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로 노력없이 무조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대하는 관계만이 진짜 친밀한 관계라는 환상을 갖고 있었어. 가족들과 같이 살 때는 그렇게 해도 서로의 진심이 보였고 관계가 이어졌으니까. 근데 가족들과 떨어져 사니까 아무 노력 없이는 관계가 그냥 멀어져 버리더라. 그때 깨달았어. 친밀함과 사랑을 주는 관계를 유지하려면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해야 되는 거구나. 가족을 위한 배려와 노력이 처음에는 어색했고 인위적인 가식처럼 느껴졌어. 이제 더이상은 예전같은 편한 관계가 될 수 없겠구나 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했고.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노력과 편함은 공존할 수 있는 거였어. 노력은 이미 끝난 관계를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가식이나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내 본모습을 숨기는 가면같은 게 아니라, 상대를 소중히 여기고 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사랑이었더라고.
사실 노력 없이 그것들을 얻었을 땐 그 가치를 잘 몰랐어. 상대가 해주는 노력들도, 상대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근데 잃어보니까 이제야 알겠어. 지금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그냥 당연히 있어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거. 그리고 사람들을 위해 하는 노력이 하나도 힘들지 않더라. 오히려 나한테 더 즐거움을 주는 일이었어.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 인생에서 참 크고 중요한 기억이 되고 내게 에너지를 주는구나 싶더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