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여성 성∙연애 고민 필수앱 자기만의방2천 개의 평가
4.8
비밀 정보 열어보기
logo
menu button
profile image
숨어있는 자기2024.05.02

난 80년대생 K 장녀야

가족구성원은 아빠 엄마 나 남동생 여동생
어릴때 장녀여서 힘들었던 첫 기억은....

둘째동생(남동생)이 두 살, 다섯 살 때 수술을 했어
나도 기껏해야 5살~7살이었는데

아빠랑 집에서 자고 아침에 병원에 데려다주면 내가 동생을 돌봤어 엄마는 집에 빨래랑 청소하러 가시면 아빠 퇴근해서 병원올쯤 오셨던거같아(노을질때 엄마가왔거든 시계를 볼줄 모르던 시기라 하늘이 노랗게 변하면 엄마가 온다고 엄마보고싶다고 찡찡 보채고 울던 동생을 마냥 달랬던 기억이 나)

동생도 애기고 나도 애긴데
※지금 내가 8살 4살 딸,아들 키우는데 우리 둘째가 두 돌 전후로 수술+입원을 네차례나 했거든 수액바늘꽂고 하루종일 찡찡대고 업어달라 안아달라 밖에 나가자 보채는 둘째한테 탈탈 털리는 와중에 잊고있던 기억이 나더라구 우리 첫째랑 그때에 내가 같은 나이대(5~7살)였는데 어떻게 병원을 오가고 하루종일 동생과 놀며 엄마를 기다렸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울컥 하더라구 지금 내 첫째 딸은 아직 내눈에 이제 갓 아기티를 벗은 유아인데 말이지ㅎㅎㅎ 병원에 입원한 둘째를 보면서도 집에있을 첫째걱정에 눈물이 자꾸 나는데 울엄마는 뭐지? 싶고ㅎㅎㅎ

다시 옛 이야기로 돌아와서 점심도 둘이 같이먹고 병원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놀아준 기억이 나
한번은 옆 침대아줌마네 침대에 노리개가 있었는데 그걸 둘째랑 갖고놀다가 혼난적도 있어ㅎㅎㅎ
참 부끄러운 기억이야ㅎㅎ 남의물건을 처음 훔쳤다는 기억으로 남아있거든ㅎㅎㅎ
그 어린기억에 엄마한테 아줌마한테 혼났다는 말을 못했어ㅎ 부끄러웠나봐

7살때는 유치원을 빠지고 아침에 아빠가 밥차려놓고 출근하면 혼자 일어나서 밥상을 덮은 망을 걷으면 밥과 계란후라이 그리고 밥그릇 아래 1000원이있었어ㅎㅎ

밥먹고 그 돈으로 버스타고 엄마랑 동생이 있는 병원으로 가라 하신거였지ㅎㅎ
집에서 병원까지 버스한번 타고 40분 거리였어
난 계란후라이를 케찹찍어 밥 먹고 매일아침 병원에 가서 엄마를 만나고 엄마는 집에 가시고 아빠한테 받은 1000원에서 교통비빼고 남은 돈으로 동생하고 병원앞 구멍가게에서 불량식품 사먹은 기억이 나ㅎㅎ
그와중에 내가가진 돈보다 비싼걸 고르고 드러눕고 보채던 동생생각도 나네ㅎㅎ

뭐 그 후로도 내가 8살때 막내동생도 태어났고 엄마도 맞벌이를 하셔서 8살때부턴 내가 밥을 했었어 얼마못가 설거지도 했었던거같아 점점 엄마아빠가 퇴근후에 집이 지저분하면 날 혼내셨어 왜 안치웠냐고 나도 기껏해야 초3~4학년이었는데 말이지 청소안해놓는다고 다니던 컴퓨터학원 피아노학원을 끊은적도 있었고ㅜ
고학년쯤엔 왜 내가 맨날 하냐고 화를 낸적이있는데 엄마가 당연하다는듯

"너도 동생 키워서 시켜~ 첫째는 원래 살림밑천이야~"

