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분명 연애중인데 왤케 결혼한거 같지

남자친구가 요새 자꾸 핸드폰 한다고 새벽에 늦게 잠
그럼 내가 특단의 조치로 팔베개를 해줌
그러면 남자친구 속절없이 잠에 빠져버림
옆에서 드렁슨드렁슨 푸데푸데 하고 있는데
요즘들어 잠꼬대가 좀 이상해짐
원래 으응 으응 이러기만 했는데
방금은 하이톤으로 쪼끄맣게 ㅎ앆! 하고 또 드렁슨드렁슨 하고 있음
그 와중에 열여섯살 먹은 강아지는 침대에서 주무시겠다고
굳이굳이 남자친구랑 내 사이로 껴들어서 도롱도롱 코를 곪
남자친구 잠버릇 나빠서 자면서 계속 회전함
등치가 산만해서 개 깔리면 개 죽음
그럼 나는 남자친구가 개쪽으로 회전할때
애기 죽는다 하고 남자친구 빵댕이를 한대 팍 침
그러면 남자친구가 우웅 하면서 반대로 돎
남자친구 옆구리에 건선 비슷한거 있어서 자면서 간지럽다고 박박 긁음
그럼 나는 못 긁게 긁는 손을 잡음
그럼 남자친구 안 긁는 척 하다가 내 손 떨어지면 또 긁음
그 짓거리를 한번에 세번 정도 함
그리고 남자친구가 또 한번 회전하면서 이불을 다 가져감
그럼 나랑 남자친구 사이에서 자던 개가 이불 뺏겨서 나를 막 긁음
그럼 나는 남자친구한테 이불을 뺏어서 다시 공평하게 재분배함
그 사이에 개는 내 다리 둬야할 자리에 드러누움
그럼 나는 침대에서 다리 벌리고 개불편하게 누움
그 상태로 핸드폰을 좀 하고 있으면
남자친구가 또 옆구리를 박박 긁음
그럼 나는 또 세번 그 짓거리 함
개는 이제 내 다리에 머리 올리고 코코넨네 하고 있어서 다리도 못 움직임
나는 그냥 이 모든걸 받아들이고 딱히 불만 없이 글쿤 하고 핸드폰을 함

이렇게 살면서 막 행복하고 설레진 않고 빡쳐서 성내는 날이 더 많긴 한데 그냥 지금 이 삶이 뭐랄까 편안한거 가틈 마치 평생 이렇게 살아온 것만 같음 개랑 남자친구가 지금 둘 다 내 다리에 붙어있는데 다리에 땀남 전기장판 저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