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친구랑 스킨십에 대해 대화하다가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와서...
나는 스킨십을 원치 않는 성격이고, 성적인 스킨십으로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심해. 애초에 스킨십이 왜 필요한지도 이해가 잘 안 가고 별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야.
근데 남자친구가 진짜로 의미를 안 두면 그냥 해도 그만 아니냐고 하더라고.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야. 근데 뽀뽀까진 그렇다 쳐도 키스부턴 성적인 함의가 들어 있잖아? 그래서 뽀뽀까진 어찌저찌 하게 됐는데(이마저도 입술 뽀뽀는 좀 꺼리는 편) 키스부턴 안 해.
나는 내 마인드가 보편적이지 않고, 남친은 보편적인 사람이란 걸 알아. 그래서 스킨십 이후에 상대가 가질 감정이나 생각, 기대 같은 게 부담스러워. 상대방이 실제로 별 생각 없더라도 나한텐 좀 그래. 왜냐하면 나는 그런 걸 너무 원치 않으니까.
근데 남친은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키스한다고 애 낳을 생각까지 가는 사람이 어디 있냬. 당연히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양보하는 기분으로 스킨십을 허용하면 다음 단계에 대한 기대나 여지를 주게 되는 게 싫어.딱히 이해해 달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은근 답답하고 속상하더라.
그래서 남친한테 날 무성애자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지 않겠냐고 말했어. 나는 아직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아마 무성애자까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 이해하고 싶다면 그렇게 생각해 보라고. 그랬더니 무성애자는 스킨십에 별 생각이 없어서 스킨십을 무서워하지 않는대. 오히려 하자면 하고 말자면 마는 주의라는 식으로 말하더라고.
나는 내가 원치 않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게 무서운데, 무성애자들은 스킨십을 딱히 원치 않는 거잖아? 물론 개의치 않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지만, 나 같은 무성애자가 있대도 이상할 건 없지 않나 싶어서... 너무 경솔한 생각일까?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남친이 진도 맞춰 주는 걸 고마워하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연애 극초기부터 의아했어. 물론 고맙긴 한데 본인 입으로 고마워하라는 말을 들을 만큼의 일인가...? 싶더라구.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보단 하고 싶은 걸 참는 게 쉽잖아? 나도 원래 손 잡는 것도 껄끄러워했는데 나름 얘한테 맞춰서 뽀뽀까지 하게 됐고... 대체 스킨십이 뭐길래 그렇게까지 힘들게 참는 건지 잘 모르겠어. 욕하는 게 아니고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가. 완전 모르는 나라 글자를 보는 기분이야. 상대한텐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음...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었네. 새벽이라 그런가봐ㅠ 첫 연애라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읽어준 자기들 너무 고맙고 잘 자. 주말 즐겁게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