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뜬금없이 꽃 선물하는 걸 좋아하거든 친구 만날 때도 종종 꽃을 사서 가곤 하는데 장거리 남자친구와 만나기로 한 날에 마중 나가면서 그냥 왠지 그러고 싶어서 꽃다발을 사갔거든 남자친구가 엄청 좋아하더라고 방긋방긋 웃으면서 웬 꽃이냐고 계속 묻길래 그냥 샀다고 했지 그랬더니 또 바보 같이 웃더라고 실컷 놀고 나서 숙소에 들어갔는데 남자친구가 또 비죽비죽 웃다가 우리 오늘 100일인 거 알아? 하는 거야ㅋㅋㅋㅋ 기념일을 챙기는 타입이 아니라서 몰랐는데 그렇다길래 허겁지겁 기념일 계산기를 돌려봤는데 이틀 뒤더라 ㅋㅋㅋㅋ 남자친구도 기념일 잘 챙기는 타입이 아니어서 잘못 알고 있었던 거야 ㅋㅋㅋ 둘 다 바보 같았지 그러고 내가 사는 지역에 며칠 체류하다가 돌아갔는데 꽃다발 소중히 들고 가서 한참동안 물을 갈아주면서 간직하더라고 그 뒤로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남자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마른 꽃다발을 발견했어 내 마음을 소중히 여겨주는 것 같아서 고맙고 기쁘더라 또 200일 즈음에 같이 쇼핑몰 돌아다니는데 왜 그런 데 구경하면 사고 싶은 거 많잖아 그래서 호들갑 떨면서 보는데 계속 사주겠다고 하는 거야 근데 난 갖고 싶다가도 누가 사준다고 하면 갑자기 침착해져서 별로 갖고 싶지 않아지거든 그래서 줄줄이 거절했는데 어떤 매장에서 둘 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발견한 거야 남자친구가 신나서 이거 커플로 사자길래 나도 마음에 쏙 들었던지라 그러자고 하고 각자 하나씩 장만했는데 사고 나와서 하는 말이 자기야 그거 알아? 우리 이틀 뒤에 200일이다? 하는 거야 ㅋㅋㅋ 그러면서 서로 사준 걸로 하자고 하더라 200일 선물이래 ㅋㅋㅋㅋ 어떻게 둘 다 마음에 쏙 들 수가 있지? 하면서 되게 좋아하더라 내가 이틀 뒤가 200일인 거 알고 있었다니까 되게 놀라면서 어떻게 알았어? 왜 알아?? 하는 거야ㅋㅋㅋ 그냥 알고만 있었던 건데 바보 같아 그래서 내가 너는 어떻게 알았냐고 너도 기념일 챙기는 타입 아니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새침하게 대답 안 하더라 참 웃기고 귀여운 사람이지 ㅋㅋㅋㅋ 아무튼 이런 소소한 기념품들이 생기는 게 참 즐거운 것 같아 선물에 의미가 더 생긴다는 건 무척 재밌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