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나 검머외야?
나는 일단 미국에서 태어나서 5살때까지 살다가 한국에 잠시 오고, 7살부터 13살까지 홍콩에서 살다가 8학년부터 지금까지(12학년) 쭉 캐나다에서 자랐어!
미국-한국 이중국적에 홍콩이랑 캐나다 영주권이 있고, 영어 한국어가 비슷비슷하게 편하고 중국어는 어느정도 하는 수준이야. 수업은 못들어도 일상생활에는 문제 없는 정도.
나는 부모님중에 한분이 한국계 미국인이고 한분이 한국인인 상태라 어릴때부터 내 정체성은 한국인이랑 미국인이 섞여있다고 생각했는데, 홍콩에서 자라고 (이때도 캐나다 국제학교 다녀서 교육은 전부 캐나다식으로 받았어) 캐나다까지 가게 되면서 정체성을 그냥 하나로 확립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 생각이야. 실제로 나는 캐나다 국적은 없지만 학창생활 12년중에 10년을 캐나다 교육 받고 자란 셈이지.
여기서 문제는 내가 캐나다에서 고등학교 다닐때 만난 완전 한국인인데 유학생인 친구가 있어. 이친구가 첫날 나한테 말을 걸어서 어찌저찌 친해졌는데 사실 나는 이친구가 말하는 한국 이런저런 이슈나 정보들에 빠르지 않고 문화에도 편하지 않아서 원래 기존에 있던 친구들 (백인+한국계 캐나다인들) 이랑 더 친하게 지냈어.
딴말이 너무 길었나? 아무튼 그래도 이친구랑 같은반이기도 하고, 이친구가 영어를 좀 못해서 쌤이 계속 나를 붙여줘서 어쩔수없이 필연적으로 좀 붙어다니는 중인데, 이친구가 자꾸 나를 검머외라고 불러.
예를들어서 나도 가끔 한국이 가고싶어서 아 한국가고싶다 라고 말하면 너 완전 검머외인데 한국 가고싶어? 이렇게 말한다거나 내가 걔랑 말 하다가 잘 모르는 한국어(특히 최근에 만들어진 말들) 있으면 다시 물어보는데 그럴때마다 너는 역시 외국애라서 핟국어를 잘 못하네~ 막 이런식으로 말해.
그럴 때마다 좀 당황스러워. 나 진짜 한국어 못하는 거 아니거든? 어릴때 한국어 자연스럽게 하려고 책도 많이 읽고 방송도 많이 봤단말야. 지금도 발음은 별로일지 몰라도 어휘는 자연하다고 생각해…
나는 그냥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온 거고, 한국 문화도 좋아하고 한국도 나한텐 중요한 부분인데. 그 친구 기준에서 나를 계속 외국인처럼 말하는 게 솔직하게 좀 불편하더라고. 정체성으로라면 몰라도 일단 서류상으로는 둘다 한국인이잖아.
나는 검머외면 솔직히 bananas 라는거 같고 좀 모욕적이거든. 혹시 검머외가 내가 생각하는거처럼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걸까? 내가 어떻게 이 친구를 대해야되는지도 알려줘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