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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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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향 에메랄드1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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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꾸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까

나는 남자를 못 끊는다.

이렇게 쓰고 나니
내가 무슨 중독자처럼 느껴진다.
남자를 만나지 않으면 손이 떨리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혼자가 되고 얼마쯤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진다.

연애가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정말 좋은 건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좋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

연락이 오는 것.
누군가 내 하루를 궁금해하는 것.
오늘 뭐 했냐고 묻는 것.
나를 만나러 오는 것.
내 얼굴을 바라보는 것.
나를 만지고 안는 것.

그런 순간에는 내가 아주 선명해진다.

누군가의 세계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래서 가끔 궁금하다.

나는 남자를 원하는 걸까.
아니면 연결을 원하는 걸까.

어쩌면 내가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은 남자가 없는 시간이 아니라, 아무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시간인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건 좋아한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평화롭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 쓸쓸해진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는 사실.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사실.
내가 오늘 무엇을 먹었고 무엇을 보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그때 나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자주 남자였다.

왜였을까.

친구에게 받을 수 있는 위로와는 조금 다른 것이 필요했던 걸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선택받았다는 느낌.
여자로서 욕망받는 느낌.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

어쩌면 나는 사람을 찾은 것이 아니라 그 감각들을 찾아다녔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질문이 달라진다.

나는 왜 이렇게 남자를 못 끊을까, 가 아니라.

나는 왜 이렇게까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필요한 걸까.

그리고 조금 더 무서운 질문도 남는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던 걸까.

아니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동안의 나를 사랑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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