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할아버지 팔순 잔치인데 내가 알바를 못 뺐어 우리 가게는 알바 두 명만 쓰고 나머지는 전부 직원이거든 같은 알바끼리 편하게 서로 대타해 주고 그랬는데 내일은 일정이 있대서 못 바꿨어 점장님한테 얘기하면 직원 분이 대타 나오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지금 매장 상황이 직원 한 명이 다친 채로 일하는 중이라 스케줄이 많이 꼬인 상황이야 그래서 나까지 빠진다고 하기가 너무 눈치 보이더라구 반 년 넘게 일하면서 점장님이 편의도 많이 봐주셨어서 어쩔 수 없이 못 가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집에서 할머니가 일주일동안 중얼중얼 거리는 것도 스트레스였는데 아빠까지 팔순인데 너무 신경 안 쓰는 거 아니냐고 해서 내가 진짜 참다 못해서 알바 그만둘까?? 내가 못 가니까 케이크랑 현수막도 혼자서 준비 다 했다고 나도 성의는 보였다고 했는데 그건 고생했지만 그래도 신경 안 쓰는 거 아니냐고 하길래 너무 화가나서 그냥 연락을 읽고 씹었어 아빠랑 싸워본 적도 없고 이번이 거의 처음으로 싸운 것 같아 우리 집은 알바 안 하면 안 하는대로 눈치 주고 하는데 알바 못 뺀다고 하면 그걸로도 또 눈치를 줘
그리고 이 얘기를 남자친구한테도 이야기했는데 얘기 듣더니만 음… 억지로라도 보냈어야 했나… 그러길래 내가 괜찮다고 언제까지 따라다닐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가족행사인데… 그러길래 남자친구가 내 편을 안 들어주는 건 처음이라 너무 속상해서 눈물만 나오더라고 결국 남자친구 연락도 읽고 씹어버렸어 남자친구랑도 싸운 적 없었는데 오빠까지 왜 그러냐 하면서 싸울 것 같아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 안 그래도 남자친구한테 서운한 게 많이 쌓여있었는데 꼭 저렇게 얘기를 했어야 했을까… 내가 가족행사 한 번 빠진 게 그렇게 큰 잘못인 걸까 이때까지 항상 시험 끼여있는 주말에 가족행사 잡아서 그것도 다 참석했었는데 겨우 이번 한 번 딱 빠진 거거든 나 너무 속상해
심지어 내가 할아버지랑 따로 살아서 자주 못 보는 것도 아니야 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랑 떨어져 지내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거든
하 진짜 보는 내가 다 아빠한테 서운하다....준비를 안하는 것도 아닌데 나중에 할아버지한테 연락 드리고 따로 찾아뵈면 되는걸 꼭....
남자친구도 끝까지 울 아빠가 무슨 얘기하려는지 알 것 같다고 나는 한 번 빠지는 거쯤이야~ 하겠지만 매번 왜 그러냐 하면서 못 되게 말하는 게 사람이라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라는데 이것도 내가 서운해하는 거 이상한 거 아니지? ㅠㅠㅠ
이때까지 쓰니가 노력해와서 참석했던 것들이 당연해졌나봐. 아무리 집안 어른이셔도 일단 효도는 부모님이 주가 되서 하는거지.. 심지어 현수막까지 햇는데도 저렇게 말씀하시면 화날 거 같아.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알바 때문에 그런건데, 그럼 오히려 내가 알바 걍 펑크내고 잔치 갔으면 좋겠냐고, 알바도 책임감 가지고 하는 일이고, 작은 일 처럼 생각하고 그렇게 쉽게 빠지니 마니 말씀하시는 거면 그게 더 문제인 거 아니냐고, 작은 일도 이렇게 책임감 없고 가족만 생각하기를 바라면 나중에 진짜 회사 취업햇을 땐 어떻겠냐고, 그렇게 무책임한 태도로 사회를 살기를 강요하지 말고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주는게 부모 아니냐고.... 말했을 거 같다 난.. 팔순이 정말 큰 행사이긴 하지만 그거 하루 그렇게 융통성 없이 꾸역꾸역 참석하는 것보다 오히려 평소에 잘하는게 좋은 거 아닌가?? 우리 부머님이랑 할머니였으면 내가 못가니까 죄송하다고 미리 준비하는 거에 일돈 보태면 그거에 엄청 고마워하실듯해
고마워 ㅠㅠㅠㅠㅠ 너무 따뜻한 위로가 됐어
팔순인데 신경을 안쓴다는말이 개상처다 진짜 신경을 안쓴게 아니라 오히려 온신경을 다쓰고 스트레스오지게받고있는대;; 그냥 알바못빼게된건 어쩔수없으니까 그냥 다 눈막귀막해버려 남친이 한말도 걍 자세하게 사정모르고 한말일테니까 이해해ㅠㅠ 이건 마치 군대에 있어서 못오게된 아들한테 못오냐고 타박하는거랑 다름이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