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남자친구
피치 못할 일이고 우선순위인 거 알고 있어
나라도 그랬을 거고
와중에 연락 때문에 속상하게 만든 적도 없고
데이트 자주 못하지만 불안하게 한 적도 없고
그게 다 남친의 노력이란 거 잘 알아 고마워
그런데도 난 뭐가 이렇게 서러워서 자꾸 울까
이렇게 노력해 주는 사람한테 뭘 더 바라는 걸까
그냥 이해하고 웃으며 넘길 수 없을까
거의 이주일을 생각했는데 이제 알겠다
연락을 잘하는 거와 별개로
그 사람은 바쁘니까...
원래 시시콜콜 떠들던 일상 얘기를 나만 하기에는 눈치 보이게 됐고 보고 싶다는 애정표현에 부담을 느낄까 참게 됐고 아프거나 힘들었던 날에도 나보다 더 피곤할 상태인 남친을 생각해 감정을 누르게 됐어
이성 문제로 불안하게 만든 적도 없고 나만 바라보는 이상적인 남친이지만
나는 어느샌가 바쁜 사람에게 무언가를 더 내비쳤다가는
상황 이별을 하게 될까 봐 불안해졌나 봐
이 시기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번달까지랬으니까 기다릴 수 있어
서로 힘드니까 그냥 무엇도 뱉지 말자
이렇게 쌓이고 쌓이다가 너무 지쳐 버렸어
나는 원래 말이 정말 많은 사람이거든
며칠만에 통화하니까 할 말이 없더라
굳이 기운 내서 떠들고 싶지도 않고
그런 것 같아 그동안은 매일매일 나 이랬어저랬어 저번에 이랬는데 글쎄 그게 하면서 이어나갔는데
이제 그냥 말 안 하고 넘기는 일상이 많아지니까
그 전까지 다 설명해야 하잖아
갑자기 그게 너무 싫어서 그냥 입 꾹 닫고 있었어 통화 내내
나 진짜 어쩌지
그 사람이 아직 좋은데 더이상 노력하고 싶진 않아
얼마나 더 내려놓아야 내 마음이 괜찮아질까
비우는 것도 내 노력이었는데
더 비우면 그게 연애이긴 한 걸까
두 달밖에 안 되는 시간조차 참아내지 못하는 내가 미워
남친은 한결같은데
나만 변해가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