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년 전이야.
결혼 소식도 몰랐지만 너무 애정하던 동아리의 까마득한 OB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우연히 닿은 연락에 반갑게 인사할 수 있었던 그사람과의 일들이.
알고보니 그사람은 결혼한 아내와 1년만에 별거중이었고, 그로 인해 많이 힘들어했어.
그리고 나는 너무도 어리숙했어. 이혼도장을 찍지 않았는데도 그 사람의 모든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고, 그 사람의 편에서 있으려 했으니까.
길어야 6개월-1년이면 정리될거라 생각했던 부인과의 법적 관계가 2019년에도 정리되지 않았고
그 사람이 별거하며 지낼 은신처를 내가 사는 건물 다른 층으로 오면서
지지부진 1년이 또 흘렀어.
그 1년 사이에도 많은 일이 있었고 나는 2020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연락을 끊었지.
그 해 3월에 집 주인 할머니께도 사정을 대충 설명하고 그 사람이 알지 못하게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하면서
생각해보면 짧은. 하지만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그 사람과의 관계를 겨우 끊어냈어.
그렇게 이사하고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그사람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어.
당시에 나는 만나던 사람이 있었고, 그사람은 내 전 연애를 모두 알고 있었어.
그 사람이 떠나기 한 달 전까지도 내게 전화를 했었고, 받을 돈이 있었던 내 부탁으로 녹음까지 해줬었는데.
내가 그사람에게 굉장히 모질게 대했었는데
죽었다더라고. 극단적인 선택은 아니래.
겨우겨우 지웠던 그 사람 지인들의 연락처를 물어 알게됐고
솔직히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납골당까지 가보니까 실감이 나더라.
그 이후로
그 사람이 갔다는 9월,
내가 알게된 10월 즈음이 되면 너무 힘들고 우울해.
막연해 그냥
분명 나쁜건 내가 아닌데. 그 사람인데…
나 안좋은 일도 많이 겪었었거든, 그사람때문에.
그런데도 내가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를 돌아보려하고
자꾸 미워하려하고 우울감에 빠지려 하는 이 사실이 너무 싫고
내가 원망스러워.
너무 힘들어.
내가 너무 바보같아. 난 소중한 사람인데… 너무 바보같고 원망스러워
그런데 원망할 사람이 없어.. 내 원망을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더 힘들어지기만 해.
나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싶은데
이런 내가 너무 싫어.
이런 글 남겨서 미안해..... 부디 자세히 읽은 자기는 없기를, 읽어도 그다지 맘에 두는 자기도 없기를.
굿나잇
가까운/가까웠던누군가가 죽으면 사람들은 머리로는 아니란 걸 알아도 자기탓을 하게 되는 거 같아. 자기 탓이 아냐. 알고있겠지만 도 되새겨봐. 그리고 원망을 하는 이유는 꼭 그것만은 아닐 거 같아. 그게 계기가 되서 자기의 원래 있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거 아닐까 싶은데.. 너무 힘들다면 전문가에게 털어놓길 추천해. 나는 어릴땐 아버지를, 커서는 정말 친한 친구를 잃었는데 자기랑은 또 다른 이유로 오랫동안 내 탓을 하면서 인생을 힘들게 살았어. 그들의 죽음에 내가 원인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지. 그냥 못해준 것들 생각나면서.. 그런거. 자기도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야. 힘내길
댓글 달아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아고 ㅠㅠㅠ 상실은... 어떤 형태이든간에 너무 어렵고 힘들더라 맘껏 자기만의방에 글 써 ㅠㅠㅠ 힘들면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나도 다른 경우이지만... 과거를 계속 돌아보게 되는 인연을 잃은 적이 있는데 익명 게시판에 엄청 글쓰고 토해내고.... 그러면서 아주 조금은 덜 흔들리게 된 것 같아 사는게 뭔지 어렵고 잔인한 순간이 있는데 ㅠㅠ 그래도 잘 살아내려고 이렇게 글 쓴 자기 스스로를 토닥하는 밤을 보냈음 좋겠어
고마워...
자기야 근데 그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이 아닌데 그렇게 생각 안해도 될것같아! 정말로 잘못은 그 사람이 했는데 그냥 그래 너 하늘에서 잘먹고 잘살아라 난 여기서 잘살꺼다!! 이러면 어떨까
2019년에 나도 가족을 한명 보냈어. 그게 윗사람이면 충격이 덜했겠지만 나보다 어려서 충격이 많있더랬어. 그래서 나도 11월이 되면 마음이 그냥 막 울적해져. 또 11월이 되었구나.. 하면서 마음에 스산한 바람이 부네. 야속한 세상은 그 사람 없이도 잘만 흘러가.. 우리 그냥 마음껏 슬퍼하자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