잘 하더라고..

      2023.07.31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3

    한결같이 새로운 사랑이 어딨담ㅋㅋㅋㅋ 그 사람은 너무 비현실적인 사랑을 꿈꾸나보네. 드라마에나 나오는 그런 거. 자기를 떠나보내고 그런 인연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후회하겠지... 힘들겠지만 너무 우울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ㅠㅜ 곧 자기랑 같은 온도를 공유하는 사람이 찾아올 거라고 믿어!

    2023.07.30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응 맞아 그래서 장난반 진담반 넌 왕자님이라고 늘 그랬었어. 자기 말대로 정말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

      2023.07.31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4

    나쁜놈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잊어. 더 좋은 사람 만날수 있을꺼야

    2023.07.31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지금은 마음이 거칠어져서 연애 자체가 다 지겨워졌는데 나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정말

      2023.07.31좋아요0
  • user thumbnale
    큰 기록자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네

    2023.07.31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정답이야… 나 전의 연애도 다 비슷한 형식이었어서 별로 깨달을진 모르겠지만 그냥 죽어버렸으면…

      2023.07.31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5

    난 20대 후반에 결혼식 올렸다가 상대방의 부정을 알고 바로 헤어졌어 그때 진짜 찾아가서 죽일까도 생각했고 연애고 나발이고 다 귀찮아~~ 라면서 3년동안 솔로로 지내다가 진짜 괜찮은 사람 만나서 결혼했어. 내 짝은 있더라. 근데 시간 지나고보니 첫결혼 별로 후회 안돼 지금 우리남편 만나려고 그때 힘들었었구나 싶어서ㅎㅎㅎ 좋은 날 분명히 올거야

    2023.08.01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첫 결혼 후회 안 된다는 말이 정말 멋지다. 그런 생각이 들만큼 좋은 사람 만난 것도 정말 좋은 일이고. 나도 지금 딱 그 마음에 연애고 뭐고 인간 관계 다 현타오지만 좋은 날 분명히 올거라는 말 너무 듣기 좋다. 힘이 나. 고마워요 진심으로🫶🏻

      2023.08.01좋아요0
이전글
전체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