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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자기2023.06.09

비혼주의했다가 후회해요 결혼하고 싶어요 어쩌구 하는 유튜브 영상들 보다가 느낀건데...
비혼주의를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들은 비혼주의를 한다는 게 '평범하지 않은 삶'을 선택하는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본인이 그냥 안 튀고 평범의 범주 안에서 살고 싶고, 주변인들도 다 평범한데 비혼주의를 한다는 건 조금은 후회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네. 왜냐면 한국은 환경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지 않으니까ㅠㅠ
평범하지 않은 삶이 뭐지? 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내 몇몇 경험담들을 말해줄게. 내가 지금까지 본 비혼주의 여성이 세 명이 있어.
한 분은 나이 지긋한 할머니셔. 이 분은 노동쪽 사회운동가고, 아직도 시위에 꾸준히 나가고 강연도 다니시고 노동자들을 도우면서 책도 쓰시고 사셔. 그리고 생각이 정말 정말 놀랍도록 열려있고 똑똑하셔. 아무래도 사회 운동가다 보니까, 인문학 공부를 엄청 하셨겠지. 근데 공부 많이 하신 교수님들도 꼰대 많잖아 ㅋㅋ 근데 이 분은 직접 현장에서 뛰셔서 그런지 진짜 오픈마인드시더라... 나는 한 수업 강연에서 이 분을 알게 됐는데, 그 수업 듣는 연령층이 다 20대초반이었거든. 처음엔 솔직히 우리 할머니처럼 생겨서 좀 꼰대이실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어... 부끄럽지만 이렇게 나이 드신 분한테 어떤 새로운 생각을 배울 수 있다는 걸까 하기도 했어. 근데 이 분의 강연을 들으면서 이 분이 정말 개방적이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됐고, 하시는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참신하고 흥미로워서 깜짝 놀라게 됐어. 뭐라 표현할 수가 없네... 나한텐 그냥 문화충격이었어. 살면서 그런 할머니 처음 봤거든. 그때부턴 그 분의 나이가 전혀 안 보이고 그냥 친해지고 싶다, 좀 더 이야기를 듣고싶다는 생각만 들더라ㅋㅋㅋ 다른 애들도 질문 시간에 눈 반짝거리면서 이것저것 자기 고민 질문하고 답 얻어가고 그러더라. 난 그냥 이 분의 존재가 너무 충격적이었어. 아 한국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나도 나중에 저런 사람이 되고싶다. 이런 생각을 했어. 이 분은 혼자 사시고 그렇게 넓은 집에 사시는 건 아냐. 그런데 이 분은 그런 하찮은 조건들은 가뿐히 넘어서는(?) 분이었지.
다른 한 명은 사실 딱 비혼주의라고 하긴 어렵지만, 레즈비언이야. 동성애자들은 한국에선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못 하는 거긴 하지...ㅠㅠ 암튼 이 분은 30대중반?후반?인데 퀴어 친구도 많고, 취미로 여자축구팀에서 축구 하셔. 사실 이 분을 알게 된 것도 내 친구가 축구하는데 친구 통해서 알게 됐어. 아 근데 이 분도 퀴어운동 꾸준히 하시고, 그런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실제 삶에서 노력하는 분이라는 점에서 윗분과 공통점이 있긴 하네. 그리고 이 분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퀴어들이다 보니까, 일반적인 결혼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보통 헤테로 사회에서는 30대 넘어가면 결혼상대 외의 다른 친구관계들이 좀 끊기거나 어색해지고 그러는데, 퀴어 사회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친구들끼리 진짜 자주 만나고 재밌게 노는 것 같더라. 물론 사바사임!! 근데 한편으로는 toxic하지만 놓지 못하는 관계도 매우 많은 것 같긴 함...
다른 한 명은 우리 언니가 지금 외국에서 일하는데 거기서 만난 친구분! 우리 언니랑 동갑은 아니야 ㅋㅋ 한국은 동갑만 친구라고 하는데 나이 신경 안 쓰고 다 친구가 되는 거 너무 신기하고 좋더라. 외국은 한국보다 훨씬 나이에 대한 강박이 덜하고, 친구가 될 때도 나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원래 그 분은 토종 한국인이었는데, 처음엔 외국인 친구를 너무 만들고 싶어서 어플로 외국인 동성 친구들을 만나서 친해졌다고해. 언어도 배우고 그 친구들이 한국을 떠나면 그 나라에도 놀러가기도 하고 그랬대. 이렇게 한 번 외국인 친구들 만나면 그 친구들이 또 다른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그런다고 하더라. 그 분은 원래부터 해외취직을 원했어서 거기에도 성공한 케이스야! 근데 우리 언니 일하는 곳이 많이 외진 지역이라 타지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고 인구수 자체가 매우 적대. 그래서 외국인 커뮤니티가 잘 되어있고 사실 조금은 반강제적으로?ㅋㅋ (언니포함) 외국인들끼리 엄청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 맨날 집 초대하고 파티하고.ㅋㅋ 그래서 그렇게 외롭지 않은 듯해. 이 분은 30대 중반이고 비혼이라기보다는 폴리아모리야. 애초에 결혼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물론 폴리아모리도 그냥 결혼하고 나서 배우자 합의하에 다른 애인을 만들기도 한대. 근데 그럴 생각은 없다고 하셨으니까 비혼 맞을지도...?
그래서 내 생각엔 한국에서 비혼주의가 어려운 이유는 한국의 '평범한 환경'에서 그렇게 살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비혼주의로 살거라면 한국의 평범한 환경에서 벗어나거나 내 주변 사람들을 평범한 범주에서 벗어난 다양성 있고 오픈마인드인 사람들로 채우는 게 맞는 것 같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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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ser thumbnale
    그토록 라쿤

    전체주의 문화가 있긴하지. 나와 다름을 아름다움 보단 적으로 간주하니까

    2023.09.10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결혼에도 단점이 있듯이 그저 비혼주의라는 선택에도 장단점이 공존하는것 그 뿐인데 결혼을 기본 값으로 두고 비혼을 부정적으로 부각하는 사회 분위기 탓인 것 같아. 그 자체로 존중해주는게 아직 우리나라는 익숙하지 않은거지. 이유와 명분을 자꾸 따지려드니까 사람들은. 결핍은 사실 사회가 만들어내는것이나 다름 없는것 같아..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장애는 사람에게 있는것이 아니라 사회에게 있는 것이라고.

    2023.09.19좋아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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