라고 하셨는데 살림밑천이라는 그 말이 너무 서럽더라구ㅜ

그때 부모님이 사시는게 힘들어서 부모님 케어도 잘 못받았던 나는 옷도 지저분하고 냄새난다고 여자친구들한테 은근히 왕따를 당했던 기억이야
사춘기 시작하던 5~6학년쯤 하루는 하교하고 오후늦게 식칼을 들고 뒷산에 올라가서 나쁜행동을 하려고 했는데 차마 못하겠더라구
너무 억울해서 너무너무 억울하더라구
펑펑 울고 이렇게 죽을순없어!!! 하고 칼을들고 그대로 내려왔어.
그때 이후로 달라진거같아

책을 열심히 보기 시작했거든
공부는 못했지만 책은 참 열심히봤어
그리고 속상한일에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어
동생들에게도 큰소리로 집안일을 시키고
내 몸도 더 잘 씻고 누가 말만걸어도 홍당무처럼 빨개져서 아무말 못하고 부끄러워했는데
얼굴이 빨개지더라도 꼭 대답하고 말을 하자! 하고 많이 노력했어

책을 열심히 읽다보니 엉덩이힘이 생기고 공부하는 방법도 요령도 생기게됐어 그때부턴 참 열심히 노력한거같아.
자격증공부도 하고 학교 성적도 전교에서 세자리부터 시작해서 두자리 고등학교 졸업할땐 한자리가 되도록 정말 열심히공부했어

크면서도 속상한일이 많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사랑하는 배우자와 아이 둘 낳아 열심히 키우고 있어ㅎ 그렇게 믿고있었던거같아

2년 전 엔 둘째의 잦은 입퇴원과 수술로 마음이 힘들고 무력감이 들고 우울감이 들었었어 미루고 덮어두고 남자아이라 발달이 느린거라 생각하면서도 갓돌지난 아이에게서 엄마로서의 촉을 느낀 난 6개월을 기다려서 대학병원에서 둘째아이 발달검사를 받으면서 양육태도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를 들으러 남편과 같이갔는데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구 아이보다 지금 당장 엄마의 정신과진료가 시급하데 동네에 병원을 갈건지 지금 이 병원에 정신과로 갈건지 당장 선택하라고 하시더라고 대체 왜?? 난 멀쩡한데? 아이키우며 무력감은 다 한번씩 오는거 아닌가?? 그리고 그날 밤 아이둘을 재우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순간 누가 내 마음에 칼을 찌른듯 모든게 무너졌어 난 또 다시 못된 생각을 했어... 우리집은 아파트 탑층이거든 내가 둘째와 지금 창문을 열고 베란다에서 떨어진다면 남편하고 첫째는 지금은 조금 힘들겠지만 둘이 그래도 잘 살 수 있을거야 둘째랑 나랑 지금.....


그 다음날에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고 부랴부랴 정신과 병원에 갔어 두 군데는 예약이 다 찼다 예약부터 하고와라 하고 거절당하고 세번째 간 병원에서 겨우 진료를 받았어 1시간을 펑펑 운거같아
저 이대로 집에가면 오늘밤에는 정말 아이랑 나쁜선택을 할거같아요 저도 제가 못된생각하는거알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하고 말야


그 후엔 시에서 지원받아 심리상담도 10회기 받았는데 난 부모님 원망하지않고 그럼에도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 놀란 기억이 나ㅎ

