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나는 정신과를 다닌건 8년이고 진단을 받은건 아니지만 그때의 상태를 기억해보면 그 이상으로 우울증을 앓아 왔어.
잠깐 내가 가진 가치관에 대한 이해를 위해 옛날 이야기를 좀 하자면 엄마는 엄청 신경질적인 사람이었어.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지는데 그걸 여과없이 나에게 표출하는 그런 사람이었거든. 그래서 어릴 때 버릇 중 하나는 도어록 열기 전에 그 앞에서 혹시나 잘못한게 없는지 잘못까지는 아니지만 엄마의 기분에 거슬릴만한게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거였어. 그러다가 중학교에 올라가고 더는 못버티겠더라. 그때의 나는 주눅들을대로 들어서 버스에서 하차벨을 눌렀는데 아저씨가 지나친다거나 사람이 많아서 못내려도 말을 못해서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애였거든. 여튼 그때 매일밤에 울면서 잠들었는데 어느날 평생 이렇게 살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사람들이 좋은 날이 올거라고 하지만 그게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잖아. 나도 그 날을 기다리며 하루를 일주일을 그것들이 모여 일년을 버텨냈는데. 그리고 그건 반드시 좋은 날은 온다는걸 전제에 두고 하는 말인데 무슨 근거로? 그래서 죽어야겠다 생각했어. 근데 또 무섭더라고. 근데 앞으로 더 좋아질 일은 없을테고 그러면 두려움보다 괴로움이 이길테니 그때까지만 버텨야겠다고 생각했어.
다행히 좋은 친구들 만나고 또 죽음을 목표로 살아서 그런지 많이 좋아졌어. 사람이 많아서 못내릴 것같아도 지나갈게요라는 말도 할 수 있게 되었고. 근데 너무 오랫동안 죽음만 보고 살아서 그런지 삶에 애착이 없어. 가치판단을 제쳐두고 그냥 봤을 때 삶은 손해를 보는 일인데 내게 이걸 감수할만큼의 가치있는 것들이 없더라구. 왜 누군가에게는 덕질이 쓸모없는 일이고 돈을 쓰는 소모만 있는 행동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일인 것처럼. 당장 죽어도 상관없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애착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이야. 사실 내맘대로 애착를 붙일 수 있는게 아니긴해. 그냥 나같은 자기가 있는지 또 애착을 붙인 자기가 있다면 어떻게했는디 궁금해서 글을 써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