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17년을 사귄 여자친구가 있어.
대학생때까지 쭉 남자를 만났었고 그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왔었어. 그러다 어느 순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게 남자가 아닌 여자였어. 처음 내 감정을 알아챘을때는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 스스로를 부정도 많이하고 내 감정을 모르는척 해보려고 많이 노력했었는데 이미 생겨버린 마음을 어찌할 수는 없더라.
지금 만나고 있는 이 사람과 17년을 함께 보내오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자연스럽게 내릴 수 있게는 되었지만, 주변에 커밍아웃할 용기는 아직 없는 상황이야.
이 사람을 10년쯤 만났을 때, 정말 아주 큰 용기를 가지고 친한 친구에게 처음 커밍아웃을 한 적이 있었는데.. 왜 그런 얘기를 나한테 하는거냐고, 못 들은걸로 할테니 다시는 그런 얘기 꺼내지 말라고 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더라고..
그 날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대로변 길 바닥에 주저앉아서 미친사람처럼 엉엉 울었어. 10년동안 친구에게 너무나 하고 싶었던, 꾹꾹 참아왔던 나의 이야기가 한순간에 더러운 먼지가 되어버린게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 그렇게 사람들 보는 데에서 소리내어 울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기억을 끝으로 나는 커밍아웃 하는 것을 포기하게 됐어.
그렇게 시간이 더 흘렀고 요즘 문득, 친한 친구들한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생각을 가진지는 오래되었지만 실제로 말을 해볼까하는 마음이 들더라고.
직장 사람들도 아니고 친한친구들한테조차 남자친구 없냐, 결혼 생각없냐는 물음에 본의아니게 거짓말을 계속 해야하는 상황도 점점 지쳐가는 것 같아.
너무 이야기가 길었네.
그래서 내 질문은,
이성애자인줄 알았던 친구가 커밍아웃을 해오면 어떨 것 같아? 차라리 커밍아웃을 안하는게 나은걸까?
만약 친구가 커밍아웃을 한다면, 그 친구에게 자기들은 어떤 말을 해줄 것 같아?
(공격성 댓글은 삼가주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