난 부모님을 긍정적인 롤 모델이 아니라 부정적인 롤 모델로 삼고 아이를 키우고있다고 하더라구ㅎㅎ
절대 부모님처럼 내 아이를 키우지 않을거야
큰 결정부터 작은 결정까지 모두 내 부모와 같은 행동 같은 선택은 하지않을거야!!!
라고 마음속 깊이 새기고 무조건 반대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구
그러면서 아이를 키우는게 행복하지만 내 유년시절을 복기하면서 스스로 상처내고 이유모를 무력감과 우울함을 느끼고 있다고 하시더라구...남편은 우리 아빠와 정 반대여서 육아에 최선을 다하는 남편을 보면서 나도 내 아이들처럼 아이입장이되서 남편을 배우자가 아닌 아빠처럼 의지하려 한다는 얘기도 듣고ㅎ 그때 상담 선생님하고 참 많이 울고 어린시절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거같아ㅎㅎ
지금은 그때보다 더 건강하게 아이 키우고 있어ㅎ 남편하고도 더 잘 지내고 있고ㅎ


k장녀하니 어릴때 생각이나서 주절주절 적어봤어ㅎ
여기까지 읽어준 자기들 정말 고마워ㅎ
모두 복받으면 좋겠다♡
오늘도 마음이 아픈데 미래에 나에게 영향을 끼칠까봐 걱정인 자기들 걱정말고 병원에 꼭 가보라고 얘기하고싶어
마음의 감기니까 나부터 마주보고 치료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어야 나을수있다고 말해주고싶어
그럼 진짜로 안녕!







10
9

자기만의방 꿀팁

내 크레딧 확인

rightArrow
arooo-tip
도움이 되는 댓글을 달아보세요. 글쓴이가 좋아요를 누르면 셀렉트샵에서 구매 가능한 크레딧을 드려요!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자기도 복 많이 받아❤️

    2024.05.02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고마워 자기야 자기도 복 많이 받아♡

      2024.05.03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2

    자기 잘 버텨왔다...! 정말 강하게 잘 버텼어. 혼자 버텨내느라 힘들었을텐데 이 글에서 툭툭 털어버리길 바라

    2024.05.02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고마워 자기야 난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옛날 생각하며 글을쓰면서 어젠 좀 많이 슬펐는데ㅜ 그래도 내 곁엔 날 온 세상으로 바라보며 크는 아이들이있고 나도 힘들때 기댈수있는 배우자가 있어서 툴툴털고 힘내볼게ㅎ 자기도 복많이받아♡

      2024.05.03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3

    살림밑천이라는 말을 실제로 하는 거였구나... 나 그거 밈인 줄 알았어....

    2024.05.03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3

      자기 진짜 고생했다ㅠㅠ 앞으로는 더 좋은 일만 가득하길

      2024.05.03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나는 참 많이 들었어ㅜ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고모 이모까지... 그말 들을때마다 너무 속상하더라구 나도 중딩때부턴 공부한다고 동생들 때려잡아가며 집안일시키고 네가 동생밥차려줘야지 소리나오면 동생 더 팼더니 그런말이 점점 줄더라구ㅎㅎㅎ 그이후로는 나도 k장녀라는 의무에서 조금씩 내려놓게된거같아ㅎ

      2024.05.03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4

    눈물 줄줄..ㅜㅜ 집가는길에 눙무리 막 차오르네.. 고생많았다자기 좋은 배우자 만난것도 때맞춰 상담 받은것도 다 다행이야..♡ 자기는 레알 찐으루다가 정말로 남은인생 즐겁길바란다!!!!

    2024.05.03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아이구ㅜ 울려서 미안해 자기야ㅜ 정말 신이 도운것처럼 상담도받고 1년반동안 꾸준한 치료로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어ㅎ 나는 남들도 다 하는 부모의 역할을 최선을다해 수행하는데 왜 무력감이 드는지 몰랐는데 상담하며 최근부터 차근차근 더듬어 내려가다 보니 결론은 k장녀로서 나 혼자 해결해야한다는 책임감,부모에게 방임됐던 경험, 정서적 학대로 경험한 내 상처를 헤집고 반면교사 삼아서 아이에겐 그런 경험을 하지 않도록 더 최선을 다 한거였더라구ㅜ 치료할생각은 안하고 말이야ㅎㅎㅎ 지금은 이렇게 털어놓을수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ㅎ 내 글 읽어준 자기도 항상 복 많이 받고 행복하길바래♡

    2024.05.03좋아요0
이전글
전체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