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물에 정신과 약 관련한 질문한 자기에게
댓글 적다가 문득 이건 그냥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해서 게시글로 남겨.
기분의 오락가락, 고저가 심한 거. 그거 대표적인 우울증 or 조울증 증상이야. 나도 같은 증상으로 약 처방받고 있고 많이 나아졌어. 그런데 뻔한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정말 중요한 건 본인이 나아지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굳은가야.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마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지금 5년 넘게 정신과 약 처방받고 있고 최근에 단약해도 되겠다고까지 판정 받았다가 (진짜 최악으로 구렸던)회사 다니면서 공황 증세가 나타나는 바람에 처음 먹던 양만큼 약을 다시 처방받고 있어.
정신과 오래 다녀본 사람은 알 거야. 단약은커녕 약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조심스럽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나도 솔직히 정말 억울하고, 내가 나아졌다는 증거로 여겼던 단약. 그런 단약을 한다는 게 나한테는 정말 큰 의미였는데 그게 무산되니까 너무 무기력해지고 완전히 또 무너질 뻔했어.
그런데 그냥 그러려니?라고 해야 할까 받아들이고 직시하고, 무기력에서 허우적거릴지라도 결국에는 나아지고자 하는 의지를 잃지 말아야 하는 일 같아. 나도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모든 과정이 아직 과정에 있는 거라고. 나의 결과가 허망하게 망가진 게 아니라 그것마저 내 과정일 테니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나를 믿고 무너지지 말아보자 하는 그 마음이 정말 큰 도움이 되더라.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이야기가 어느 정도 자극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주절거려봤어! 정신과 다니는 게 엄청 큰 일인 것처럼 여기는 편견이 아직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걸 자주 느끼는데, 나는 이게 그냥 현대사회의 '감기' 같은 거라고 생각해. 막 애써서 발버둥치지 않더라도, 사소한 자기돌봄 하나하나가 모여서 결국에는 나아지게 될 거야. 당장은 바다에서 조난당했다고 느껴질 수 있어도 어느 순간에는 그냥 계속에서 살짝 삐끗한 정도로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앞에서도 말했지만 난 정신과 약 복용하는 거 가지고 한국의 제도에서든 사회생활 속에서든 많은 선입견을 경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그냥 나를 위한, 조금 더 건강하게 생생하게 살아가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 자기들, 우리 여성들, 나아가 그냥 우리 인류(너무 나아갔나?) 모두 포기하지 말아주라.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에 애를 쓰고 버티지 않아도 괜찮아. 억지로 괜찮아지려 하기보다 자기 상태를 인정하고 그냥 주변 사람에게 솔직하게 털어놔.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면 그냥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돼. 자기 스스로를 돌보면서 그렇게 천천히 쉬다보면 어느새 다시 나아갈 힘이 생겨. 정말이야.
그러니까 자기들아.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쓰다보니 내 마음이 참 간절하구나 느꼈어ㅋㅋㅋ. 포기하지 말아줘. 이렇게 얼굴도 모르는 익명의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긴 글을 쓰고 걱정하고 또 믿고 응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가길 바라! 사랑해!!!
(질문한 자기가 이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로 물어본 건 아닐 수도 있지만...ㅎㅎ 그냥 모두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참에 털어놓아봤어! 그냥 편하게 읽어줘~ 그리고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