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님 다 연애 경험이 없고 둘 중 한분은 폭력적이고 학대받는 가정환경에서 자라셨고 두분 다 정서적으로 아주 엄하고 자식을 긴장하게 만들고 자주 혼내고 호통치고 강압적이고 힘 센 아버지들 밑에서 자라신 분들이야.
그래서 두분 다 그런 경향이 있으시고
아버지 특히 똑같애. 날 대하는 거 보면 본인은 덜 그런다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냥 보면 할아버지랑 다를 게 없어.
그리고 부모님 두분 다 연애 경험이 없으셔. 스킨십도 애정 표현도 정서적으로도 다 삭막해.
그래서 나도 연애 경험이 없고 가정환경도 부모님이랑 똑같이 아버지 쪽이 엄하고 지금도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야. 어쩜 부모님이랑 내 삶이 닮아있을 수가 있을까. 좀 절망적이고 비루하다. 난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연애 경험담이나 두분이 진심으로 우러나오듯이 사이좋게 알콩달콩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어. 그냥 억지로 엄마쪽에서 아빠 비위 맞춰주거나 오바하는 콩트하는 모습만 봤지. 정서적으로 두분 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않으셔서 자식들한테도 똑같이 대했어.
아무래도 사람은 환경이 중요한 건 사실이야. 사람은 자신이 보고 배운 게 전부야. 그게 아니면 다른 건 할 수가 없어. 아는 것과 실제로 경험한 것은 다르고 체득이라는 건 현실에서 보고듣고 감각해서 알아들어서 몸으로 아는 거니까 미디어 같은 간접경험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거야.
그렇게 사이 좋은 모습을 내가 현실에서 봤어야지 나도 와닿을 거니까.
내 삶의 전반적인 것들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환경을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
그게 아니고서도 결혼을 하더라도 이 나라에서는 애를 안 낳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똑같은 모습을 되물림해주기는 정말 싫으니까.
해외로 가면 마음이 좀 살 만할 것 같고 그냥 난 언젠가부터 무조건 해외 아니면 그냥 다 안 된다 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 나라에서 벗어나야지 내가 나 개인으로서든 결혼이든 출산이든 육아든 사회를 살아가는 직업인으로서든 모든 면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확실히 이 나라는 사람이 길 지나다니기만 해도 움츠러들고 나 왜 이리 사람들 눈치 볼까? 왜 이렇게 바쁘게 정신없이 사는 거고 왜 그렇게 해야 되지?라고 물음을 던지게 되는 각박한 사회인 것 같아.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을 수밖에 없어.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더 그런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그래서 난 스위스나 뉴질랜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호주, 캐나다 같은 살기 좋은 나라에 가서 살고 싶어.
진짜 나는 한국에서 살고 싶지가 않고
갈수록 한국을 벗어나고 싶은 것 같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난 꼭 해외로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