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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있는 쉼표2022.09.17

나중에 지나고 보면, 돌이켜보면 예뻤다고 생각할거라고 엄마는 말했다.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나는 싫다고 했고, 나는 내 외모가 정말 싫다고 말했다. 엄마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엄마가 어떨거란건 생각 안해? 그건 날 욕하는 일이야. 맞다. 엄마의 입장을 고려해보지는 않았다. 열달을 품고있던 엄마에게 못할 말들을 많이 했다. 아주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때 나는 많이 아팠다. 보이지 않는 고통을 말로써 밖에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나를 경멸했다. 내가 나를 칼로 찌르는 상상을 밥먹듯이 했고, 빨간불에도 서슴없이 걸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자살시도를 해 본 친구에게 나 좀 죽여달라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 그리고 한남대교부터 왕심리역까지 걸었다. 늦은 새벽에서 이른 새벽까지 이르도록. 채워지지 않는 날이 많았다. 내가 나답게 살았으면 좋겠어서 치는 발버둥이었던 것 같다.

어제 엄마 아빠와 마곡사에 다녀왔다. 한가한 사찰에서 안정감을 느꼈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탁소리, 군데군데 피어난 꽃, 게으른 고양이. 골목길 구석에서 눈을 꿈벅꿈벅대는 녀석을 관찰했다. 그는 곁눈질을 하며 도망칠 태도를 보이다가, 내가 한참을 쭈그려 앉아있으니까 다시 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빠는 이미 사람 손을 타서 도망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편하게 여긴다고. 그러고 있는 와중 아빠는 고양이를 보는 모습을 찍었다. 얼굴이 좀 뭉개지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기고양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따뜻했기 때문이다. 아빠가 가족 단톡에 올린 사진들을 내려 받으며, 예전에 기록했던 것들을 살펴봤다. 대부분 다이어트 식단, 몸무게, 몸바디 등등 외모에만 초첨을 맞추고 있었다.(물론 지금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떠드는 거냐면 결론, 옛날에 찍은 사진들이 예뻐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찡그린 표정은 찡그린 표정대로 눈을 감은 사진이나 벌어진 앞니가 괜찮게 보였다. 괜찮다는 생각이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예전보다 내가 괜찮아 보인다. 그래서 가족들이 보이고, 식물이 보이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여전히 밉고 사랑하지만.
그들이 겪은 상처를 이제야 조금 알게 된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함이 그런거구나. 그렇지만 죄책감은 갖지 않으려고 해. 가족들은 나를 떠나보내는 걸 더 슬퍼할테니까.

+ 사랑받고있다. 사랑하고있다
나를 그냥 나로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나도 그냥 걔가 좋을 뿐이다. 그런 애정과 믿음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젖은 흙으로 빚은, 튼튼한 모래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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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쓰고 있어 예전보다 단단해진건 주변의 친구들 덕분이야. 자기들 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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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ser thumbnale
    반전있는 쉼표글쓴이

    블로그에 내 이야기를 하곤 해. 종종 여기에도 써보려구. 나도 자기들의 이야기를,들을,준비가 되었어. 더 많이 떠들고 더 많이 사랑하자

    2022.09.17좋아요1
  • user thumbnale
    동그란 떡갈나무

    글이 너무 멋있어. 적어준 이야기가 자기 뿐만 아니라 읽는 나에게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말이라 마음 따뜻해지고 가 !! 글이 근사해 담백하면서 마음을 찔러!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 🍀 고마와

    2022.09.18좋아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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